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가 2025-2026 V리그 초반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5연승을 기록하며 6승 1패(승점 17)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에 밀려 무관에 그쳤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2023-2024시즌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명가의 저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시즌 후 브라질 남자대표팀을 이끌었던 헤난 달 조토 감독 체제로 출범한 대한항공은 상위권 경쟁팀 KB손해보험(5승 2패·승점 16), 현대캐피탈(4승 3패·승점 13)을 앞서며 안정된 경기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KB손해보험에 1-3으로 패한 것을 제외하면 맞붙은 팀들을 모두 한 번씩 꺾었다.
대한항공의 초반 기세는 공·수 전반의 기록에서도 확연하다. 공격종합 성공률 55.8%를 비롯해 오픈공격과 속공, 퀵오픈, 후위공격 등 주요 공격 지표 대부분이 1위다. 팀 득점 또한 OK저축은행(682점)에 이어 678점으로 2위지만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보다는 월등히 앞선다. 리시브 효율 37.4%과 세트(세트당 14.4개), 수비(세트당 18.1개) 등 비득점 지표 역시 모두 리그 1위다.
특히 외국인 거포 카일 러셀이 꾸준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가운데 주장 정지석이 본래의 화력을 완전히 되찾으며 공격을 이끌고 있다. 정지석은 지난 16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양 팀 최다인 27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2.9%에 달했다. 시즌 7경기 동안 135점(평균 19.3점)을 기록해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 순위(8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공격종합 성공률 58.7%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아포짓 공격수 임동혁은 전역 후 교체 카드로 투입되며 활력을 더하고 있고 좌측 날개의 정한용과 임재영도 꾸준한 득점으로 공격 옵션을 넓히고 있다. 일본인 리베로 이가 료헤이는 뛰어난 수비력으로 팀 리시브를 리그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렸으며 중앙의 김규민과 김민재, 최준혁도 속공과 블로킹에서 경쟁팀 미들 블로커들에게 뒤지지 않는 활약을 펼친다.
10년간 주장 역할을 맡았던 베테랑 세터 한선수는 완장을 정지석에게 넘긴 뒤에도 노련한 경기 운영과 정교한 볼 배급으로 팀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율하며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통합 4연패 신화를 이뤘던 전성기 때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대한항공이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병훈 기자 jbh99@kiho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