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논설위원
이인수 논설위원

아이플러스 1억 드림, 천원주택, 제물포르네상스가 아니다. 대체매립지, 전자칠판, 주민참여예산, e음카드도 아니다. 요즘 인천 지역사회의 최대 관심주(株)는 ‘시장 유정복’이다. 최근 그의 입과 행보에 인천은 물론 타 지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유 시장은 탄핵의 소용돌이가 한창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지방분권형 개헌’을 목 놓아 외치고 있다. 주장의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 축소, 지방분권, 중대선거구제 및 양원제 도입이다. 작금 대한민국 모든 정치적 문제 파생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87년 체제’의 극복이다. 그는 "권력은 중앙과 지방에 다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중앙, 즉 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중앙과 지방은 상하관계가 아니다. 합리적 업무 분담을 통해 나라를 효율적으로 통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두 달여 그의 발길을 따라가 보자. 숨이 가쁘다.

2월 28일 ‘대한민국 정치 이대로 안 된다’ 특강(서울 공군호텔 JB포럼 창립총회), 2월 26일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 강조’(인천 다례원 지방 4대 협의체장 간담회), 2월 21일 ‘개헌 관련 이재명 대표 발언’ 비판(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2월 12일 ‘지금이 지방분권형 개헌의 최적기’(한국프레스센터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간담회), 2월 3일 인천시청 기자실 출입기자 회견, 1월 13일 한국프레스센터 신년 기자회견.

대부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였고 내용은 초지일관 ‘지방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이다. 끝간 데 없이 추락하고 있는 현 정치 상황 개선을 위한 개헌 당위성이 제기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지위, 성별, 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간 많은 노력도 있었으나 국회는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일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다른 여당 후보군들에 비해 유정복 시장의 주장은 구체적이고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도지사협의회는 3월 7일 국회에서 대토론회를 열고 공론화의 불을 피운다.

유 시장의 이런 행보에 껌딱지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대선출마론’이다.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출마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다. ‘유추’와 ‘시사’ 수준이다. 2월 3일 인천시청 기자회견 당시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자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지난달 28일 JB포럼 출범식에서 이와 관련해 보다 진일보한 상황이 기대됐으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지방행정과 당, 내각, 국회 등 유 시장의 하드웨어적 스펙과 경험은 현재 거론되는 소위 여권 잠룡들 중 맨 위에 올려놔도 무방하다. 풍부한 경륜에서 나오는 안정감이 깊고, 최근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명태균 관련 사실도 깨끗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비교적 약한 것으로 알려진 당내 기반과 네트워크, 오랜 정치생활에 어울리지 않게 부족한 과감성, 저돌성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이러한 장단점과 성품은 그가 수장보다는 참모형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이유다.

지역사회에서는 어떨까? 시선이 엇갈린다. 우선 그간 인천을 기반으로 한 정치인이 대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예가 없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류가 분명 있다. 그런 가운데 전망은 대략 세 가지, 실제 도전과 내년 지방선거용, 차기 총선용으로 나뉜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이 모두 끝났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결론이 만약 탄핵 인용 쪽으로 난다면 유정복의 시간 또한 시작될 것이다. 조기 대선 도전 여부는 오로지 유정복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의 어깨 위에는 이미 ‘개헌’이라는 국가적 대임(大任)이 올려져 있다. 현재 한국 정치는 중증환자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죽는다. 치유가 시급한데, 길은 ‘바꿈을 통한 대변혁’이다. 어쩌면 그 ‘대임’이 ‘대권’보다 더 중요하고 유의미한 것일 수 있다. 유정복이 지핀 불은 그래서 활활 타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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