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 지역정가가 시끌시끌하다. 충격과 파장이 적지 않다. 아직 경찰의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구속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자칠판 납품비리’ 관련 사건 얘기다. 인천시의원 2명에 대한 영장이 지난달 27일 발부됐다.
현역 의원이 한꺼번에 둘이나 구속되기는 인천시의회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23일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교육위원회 사무실이 경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역시 그 전에는 없던 일이다. 음주운전 의원(이번에 구속됐다) 징계를 위한 윤리특별위원회가 1991년 개원 이래 처음 열렸다. 모두 최근 3~4개월 사이 벌어진 ‘최초의’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등 공인(公人)들에게는 엄격한 도덕성과 올바른 언행이 필수 덕목으로 요구된다. 말과 행동이 관습이나 법에 어긋나지 않고 한결같아야 훌륭한 리더가 되고 사회적 표상으로 존경받는다. 공자의 ‘수기치인(修己治人)’은 단순한 윤리적·유교적 명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적용 가능한 실천과학으로 자리매김해 온 지 오래다. 그 가치는 지금도 충분히 유효하다.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개인 인격의 완성은 물론 자기의 현실과 사회 현실을 책임지는 성숙한 인간의 길이다.
수기치인의 의미를 가장 명쾌하게 보여 주는 말이 「대학(大學)」에 나온다. "격물치지 성의정심 수신제가 치국평천하(格物致知 誠意正心 修身齊家 治國平天下)"다. 우리가 너무나 많이 접해 왔고 그 뜻도 익히 아는 문구로, 세상에 나서는 공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집약적으로 제시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寬人嚴己) 자세도 빼놓을 수 없다. 대청제국을 무려 62년간이나 통치했던 강희제(康熙帝)의 수신 덕목 중 하나다. 그는 이러한 섬김의 정신으로 나라의 최대 융성기를 열었다. 그러나 이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역사에는 이런 성인(聖人)보다 범인(凡人)이 수천, 수만 배나 많았다.
때문에 신상필벌(信賞必罰)은 조직이나 나라 운영의 근간 차원에서 중요했다. 상과 벌이 적절히 이뤄지는 나라가 잘 돌아가고 사회는 건강하다. 조선 건국 4일째인 1392년 7월 20일 지금의 검찰과 감사원, 헌법재판소 기능을 했던 사헌부가 통치의 기본으로 반드시 시행돼야 할 10개 조목을 추려 상소했다. 기강 확립과 신상필벌이 맨 앞 두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러한 순리가 제대로 지켜진 예는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나라 국회와 지방의회는 여러 면에서 닮은꼴이다. 특히 제 식구 감싸는 데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의원들은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 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대상 공무원들의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샅샅이 파헤쳐 사과나 처벌을 요구한다. 인간적 모욕은 다반사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범법행위나 잘못에 대해서는 너그럽기 그지없다. 지극히 이율배반적인 그들의 뻔뻔스러운 모습이 이제는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인천시의회 전자칠판 납품비리 사건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추가로 의원 2~3명의 연루 혐의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한 의원은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큰 물의를 빚었다. 징계 과정이나 결과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또 시 담당부서로부터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사들인 부동산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전 시의원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몇 달 사이 인천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시민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인천시의회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 통렬한 반성과 진정이 담긴 자정 실천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 ‘나’와 ‘우리’에게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무척 화가 나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나만큼 이 나라에서 높은 명예와 따뜻한 호의를 누린 사람이 없는 이상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할 의무가 다른 사람 이상으로 있다." 르네상스 시기 오랜 기간 피렌체를 지배했고 문화예술 지원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메디치가(家)’의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가 남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