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논설위원
이인수 논설위원

인천국제해양포럼이 7월 3~4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다. 여섯 번째인 올해 대주제는 ‘격동하는 세계경제, 다시 도약하는 해양산업’이다. 이 행사는 국내외 석학, 관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해양 분야 대표 지식포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에는 3천50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했다. 이틀간 해운물류, 해양환경과 기후, 해양에너지·관광, 스마트항만 등 6개 세션이 운영된다. ‘도시의 국제경쟁력과 도쿄 대진화 그리고 인천’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세션도 준비돼 있다.

참석자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해운 혁신, 전 세계 공급망 회복력 제고 방안, 북극 해상로 개척, 기후위기 대응 전략, 블루카본(Blue carbon)의 가능성을 논의하고 모색한다. 헤양 관련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폭넓은 협의와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총신 월터 롤리 경의 말이 아니더라도 15세기 이후 400~500여 년간 세계의 패권은 바다를 장악한 나라가 쥐었다. 무역을 독점해 막대한 부를 일궜다. 해양을 가로질러 대륙과 대륙을 잇는 원거리 항해는 14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했다. 역사용어로 ‘대항해시대’다. 1453년 오스만투르크의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육상을 거쳐 베네치아를 중간 기착지로 향신료를 비롯한 동방의 각종 물산이 서쪽으로 가는 통로를 막아 버렸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목숨을 걸고 동방항로와 신대륙 개척에 나선 주된 이유다.

항해왕 엔히크(1394~1460)왕자를 보유한 포르투갈이 치고 나갔고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이 차례로 뒤를 이었다. 특히 17세기는 바다를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든 소국(小國) 네덜란드의 시대였다. 암스테르담에는 이때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었고, 당시 네덜란드는 곧 세계의 미래였다. 이들은 사략선(私掠船, 해적선)까지 동원하는 등 해상 패권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권모술수, 동맹과 배반이 난무했다. 패하면 쇠망의 길, 이기면 번영의 길이었다. 이러한 힘 겨루기는 19세기 말까지 계속됐다. 1800년대 내내 유라시아대륙의 주도권을 놓고 영국과 혈투(그레이트 게임)를 벌였던 러시아의 남하정책도 해양으로 나가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이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은 모두 바다를 통해 강제 개항된 공통점이 있다. 우리에게는 통일신라 때 장보고의 청해진, 고려시대 벽란도 외에 바다와 연관된 기억이 별로 없다. 3면이 바다인데 정작 바다와는 거리가 먼 역사였다. 불과 수십 년 전부터 수출과 조선산업, 원양어업 등을 매개로 바다와 해양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면서 나라 미래의 한 축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서해바다 남서쪽이 어수선하다. 잠정조치수역(PMZ)에 중국이 몇 년 전부터 무단으로 대형 철구조물들을 연이어 설치하고 있다. 지금 추세로 미뤄 남중국해에서처럼 인공섬과 각종 군사시설을 만든 뒤 자국 영토라고 우겨댈 공산이 크다. 지난달에는 항공모함을 동원한 해상훈련까지 실시했다. 궁극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중국의 치밀한 태평양전략의 일환으로, 앞으로 더하면 더했지 결코 중도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랑(戰狼)외교’라는 말처럼 중국은 통상적인 외교적 관례를 간단하게 무시하곤 한다. 일본과의 상황이 미묘한 동중국해에도 많은 수의 철구조물이 이미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국제해양포럼에는 세계적 석학들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올해는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로 「엔트로피」, 「플래닛 아쿠아」 등의 책을 펴낸 제러미 리프킨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FOET) 이사장이 한다. 지난해 「총균쇠」로 유명한 재레드 다이아몬드, 2023년에는 「지리의 힘」을 쓴 팀 마샬이 했다. "대한민국은 위쪽으로 북한에 막혀 있기 때문에 해상무역의 중요성이 크고 반드시 바다를 통해 수출해야 한다. 한국에는 2천400㎞의 해안선이 있는데 이를 북한·중국·일본으로부터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팀 마샬이 한 기조강연 내용의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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