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 논설위원
이인수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양해를 구하고, 현명한 국민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는 말은 부드러웠으나 의지는 단호했다. 오후에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속도’를 재차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어렵다, 충청도는 수도권과 비교적 가깝다, 인천은 인구와 경제 모두가 성장 중인 도시다.” 그날 대통령이 한 부연 설명은 부산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살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글쓴이는 기자회견을 보면서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국가 균형발전 측면에서 행정기관 재배치는 중대 사안이다. 오가는 지역에서 환영과 반발이 극명하다.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2차 공공기관 이전은 필요한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 관련 부처가 정비되면 수립해 보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굳이 해수부만 서둘러 부산으로 옮기려 하는지 잘 모르겠다. 부산 경제가 다른 도시에 비해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지, 당장 해수부가 안 가면 어떻게 되기라도 하는 건지 이해가 쉽지 않다.

또 ‘수도권과의 거리’ 논리대로라면 충청권 남쪽의 특정 지역 상황이 어려워질 때마다 그쪽과 연관 있는 정부기관을 이전해야 한다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최근 인천의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지표가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천항은 사정이 다르다. 컨테이너 물량만 조금씩 늘어날 뿐 지역 연관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벌크화물은 크게 줄고 많은 품목의 화물이 평택항으로 대거 빠져나간 지 오래다. 내항 재개발 논의가 거세고 특정 국가 의존도가 너무 높다.

다른 경제 분야는 몰라도 항만의 경우 부산이 그동안 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았는지는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명 ‘투-포트(Two Port)’, 양항 체제다. 바다에 등장한 4천TEU급 대형선이 소수 중심항만에만 기항하고 나머지 중소항만은 중소형 피더선으로 연결되는, 새로 구축된 국제해상운송 체계에 맞춰 국내 항만의 효율성을 높이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80년대 중반부터 가동됐다. 이후 수십 년간 부두 건설과 첨단시설 도입, 항만부지 임대료 지원 및 활용 확대 등 엄청난 지원이 부산항과 광양항에 집중됐다. 과잉 투자 논란도 여러 번 있었지만 부산항은 정부의 특별한 관심과 메인 항로에 자리한 지리적 이점, 지역의 노력이 어우러지며 화물처리 규모 세계 7위권이라는 세계 굴지의 항만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고 환적화물은 세계 1, 2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이처럼 부산항은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해운산업에서 그 비중이 으뜸이다. 그렇다고 다른 항만들을 가볍게 여겨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항만은 종속적 관계가 아니다. 저마다의 특성과 기능이 있다. 모든 항만의 연계와 균형발전은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하다.

부산은 항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항만 현안에 대한 결집력이 강하고 여론이 일사불란하다. 때론 거칠고 배타적이기도 하다. 현재 부산에는 한국해양대학과 국립해양조사원(2012년 11월까지 인천에 있었다), 해양환경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원 등 유관 기관·단체들이 몰려 있다. 여기에 수부(首部)라 할 수 있는 해양수산부마저 간다. 이게 끝이면 좋은데 아마도 이런저런 명분을 붙여 제2, 제3의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그 첫째 목적타는 수년 전부터 이전을 강력히 요구해 온,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가 될 공산이 크다. 이유는 ‘북극항로시대의 본격 개막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면 충분할 터다. 해양 관련 정책기관이 모두 부산에 와야 한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기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