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아는 학교는 단순히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지식을 습득하고 세계적인 시각과 인문학적 태도를 비롯해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공동체 배움 공간으로 바뀌었다. 특히 예전에는 ‘정해진 정답’ 찾기에 매몰됐다면 현재에 들어서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며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

이러한 미래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은 2022년 국제바칼로레아(IB) 본부(IBO)와 공식 협력을 체결한 후 2023년 IB관심학교 선정 및 시범운영을 통해 학생과 교육의 역량을 함께 키우고 있다.

IB교육은 크게 3~12세 초등교육(PYP), 11∼16세 중등교육(MYP), 16∼19세 고등교육(DP), 마지막 직업 연계(CP)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포천시 내촌면 내촌중학교다.

지난해 11월 IB MYP 관심학교에서 후보학교로 승격한 내촌중은 내년 인증심사 및 IB MYP 인증학교를 목표로 교사의 IB교육 역량 강화를 실천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한다.

내촌중은 지리적 특성상 농어촌, 다문화학교 등 소규모(3학급)에 속하지만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력과 국제적 소양을 갖춘 평생학습자로 성장토록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고 미래를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길러주는 내촌중학교를 소개한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촌중 학생들이 공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촌중 학생들이 공개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 IB MYP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내촌중학교

내촌중은 ‘IB교과 통합수업 기반 4C(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업, 의사소통) 핵심 역량 함양’을 주제로 IB MYP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전교생이 40명 내외인 소규모 농촌학교의 특성을 살려 학생 각자의 역량과 특성에 맞춘 피드백과 탐구 중심 수업을 통해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표현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IB MYP의 개념 기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과별 공통된 개념과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통합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있으며, 교과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적인 사고를 이끌어 내는 수업 구조를 갖췄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 개념을 중심으로 국어, 체육, 기술·가정이 통합돼 질문 생성, 정보 탐색, 시각적 표현을 통해 학생이 교과별로 형성한 ‘의사소통’ 개념을 교과를 넘어 확장·전이하는 학습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통합 수업은 단순히 교과 내용을 나열하거나 병렬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다. 탐구 진술문, 세계적 맥락, 주요 개념과 관련 개념, ATL 역량을 중심으로 구조화됐으며 결과적으로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소통 능력, 협업 역량을 통합적으로 기르도록 설계됐다.

특히 수행 중심 수업과 자기 성찰 기반의 평가 구조를 갖춰 학생들은 탐구를 통해 배우고 피드백하며 성장한다. 또 자기 성찰을 통해 학습을 내면화하는 순환 구조 속에서 학습하게 된다.

내촌중은 소규모 학교 특성을 살려 이러한 학습의 전이와 확장을 위한 교과 통합 수업을 설계하고, 협의회를 통해 상시 성찰하고 개선한다.

내촌중의 IB교육은 교과 통합 수업을 중심으로 학생의 4C 핵심 역량을 기르고, 탐구 기반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의미 있는 배움과 성장을 이끌어 내 단위학교 주도의 실행력을 바탕으로 소규모 중학교에서 실현 가능한 IB 실천 모델을 제시한다.

내촌중학교가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주제로 제작한 협동화 타일 벽화.
내촌중학교가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 주제로 제작한 협동화 타일 벽화.

# IB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뚜렷한 변화와 성과를 거둔 내촌중학교

내촌중은 IB MYP를 운영하면서 단위학교 차원에서 수업, 평가, 교사 문화, 학부모 인식 등 다양한 영역에서 뚜렷한 변화와 성과를 거뒀다.

2024~2025학년도 운영을 통해 수업 측면에서는 교과별 수업이 탐구 중심의 구조화된 수업으로 전환됐다. 교사들이 단순히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의 질문에서 출발해 개념을 연결하고 실제 맥락에서 적용하도록 설계했다. 모든 교과에서 탐구 진술, 주요 개념, 관련 개념, 세계적 맥락, ATL(학습 접근 방법)을 수업 설계에 반영하고 있으며 교과 간 통합을 통해 수업의 연결성과 심화 수준이 향상됐다.

그 덕분에 학생들은 수업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이 생성한 질문을 중심으로 탐구를 이어 가는 태도를 갖추게 됐다.

교사는 직접 유닛플래너를 작성하고 정기적인 협의회와 전문적학습공동체, 전 교사 교내 공개수업을 통한 동료 장학을 통해 수업을 공유하며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수업 성찰 문화가 뿌리내렸다.

학생 측면에서는 자기주도성과 표현력, 협업 능력의 전반적 향상이 눈에 띄었다.

내촌중의 IB MYP 프로그램을 통한 대부분의 수업은 ATL 역량과 학습자상에 기반해 설계돼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학습 방식, 강점, 성장 지점을 이해하고 주체적으로 학습에 임하는 태도를 갖추게 됐다. 학생들은 매 시간 기록하는 성찰일지에 해당 수업에서의 배움을 스스로 정리하고 기록하며 성찰한다.

학부모들도 IB교육과정에 대한 신뢰와 만족이 높아졌다.

내촌중은 지난해부터 학부모를 대상으로 IB교육 특강, 연수, 설명회 및 수업공개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타일 협동화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타일 협동화를 만들고 있는 학생들.

당시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수행평가와 프로젝트를 통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자신의 성장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의 질이 높다고 평가했다.

학교 조직 차원에서는 IB교육 실천 모델을 정착시킨다는 점이 큰 성과다. 교과별 유닛플래너 실행률이 높고 교원 참여율도 100%에 가까우며 수업 영상 촬영, 수업 공개, 실행 성찰 등의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이는 2026년 인증을 위한 기반이 될뿐더러 다른 소규모 학교에도 적용 가능한 모델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결과가 아니라 교사들의 자발성과 협업, 학생들의 참여와 성찰, 학부모의 신뢰와 지지가 어우러진 결과다.

내촌중의 대표 IB 프로그램으로는 지난 4~7월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한 ‘타일 벽화 협동화 제작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단순한 조형 활동을 넘어 IB 4대 정책(포용·언어·평가·학문적 진실성 정책)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실천 사례다.

포용정책 측면에서 다양한 학생이 차별 없이 참여하도록 시각적·촉각적 접근을 강화하고, 개별 피드백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했다. 디자인 의도 설명, 문구 삽입 활동을 통해 구두 및 쓰기 표현력을 발현하는 기회로 연결됐다. 마지막으로 구상, 제작, 성찰의 전 과정을 교사와 함께 기록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수행 중심 구조로 진행됐다.

이 밖에도 도서관 교육 프로그램, 교사 1명이 학생 2명을 담당하는 소그룹 집중 활동인 학생 멘토링 기반 기초학력 맞춤형 프로그램 등 다양한 IB 교육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 손지연 내촌중학교 교사 인터뷰

내촌중에 IB MYP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손지연 교사는 “소규모 농촌 중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시야와 사고력 중심의 배움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손 교사는 “IB교육이 추구하는 ‘국제교육’의 본질은 외국어 교육, 해외 진학에 국한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깊이 있는 탐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기주도적 학습자를 기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교는 특히 교과 통합 수업을 중심으로 개념의 전이와 확장을 통해 4C 역량 제고를 목표로 IB 유닛플래너 기반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IB 프로그램 운영은 손 교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손 교사는 “IB 프로그램은 교사의 사고방식과 수업철학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르치는 것’에서 ‘함께 탐구하고 피드백하며 성장하는 것’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이 때론 힘들지만 매우 보람찼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그 질문을 수업의 중심에 둘 수 있을 때 배움은 정말 역동적이 되고 학생은 스스로를 주체적인 학습자로 인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손 교사는 IB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 교사 간 협업을 더욱 체계화할 필요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유닛플래너 기반 수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개별 교사의 역량뿐 아니라 교과 간 연계, 성찰 기록, 평가 공유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설명회나 공개수업 외에도 가정통신문, 뉴스레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육과정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손 교사는 “IB교육은 단지 인증을 위한 과제가 아니라 학교 문화를 변화시키는 방향성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학교가 가진 작고 단단한 공동체성, 교사들의 실천력 그리고 학생들의 가능성이 IB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작지만 강한’ IB 학교로서 우리만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고 싶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포천 내촌중학교 제공>

※ ‘미래를 여는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 경기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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