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현화고등학교 전경.
평택 현화고등학교 전경.

신도시 개발과 구조 변화로 원도심 인프라가 지속 낙후됨에 따라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학부모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를 선호하면서 일부 학교에 지원자가 몰리는 반면 다른 학교는 기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역 내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좋은 학교가 학생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인식에 따라 기피되는 학교는 학급 수 감소, 학력 저하라는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학교 간 서열화 인식이 더욱 고착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경기도교육청은 불균형을 완화하고 학생들이 어디서든 양질의 교육을 받도록 정주 여건 개선, 지역 균형발전, 학생 학력 향상, 맞춤형 교육 등을 목표로 자율형공립고 2.0을 운영하고 있다.

자율형공립고 2.0은 학생 성장을 위한 맞춤형 교육과 진로·진학 연계 교육을 바탕으로 학교가 속한 지역사회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산업·문학·역사와 연계한 프로젝트형 학습이나 공동체 참여 활동으로 교과지식을 넘어 실천적 배움을 경험한다.

또한 교육과정에서 만들어진 우수 사례는 인근 학교로 확산돼 지역 전체에 양질의 교육과정을 쌓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의 교육력을 높이고 공교육 성과를 지역사회로 환원하며 지역 균형발전과 정주 여건 개선의 기반이 된다.

평택시 안중읍에 위치한 현화고등학교는 이러한 자율형공립고 2.0의 취지를 교육현장에서 구현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신도시와 원도심 사이 교육소외지역과 불균형이라는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이어 가고 있다.

현화고는 학생 성장과 지역사회 연계를 실현하기 위해 학교 고유의 운영 원칙을 담은 감(感)·동(同)·적(積) 교육과정을 내세우고 있다.

감(感)은 학생이 배움의 의미를 자각하고 진로를 성찰하기 위한 배움, 삶·사회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감수성, 동(同)은 교육 중심 지역사회와의 연대·교과 간 융합수업·지역과 연계한 학생 주도 공동 프로젝트 등 협력과 실천, 적(積)은 학생이 얻은 성과를 공유하며 지역 학교와 동반성장하는 성과의 축적과 사회적 환원을 뜻한다.

현화고 학생들이 창의융합인재 트랙 과정에서 직접 실험을 하고 있다.
현화고 학생들이 창의융합인재 트랙 과정에서 직접 실험을 하고 있다.

# 사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感)’

현화고는 인공지능, 에너지, 의생명 등 수학·과학·정보 기반 첨단 분야와 역사·사회문제 같은 인문·사회 분야를 주제로 삼는 창의융합인재 트랙을 운영하고 있다.

창의융합인재 트랙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교육으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 스스로 탐구하고 연구하는 경험을 하도록 구성했다.

학생들은 탐구 주제를 정하고 함께 연구할 교사와 연구 동료를 찾아 협력관계를 맺는다. 이후 팀을 구성해 공동 연구 계획을 수립하고 한 학기 동안 단계적 탐구를 이어 간다. 연구 시간은 다양한 시간대를 활용하며, 모든 일정과 연구 내용은 학생과 교사가 공동 계획해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주도성과 교사의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도 효율과 내실을 놓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창의융합인재 트랙은 교과서로 담기 어려운 최신 이슈, 사회문제, 지역사회를 다뤄 학생 스스로 주제를 찾고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시대 흐름에 대응하고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관찰력·비판적 사고력을 기른다. 또 교사 및 친구들과 함께 배우며 탐구 성과를 쌓고 자신의 배움을 한 단계 더 심화한다.

지역연계 배움나눔한마당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운영 하는 체험 프로그램.
지역연계 배움나눔한마당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운영 하는 체험 프로그램.

# 지역사회·국제교류로 사회와 동행하는 ‘동(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을 위해 현화고는 기관·대학·기업·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하며 교과지식을 현장과 연결하고 있다. 현장과 연결한 배움은 지역과 나누는 활동으로 확장되고 세계와의 교류로 이어지며 학생들의 시야를 더욱 넓힌다.

이러한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으로는 지역연계 배움나눔한마당이 있다.

지역연계 배움나눔한마당은 현화고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학생이 주도적으로 기획·운영하는 교육 축제다.

축제에서는 교과 학습, 프로젝트 봉사활동, 학부모회의 참여가 어우러져 교실에서 배운 지식이 체험·전시·멘토링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또 학부모가 운영 파트너로 참여하며 학교와 가정, 지역이 연결된 협력적 배움의 장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결과를 단순히 전시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기획 역량과 실행 관리 능력을 기르는 바탕이 된다.

기획 과정에서 학생들은 습득한 교과지식을 참여자의 이해 수준에 맞춰 체험활동으로 구상하고 기획서 작성, 역할 분담, 일정·예산 관리 등 부스 설치부터 체험 과정 설정까지 세부 사항들을 설계하며 프로젝트 전반을 경험한다.

운영 단계에서는 설명 방식을 조정하고 다양한 연령대와 상호작용한다. 이를 통해 공감 기반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피드백을 다음 기획에 반영하며 설계·시행·환류의 학습 순환이 정착된다.

 현화고의 수학체험전도 교내 교육과정을 지역으로 확장한 사례 중 하나다.

수학체험전에서 학생들은 퍼즐·게임·체험 부스를 직접 운영하며 논리적 표현, 문제 해결, 현장 대응 역량을 키운다.

행사에 참여한 초·중학생은 수학을 생활 속 지식으로 경험하고, 학부모는 학생들의 준비와 성장을 확인하며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와 참여를 넓히게 된다.

현화고의 배움은 지역을 넘어 국제 교류·협력 프로젝트까지 이어진다.

지역연계 배움나눔한마당에서 페이스페인팅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학생들.
지역연계 배움나눔한마당에서 페이스페인팅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학생들.

현화고는 올해 초 일본 요코스카종합고등학교와 MOU를 맺고 온라인을 통한 수업 교류를 운영 중이다.

양교 학생들은 일본어·한국어 공동 수업을 통해 서로의 언어를 배우고, 각국의 문화와 학교생활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해 공유하며 상호 이해를 넓힌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 다른 교육·문화적 배경을 존중하고 교감하는 세계시민성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현화고는 앞으로 온라인 교류를 확장해 동아리, 체험학습 등의 대면 교류 활동으로 발전시켜 언어·문화·역사를 아우르는 실질적 교류를 이어 갈 예정이다.

# 성과를 공유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적(積) 

현화고의 지역 연계, 국제 교류는 학생 주도 계획에서부터 교사와의 공동 설계, 정기 운영, 공개 발표·평가, 아카이브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선순환은 포스터·데이터셋·영상·해설문 등 성과물이 학교, 지역, 해외 파트너와 공유·축적되고 피드백은 다음 기획에 반영된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개인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학교의 지식 자산이 되며, 교실에서 시작된 배움이 지역과 세계로 연결되는 지속가능한 공교육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 권순표 교사 인터뷰

“학생이 스스로 설계한 배움의 길을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며, 단순히 새로운 것을 덧붙이는 일이 아닌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은 이어 가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학생이 자기 배움의 주체로 서도록 돕는 과정이 교육입니다. 현화고에서 자율형공립고 2.0을 실천하는 힘도 결국 이 지점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자율형공립고 2.0 운영에 참여하는 권순표 교사는 교육혁신의 본질을 이같이 정의했다.

특히 권 교사는 “학생의 성장은 한순간의 도약이 아니라 작은 질문과 시도, 기록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만큼 그 축적의 힘이야말로 학생을 주체적 존재로 세우고 지역과 세계를 향한 더 큰 배움으로 이어지게 한다”며 “현화고의 자율형공립고 2.0 운영은 바로 그 과정을 가능케 하는 토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자율형공립고 2.0의 가장 큰 의미는 학생이 자기관심사와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탐구를 설계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민감하게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을 읽고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동시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 교사는 자율형공립고 2.0에 대해 탐구활동에서 학생들이 한 명의 참여자가 아닌 직접 기획·운영·실행자로서 주도성을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역할을 나누고, 일정을 관리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력과 책임의 의미를 체득한다”며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노력이 지역사회와 다른 이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학생들은 학습을 넘어선 시민적 성장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수업 설계와 운영을 교사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학생의 목소리와 선택이 수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을 공유하고 함께 성찰하며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두는 운영 원칙을 공고히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시모 기자 simo@kihoilbo.co.kr 

<사진=현화고등학교 제공>

※ ‘미래를 여는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섹션입니다.

▣경기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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