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단순히 과목 선택의 확대를 넘어 학생이 스스로 진로를 찾아가고 역량을 키워 가는 교육체제임을 보여 주고 있다. 화성시에 위치한 향일고등학교가 그 모델이다.

향일고는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학교지만 수강 인원이 적은 과목도 학생들의 진로를 고려해 가급적 개설하며 교사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의 선택을 존중한다.

학생들은 학교주도활동시간(SLAT)과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학습을 설계하고, 학교는 이를 뒷받침하는 교육 여건과 교사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또 학부모들은 학교와 협력해 자녀의 진로를 함께 고민하며 교육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농어촌 학교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며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와 학업을 스스로 설계하는 기반을 넓혀 가는 향일고를 소개해 본다.

선후배가 함께하는 나만의 교육과정 설계하기 박람회 활동 중인 교육과정 리더단.
선후배가 함께하는 나만의 교육과정 설계하기 박람회 활동 중인 교육과정 리더단.

# 농어촌지역 교육과정의 새 변화 주도

향일고등학교는 경기A·C·E 중점고등학교로서 농어촌지역 교육과정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학교는 ‘진로설계·과목선택·학력향상’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학생·교사·학부모 교육 3주체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고교학점제의 안정적 안착을 위해 노력한다.

주당 3시간의 학교주도활동시간(SLAT)에는 학력 향상, 실천·융합 프로그램, 학생주도학급 특색활동을 지속 운영하고 있으며, SLAT를 추가 확보해 고교학점제 이해 및 자기주도학습 특강, 인문·사회·자연·과학 계열별 진로 탐색 프로그램, 교과 연계 로드맵 프로그램 등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또 교육과정부와 모든 부서가 협력적 운영체계를 구축해 진로시간에는 과목 안내와 진로맞춤형 과목 선택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이후에는 교사와 선후배가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 박람회, 과목 선택 지원 챗봇, 다국어 지원 교육과정 안내 홈페이지, 학생·학부모 대상 진로 컨설팅 등을 운영하며 학생의 과목 선택을 정밀하게 돕고 있다.

향일고를 중심으로 향남권역 3개 고등학교가 학생들의 과목 수요를 반영해 일과내외,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을 개설·운영하고 있다.

특히 향일고는 경기남부권 유일의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거점센터로서 3개의 스튜디오와 4개의 개별 방송부스를 갖추고 온라인 수업, 학습자료 제작 등을 지원하고 있다.

교사의 전문성과 성장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이끄는 학교문화를 조성하며 지속가능한 미래형 교육모델 구축에도 힘쓴다.

인문·사회계열 진로 탐색 프로그램 중 하나인「달러의 힘」김동기 작가와의 만남.
인문·사회계열 진로 탐색 프로그램 중 하나인「달러의 힘」김동기 작가와의 만남.

# 학교주도활동시간(SLAT)과 진로 연계 프로그램으로 미래 설계 역량 강화

향일고는 SLAT를 중심으로 학력 향상, 실천·융합, 학생 주도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하며 이를 진로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SLAT는 단순한 특강이 아닌 학년별 로드맵형 진로 설계 프로그램으로 ‘고교학점제 이해’, ‘자기주도학습 특강’을 시작으로 인문사회·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직업인·저자 특강, 글로벌 통상교육, 생활 속 인공지능의 진로특강 등으로 구성된다.

1학년은 ‘계열 멘토링’, ‘전공프리뷰’, ‘창업가정신 브랜드 분석’을 통해 진로기초를 다지고, 2학년은 ‘전공 멘토링’, ‘콘텐츠 제작’, ‘창업실무 체험’을 통해 진로를 심화한다.

3학년은 ‘전공심화 멘토링’, ‘전공토의’, ‘창업아이템 제안’으로 전공을 정립하며, 학생들은 단계별 진로 로드맵을 통해 미래 역량을 구체화한다.

실험·실습 디자인, 세계시민프로젝트 등 30여 개의 교과 연계 계열별 특색 프로그램은 학기별로 시기를 달리해 다채롭게 운영되며,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참여한다.

또한 교사와 학생 연구팀이 일대일로 매칭되는 ‘창의키움 프로젝트’는 1학년 ‘창의키움’, 2학년 ‘창의융합’, 3학년 ‘창의미래’로 이어져 학생들이 학년별 성장 단계에 맞춰 관심 분야를 심화 탐구하는 향일고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진로시간에는 교사가 과목 안내와 과목 선택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이후 선후배가 함께 참여하는 ‘나만의 맞춤형 교육과정 설계하기’ 과목 설명회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과교사와 64명의 교육과정 리더단이 직접 제작한 50여 개의 과목 자료가 전시되고, 학생들은 전 교실에서 사전에 신청한 6개 과목의 설명과 질의응답을 통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탐색한다.

다국어 지원 교육과정 설계 홈페이지와 ‘향이로’, ‘향토리’ 챗봇을 운영해 과목·수능·진로 관련 정보를 상시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교사 진로지도 역량 연수, 학부모 대상 고교학점제 설명회, 생활기록부 및 진로컨설팅 특강, 일대일 상담 등 체계적인 진로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과학 계열 교과 연계 프로그램인 천체관측 교실 프로그램.
자연과학 계열 교과 연계 프로그램인 천체관측 교실 프로그램.

#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문화⋯미래형 학점제 모델 제시

향일고는 2022년부터 학기별 4~5일간의 학교자율과정 운영기간을 마련해 탄소중립 프로젝트 외 마을 개선, 미래사회 예측, 세계시민, 지구위기환경 시민교육 프로젝트 및 지속가능발전 교육, 디지털리터러시 프로그램 등 다양한 학생 주도 융합형 프로젝트를 운영해 왔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공동 연구개발된 결과물로, 학교 안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형 교육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부터는 SLAT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학년별 특색 프로그램과 탐구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생태환경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특히 고교학점제와 2022개정 교육과정과 맞닿아 있는 학생의 미래 핵심 역량을 기르기 위해 교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하이러닝’, ‘인공지능’, ‘진로지도’ 등 주제 중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학기 초 교사 교육과정 연수에서는 1학기에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고, 2학기에는 하이러닝에서의 수업과 평가, AI 기반 학습도구 제작을 주제로 전 교사가 실습하며 미래교육 변화를 직접 만들고 함께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교사가 함께 연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을 통해 향일고는 ‘교사의 성장이 곧 학생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학교문화’를 구축하고 있다.

향일고는 앞으로도 농어촌 학교의 여건 속에서도 고교학점제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가능성을 넓혀 가며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교사와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학교로 나아갈 예정이다.

# 최춘락 향일고등학교 교장 인터뷰

“작은 학교의 가능성을 믿고 함께 성장하는 학점제를 실현했습니다.”

최춘락 향일고 교장은 기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향일고의 고교학점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 교장은 “작은 학교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작기 때문에 더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농어촌지역 학교의 한계로 여겨졌던 과목 선택의 제약을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 거점센터를 통해 극복해 학생 개개인이 진로에 맞는 학습을 이어 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교학점제 운영의 또 다른 과제는 공간 구성”이라며 “교실 수가 한정된 작은 학교에서 선택과목별 전용 교실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지만 향일고는 기존 공간을 유연하게 전환하고 수업시간표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학점제형 공간 배치를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학교일수록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공간 설계가 필요하며, 학교의 노력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지역과 교육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장은 “향일고는 학생의 진로·학업 설계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교육과정 중심의 협력 구조 속에서 모든 부서와 교과교사, 학부모가 함께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고 성장 과정을 지원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교사의 역할을 고교학점제 성공의 핵심으로 꼽았다.

마지막으로 최 교장은 “향일고는 앞으로도 농어촌 학교의 여건 속에서도 학생 맞춤형 학점제 교육의 가능성을 넓혀 가며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교사와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향일고등학교 제공>

※ ‘미래를 여는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섹션입니다.

▣경기도교육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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