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국립 문화시설로는 최초로 유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암초를 만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편익(B/C)이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사업이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문체부가 송도국제도시에 추진 중인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예비타당성 중간보고 결과 B/C가 0.7 이하로 나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인천시가 국립 문화시설로는 최초로 유치에 성공한 시설로, 지난해 7월 문체부가 건립비 950억 원을 지원하는 공모에서 경기도 여주시와 세종시를 제치고 인천시 송도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됐다. 후보지 공모 당시 유정복 시장은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유치 발표심사’에 직접 나서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KDI의 예비타당성 중간조사 결과 B/C값이 낮게 나오면서 기재부의 사업 통과가 어렵게 된 것.

문체부는 규모를 줄이는 방안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다시 실시해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초 문체부가 계획했던 2020년 완공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특히 인천시로서는 시장까지 나서 유치에 성공한 국립 문화시설이 기재부와 KDI의 문턱을 넘지 못해 사업 규모가 축소되고 지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시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어 한숨만 쉬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은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것일 뿐 사업 주체는 문체부기에 공식적으로 시가 직접 나서 기재부나 KDI를 설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문체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체부로서도 내년도 예산 심의 전까지 기재부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예산에 사업비용을 편성하지 못하게 되며, 2017년부터 설계 추진을 위해 구성하려던 TF도 인력 구성이 어렵게 될 처지에 놓였다.

문체부 관계자는 "B/C값이 낮게 나와 예타 통과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며 "예타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하고, 편익추정 방법인 ‘조건부 가치측정법(CVM)’도 새로 실시하면 사업 기간이 연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인천시나 문체부 모두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에만 신경이 쏠려 있는데, 시가 최초로 유치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유정복 시장뿐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들의 협조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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