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정당의 공천 절차가 거의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곧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개시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국격 추락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국민들은 종래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룬 자랑스러운 조국’에 자긍심을 지녔는데, 이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첫째, 한국의 경제상황이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발표한 ‘3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경기 부진은 다소 완화됐지만, 고금리 국면 장
요즘엔 빈번하지 않지만, 예전엔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동과 학생을 폭행하거나 가학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했다.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빌미로 부모나 교사가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고 매로 때리는 일도 매우 흔했다. 지금 60대 이상 성인들은 대개 그런 환경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숙제를 안 해 오거나 지각한 경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중학교 입시에 대비해) 오전·오후에 두 번 치르는 모의고사에서 정답을 못 맞힌 문항 개수만큼 담임선생님이 학생의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매로 때렸다. 중학교 시절에는 미술시
2018년 11월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은 자신의 보수를 축소 신고해 금융상품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가 2019년 3월 보석금 10억 엔을 내고 석방됐다. 일본 검찰은 한 달 뒤 특별배임죄를 적용해 다시 체포했는데, 그는 이때 보석금 5억 엔을 내고 다시 풀려났다. 당시 곤 전 회장은 출국금지 상태였지만, 2019년 12월 말 개인용 항공기를 이용해 일본 오사카를 출발해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한 뒤 항공기를 갈아타고 레바논으로 도주했다. 이렇게 형사재판을 앞두고 도주한 곤 전 회장은 2020년 1월 8일 레바논
한국 법제는 일본 법제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해방 직후 독립국가 체제를 갖추기 위해 신속히 법제를 마련하는 일은 간절한 과제였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에는 서구의 근대 법제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갖춘 법률전문가 내지 지식인이 부족했기에 급한 대로 일본 법제를 본떠 신속히 입법을 진행해 국가체제를 형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헌법·민법·형법 등 다수 법들을 일본법 내용과 동일 또는 유사하게 입법했다.이처럼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왜 일본 법제를 본떠 한국 법제를 마련했느냐"고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렵다. 생각
농협법 제1조는 "이 법은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대단히 거창하게 규정했다.농협의 운영만 제대로 되면 농업인은 아무런 걱정거리 없이 최상의 행복을 누릴 것처럼 전제하고, 그 책무를 온전히 농협에 부담 지우는 듯하다.협동조합의 본질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자주적·자조적·자치적 단체로서 ‘이익단체(interest group)’로 보는 편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국민들은 저마다의 소망과 계획을 가슴에 품고 벅찬 새해를 맞이했을 터다. 진학, 취업, 내 집 마련, 사업 번창 등 국민들의 다양한 계획들이 차질 없이 실현되길 바란다. 그런데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정치 현상’에 의해 직간접으로 크게 영향받는다. 예전에는 "정치가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으나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들이 과거보다 더 똑똑해진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귀결된다.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는 국민 일상과 미래 전반
윤석열 대통령과 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특히 최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얘기가 시중에 크게 확산한다. 사안의 개요를 정리해 보자. 지난달 27일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명품백을 선물로 받는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 여섯 달쯤 지난 2022년 9월 재미동포 통일운동가라는 최재영 목사가 300만 원짜리 명품백을 선물하자 이를 받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다. 최 목사가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최근 국회는 윤 대통령의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둘러싼 여야 간 대치 정국 확산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여야가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과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 국회 운영이 정상화될지 불투명하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이미 법정기한(2일)을 넘겼다. 여야의 ‘네 탓 공방’ 속에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도 개점휴업 상태다. 법사위에 계류된 상임위 법안은 400여 건이나 된다. 대
지난 15일 한국농축산연합회와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국회 법사위의 농협법 개정안 처리 지연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이들 단체는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농해수위에서 오랜 숙의를 거쳐 합의로 통과했다. 그런데도 농업·농촌·농업인과 연관성도 없는 특정 조직의 주장이 마치 농업계 전체 의견인 양 이를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루는 법사위의 무책임한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며 "더욱이 법사위 회부 후 6개월이 넘도록 농촌 현장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고 농협법 개정안 처리를 지연하는 일부 법사위원의 행태는 정치적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책 방안 중 ‘헛발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대표 사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졸속 추진이다. 지난해 7월 박순애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입학 연령을 단계적으로 만 5세로 하향하겠다고 보고하자 윤 대통령은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학부모, 교육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고, 박 장관은 결국 사퇴했다. 또 올 1월 여성가족부에서 거론한 ‘비동의 강간죄’ 도입 추진도 논란이 일자 흐지부지됐고, 3월
저명한 미래학자였던 앨빈 토플러(1928~2016)는 「부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이른바 ‘혁신속도론’을 주장했다. 그는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데 노조는 30마일, 정부는 25마일, 학교는 10마일, 정치조직은 3마일, 법은 1마일로 변하므로 그 편차가 경제·사회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분석했다. 법의 변화 속도가 가장 늦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입법의 지연은 세상의 질서를 혼돈케 하고 발전을 저해한다. 따라서 국민의 대표자로서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은 법을 세상 변화에 적합하도록 신속하게 업데이트시킴으로써 국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소급입법금지의 원칙’을 떠올리면서 "소급입법은 ‘절대적으로’ 금지된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잘못된 지식이다. 소급입법금지(遡及立法禁止)란 법령을 만들 때 그 법령을 이미 종결된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에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말한다.우리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형벌불소급, 일사부재리),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
지난 9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8월 23일 계류 결정에 이어 재차 계류시켰다. 일부 야당 의원(김의겸·이탄희·박주민 의원)들이 중앙회장 연임 관련 개정 내용(단임제→연임 1회 허용)의 현임자 적용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자 위원장(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양당 간사 협의에 따라 법안을 상정했지만 몇 분 의원께서 반대 의사를 표시하시니 위원장으로선 법안심사의 그간 관행(만장일치)을 어길 수 없다"며 계류를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은 국회법 규정에 비춰 볼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9월 1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개원 35주년 기념세미나를 개최했다. ‘다양성의 도전과 근로환경 개선 과제’라는 주제 아래 3가지 세부 주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노동시장 변화와 다양성의 도전’이란 첫 번째 기조발표(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에서는 ‘도전’의 세부 내용을 경제활동인구의 구성 측면(여성과 고연령자의 경제활동 급증, 체류 외국인 급증 등), 기술 측면(인터넷, 생성형 인공지능 등), 가치관 측면(K-문화, 공정성 기준 등)으로 구분해 소개했고, 그 대책으로 다양한 방안을 제
8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이라 한다)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계류(통과 보류)시켰다. 이 개정안은 ‘중앙회 무이자자금 운용 투명화’, ‘비상임조합장 연임제 개선(무제한→2회까지로 제한)’ 내용을 담아 농협의 건전한 운영에 기여하리란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도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중앙회장 연임 관련 개정 내용(단임제→연임 1회 허용)에 대해 일부 의원들이 "농협의 건전한 운영을 담보하기 어렵다", "연임 1회 허용 조항을 현임자에게 적용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가설(假設)’은 없다지만, "만일 해방 이후에 우리 민족이 강대국의 신탁통치안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현실화됐다면 남북한 분단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을 표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1945년 12월 16~25일 모스크바에서 미국·영국·소련 3개국이 제2차 세계대전 전후(戰後) 문제 처리를 위해 소집한 외상(外相) 회의를 통상 ‘모스크바3상회의’라고 일컫는데, 이 회의에서 한국에 임시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미·영·중·소에 의한 최장 5년간의 한반도 신탁통치를 실시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이후 찬탁운동
지난 7월 17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통해 "최소 개헌을 원칙으로 삼아 다가오는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기를 기대한다"며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이상 3개 항에 국한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나 입법부 수장이 큰맘 먹고 행한 이 제안은 여론과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 즉, 사회적 호응과 반향이 거의 없는 셈이다. 김 의장의 제안은 세 가지 측면에서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Platon, 기원전 427~347)은 저서 「국가론」에서 지혜의 덕을 갖춘 철인(哲人)이 국가를 통치해야 한다는 ‘철인정치론’을 주장했다. 지도자가 철인이라면 그에게 모든 권력을 몰아주는 독재정치가 더 효율적이고 국민들이 살기 좋은 정치 시스템이 될 수도 있다는 관념마저 열어 둔다. 말하자면 철인에 대한 무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이 세상에 ‘완벽한 철인’이 존재하는가? 인류 역사를 들여다보면 존경받던 철인과 현자들이 타락하고 표변한 사례들이 많다.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지녔기에 감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큰 역할을 담당한 사람의 행위에는 ‘큰 책임’이 뒤따르고, 작은 역할을 담당한 사람의 행위에는 ‘작은 책임’이 뒤따른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일, 이것이 ‘윤리’와 ‘법’의 기본 요청이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거나 책임지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든지 또는 가벼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 가벼운 책임을 지운다면 ‘윤리’와 ‘법’이 제대로 작동됐다고 말할 수 없으며, 정의와 질서가 실종된다. 부연
우리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이 취임에 즈음해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도록 규정한다. 즉, ‘헌법 준수’를 대통령의 제1 책무로 규정하는 셈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정신’의 존중과 실천을 자주 강조하는 것은 매우 합당하고 바람직하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헌법정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