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그리고 선거 막판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의 대승이었다. 반면 국민의힘과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포함한 여당은 고작 108석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극단적 여소야대가 현실화된 것이다.이제 야권은 21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권한과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권한을 얻었다. 소수 여당의 입법 반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 역시 108석을 통해 개헌 저지는 물론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역시 지킬 수
지난 3월 27일, 10년간 두 자녀에게 1억 원에 달하는 양육비를 주지 않은 40대 남성이 징역 3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는 양육비 미지급으로 실형을 받은 첫 사례다.2021년 7월 개정·시행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명령을 받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을 장착하며,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육비 문제가 아동의 생존권과 직결된 공적 의제임이 확인된 순간이다.하지만 ‘감치명령’이라는
2027년 영국 런던.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더 이상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세계는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무정부 상태에 빠진 국가들은 산업이 붕괴되고 빈부격차가 극대화되며, 급기야 정부군과 반군 사이 내전으로 혼란을 겪는다. 아비규환 상황에서 주인공 ‘테오’(클라이브 오언 분)는 기적적으로 임신한 ‘키’(클레어-홉 애쉬티)라는 이름의 여성을 해안가로 데려가려 한다. 그곳에는 인류 문명 복원을 위한 휴먼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학자들이 기다렸다. 하지만 정부군과 반군 간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지는 한복판, 허름한 건물 속 곰팡이 가득
상속세는 부의 세습을 막아 이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그래서인지 상속세를 낮추자는 주장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 함부로 꺼낼 수 없는 금기어였다. 하지만 최근 상속세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크게 달라졌다. 대한민국 경제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며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개선되고,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인해 그간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상속세가 이제 서민 세금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현행 상속세는 과세표준 1억 원 이하 10%, 5억 원 이하 20%, 10억 원 이하 30%, 30억 원 이하 40%, 30억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살인자○난감’에서는 배우 손석구의 어린 시절을 볼 수 있다. 쌍꺼풀 없는 눈과 웃을 때 살짝 찡그리는 듯한 표정까지 영락없는 리틀 손의 모습이다.어디서 이토록 닮은 아역을 섭외했을까 찬사를 하며 아역배우의 정체에 대해 궁금증이 커질 무렵, 제작사 측에서 ‘딥페이크’라는 뜻밖의 답변을 내놨다. 손 씨의 어린 시절 얼굴 사진을 조합해 이를 딥페이크 영상으로 만든 후 실제 연기를 한 아역배우 얼굴에 합성했다는 것이다. 제작비가 크게 증가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악마는 보통 평범한 모습이다. 우리와 함께 잠을 자며, 우리와 함께 밥을 먹는다. 항상 사람이 악마다." 영국 태생의 시인 W.H. 오든의 이 한마디는 인간이 가진 악마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인간의 존엄성을 난도질하듯 잔혹한 범죄가 세상을 뒤흔들 때마다 우리는 인간의 무서움을 지적하며 그들을 비난하지만, 그들 역시 우리가 흔히 볼 법한 이웃이란 사실은 소름 돋는 진실이다. 결국 악마란 새롭게 창조된 존재가 아닌 인간 그 자체다.최근 벌어진 일련의 묻지마 범죄들은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할 만큼 일상을 공포로 물들인다. 오피스
총선을 앞둔 여야의 표심 잡기가 치열하다. 특히 합계출산율 0.7명대로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에서 저출산 극복은 반드시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은 관련 공약들을 내세우며 해결사를 자처하고, 여론 역시 이에 주목한다.이렇듯 우리 사회가 출산율 올리기에 집중하는 사이,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는 건 아닐까? 모두가 알지만 차마 직면하고 싶지 않은 사실, 바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가정이 처한 서글픈 현실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부모가정 빈곤율은 47.7%로, 양부모 가정 빈곤율
유력 대권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괴한에 의해 피습당했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뉴스를 뒤덮었다. 범인은 60대 남성으로,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쓰인 파란색 왕관을 쓴 채 마치 열성 지지자인 것처럼 이 대표에게 접근해 손수 개조한 흉기를 휘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고 수술 경과도 좋아 회복 중이라 하니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이는 정치가 아닌 인류애의 보편적 감정에 기인한 것으로, 소위 여의도 정치권도 같은 마음일 테다. 이제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이 죗값을 제대로 치르기를 고대하며, 남은 수사와 이
인구 300만 명 대도시인 인천에는 놀랍게도 고등법원이 없다. 3심제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항소심을 담당하는 고등법원은 전국 특·광역시 중 인천과 울산을 제외한 서울·수원·부산·대구·대전·광주 총 6곳에 설치됐다. 인천 인구가 울산보다 약 3배 많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주요 대도시 중 고등법원이 없는 곳은 사실상 인천이 유일하다. 여기에 인천지방법원의 사법 관할이 인천뿐 아니라 부천·김포를 포함해 총 430만 명을 그 대상으로 하기에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물론 2019년 3월 서울고등법원 인천 원외재판부가 문을 열긴 했지만,
화차(火車), 생전에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으로 실어 나르는 불수레를 의미하는 불교용어이다. 화염에 휩싸여 있다 보니 중간에 내릴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곧장 지옥행이다. 악인의 말로는 지옥밖에 없다는 인과응보의 표상이 곧 화차인 것이다.하지만 일본에서는 ‘빚에 시달리는 괴로운 현실’을 가리켜 ‘화차’라 부르기도 한다. 한번 올라타는 순간, 중간에 절대 내리지 못한 채 지옥 같은 삶으로 직행하는 모습이 사채로 인해 황폐해진 삶과 비슷하다는 것이다.특히, 일본의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1992년작 ‘화차’는 불법 사채의 적나
형벌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위하(威하,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적 효과’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인 ‘법’을 어겼을 때 엄중한 처벌을 함으로써 감히 불법적 시도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범죄억제력을 의미한다.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사람을 함부로 때리지 않는 것은 때리는 법을 몰라서가 아니다. 사람을 폭행하면 큰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감히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사법부가 특정 범죄에 대해 어떤 판결을 선고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다. 단순히 누군가를 어느 정도 형
"I am 신뢰예요." 영어와 한글을 오묘하게 섞어 쓴 이 짧은 문장이 단연 화제다. 각종 예능과 광고는 물론이고 일상 대화에서조차 밈(meme)으로 활용되니, 이쯤 되면 창작자는 저작권료라도 받아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씁쓸하게도, 올 한 해 최고의 히트어는 연예인도 정치인도 아닌 전과 10범의 ‘전청조’라는 사람에게서 나왔다.2023년 10월 23일 여성잡지를 통해 펜싱스타 남현희 씨의 재혼‘남’으로 처음 소개된 재벌 3세 전청조는 등장과 동시에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4일 뒤인 10월 27일
2020년 양육비 이행법이 개정되면서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신상 공개·면허 정지·출국금지 등 간접강제 방안이 입법화됐다. 여기에 법원의 감치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1년 이상 양육비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에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규정까지 전격 도입했다.양육비 미지급은 사실상 아동학대와 똑같다며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성난 여론에 국회가 적극 응답하며 이룬 쾌거였다. 양육비 문제를 개인 간 사적 채무로 보고, 이를 양육자 스스로 해결할 과제로 남겨 뒀던 그동
2023년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이 의결됐다. 여당 국민의힘의 퇴장 속에 야당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일사천리 법안 통과가 진행된 것이다. 간호법이 여야 간 불협치를 상징하는 대표 법안이 되는 순간이다.그래서인지 간호법을 둘러싼 후폭풍이 매섭다. 의사 대 간호사 대립 구조는 식상하다. 이미 그들은 의료법상 ‘의료인’으로, 사회에서 고학력 엘리트 직군으로 대접받고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평생 일할 정도로 직업안정성도 탁월하다. 그 명분이 어떠하든 ‘가진 자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여지는 이유다. 문제는 그 밥그릇이 풍성한 12첩
"지옥은 텅 비어 있고, 모든 악마들은 여기에 있다." 이는 영국의 대문호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더 템페스트(The Tempest)’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악마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최근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며 우리 사회를 재차 충격 속에 몰아넣었던 ‘엘’에게서 지옥도 같은 현실을 본다.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최소 9명의 미성년자를 협박해 만든 성착취물 1천200여 개를 텔레그램 등 어둠의 경로로 유포해 온 ‘엘’은 악마 그 자체다. ‘엘’은 n번방의 갓갓 문형욱이나 박사 조주빈이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날아간 로또 1등 복권, 57억 원의 당첨금을 찾기 위한 말년 병장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 육사오(6/45)는 로또를 둘러싼 인간군상을 그리고 있다. 당첨금을 나누기로 하고 로또 회수에 합류한 소초장부터 북한에선 한낱 종이 쪼가리인 로또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북한 병사까지, 코미디 형식을 빌린 이 영화는 관객들을 실컷 웃기고 있지만 다른 한편 너무도 리얼한 스토리에 다큐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 "만약 로또 1등 당첨 복권이 북한으로 날아간다면…" 이 발칙한 상상에 선뜻 "나는 로또를 포기하겠다
배드파더스가 돌아왔다. 이번엔 ‘양육비 안 주는 사람들’이라는 직설적 이름으로 컴백을 선언했다. 우리 사회가 양육비 문제를 사인 간 채권·채무 관계로 치부하며 무관심했던 시절,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며 이를 아이의 생존권과 직결된 중심 의제로 공론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거기에 2018년부터 3년 3개월의 운영기간 약 900건의 양육비 사건을 해결한 것은 덤이다. 그 과정에서 신상이 공개된 ‘알고 보면’ 나쁜 부모들에게서 수차례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당한 것은 물론 각종 민사소송에 시달리기
1991년작 영화 ‘늑대와 춤’은 그해 아카데미 12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총 7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는 전쟁 영웅인 한 미국인 장교가 포상으로 받은 말 ‘시스코’와 주위를 맴돌던 늑대 ‘하얀 발’과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자연스레 인디언 ‘수우족 부족’과 마주치게 됐고, 그들과 교감하며 점차 인디언의 한 구성원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인디언들은 늑대와 함께 지내는 그의 모습에 ‘늑대와 춤을’이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그는 곧 백인의 삶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게 됐다. 이후
빨주노초파남보 원색으로 가득 채운 거대 게임세트 곳곳에선 선홍빛 혈흔이 넘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추억 속 골목놀이들이 한순간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데스게임으로 변모되며 잔혹하리만치 어른들의 동심을 파괴해 버린다. 이는 30일째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지키는 것은 물론 전 세계 1억4천만 명이 시청한 한류 드라마의 끝판왕 ‘오징어게임’ 속 세계관의 모습이다. 빚에 쪼들려 인생의 막바지에 몰린 456명의 사람들, 내 옆의 동료 한 명이 죽을 때마다 누적 상금액이 1억 원씩 늘어난다는 설정은 곧
군 내부의 가혹행위와 부조리를 그린 드라마 ‘D.P.’가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간 군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끈끈한 전우애가 돋보이는 영웅담이나 전쟁 속에 피는 남녀 간 사랑 이야기, 그도 아니면 악질 선임조차 개그 소재가 되는 코믹물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지난해 큰 인기를 누렸던 ‘가짜 사나이’는 군대 내 폭력과 악습을 미화하는 시대착오적 콘텐츠를 선보이며 마치 삼청교육대의 재림을 보는 것 같은 충격을 줬다. 각종 비속어와 욕설, "머리 박아"와 같은 얼차려를 ‘진짜 사나이’가 되기 위해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