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20대 여성 탈북민과 탈북 브로커인 그의 아버지가 받은 검찰 수사에서 마약과 관련된 북한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다. 상당수 마약이 중국을 통해 국내로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지난 2월 탈북민 A(22·여)씨와 아버지 B씨는 중국 선양(瀋陽)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던 중 필로폰 3g이 녹아 있는 중국 술병이 세관에 적발돼 구속됐다.

2012년 탈북한 B씨는 브로커와 함께 중국 관련 회사를 운영하면서 선양, 단둥(丹東) 등지를 오가며 북한 주민들에게서 필로폰을 구입해 국내에 반입·유통해 왔다.

A씨는 2013년 B씨의 도움을 받아 탈북에 성공했다. 한국에 대해 배우며 적응을 하던 A씨는 지난해 5월 아버지에게 희소식을 듣는다. 곧 북에서 어머니와 언니가 중국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는 얘기였다. A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에게서 "어머니와 언니가 북한 보위부에 걸려 어디론가 끌려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때부터 A씨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자 B씨는 일명 ‘삥두(필로폰)물’을 먹이기 시작했다. 약이 없어 진통제 등 대용으로 필로폰을 사용하는 북한에서는 흔한 모습이다. A씨의 마약 양성 반응은 이 습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는 반성문을 7회에 걸쳐 제출했다.

검찰은 최근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 B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B씨는 밀수 전과도 있고 세관에 마약이 또 적발돼 징역형을 구형한 것"이라며 "A씨의 경우 정신이 온전치 않아 아버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워 징역을 사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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