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의미하는 닭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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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닭은 새 아침과 시대의 시작을 알린다. 때마침 정유년(丁酉年)은 닭의 해다. 그것도 60갑자 중에서 34번째에 해당하는 붉은 닭의 해다. 닭은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길러 온 가축으로 우리에게 친숙하고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닭은 시간으로는 오후 5시~7시 사이를 가리켜 예로부터 어둠 속에서 새벽을 알리는 닭을 우리 조상들은 빛의 전령,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닭 농가에게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 다름 아닌 동물복지개념이다. 매번 되풀이 되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맞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동물복지란, 가축을 지나치게 좁은 철망안에서 사육하면 안되며, 가축을 도축할 땐 고통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렇게 동물의 생태 환경에 알맞은 일정 수준의 서식 조건을 갖춘 가축농장을 일컬어 동물복지농장이라 한다.

새 희망을 의미하는 닭의 해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자칫하면 양계농장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자연 상태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할 닭이 비좁은 공간에서 고문을 받듯 사육되다 보면 스트레스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좁은 면적의 좁은 케이지에 가둬 놓고 기계처럼 사육하는 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AI(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바이러스에도 쉽게 노출된다.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축산농가에 대한 친환경 직접지불의 조건으로 동물복지의 이행 여부를 포함하고 있다. 닭의 경우, 닭의 복지를 위해 닭 한 마리당 닭장의 넓이를 33㎠로 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닭이 마음껏 움직여야 건강한 계란과 닭고기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 동물복지농장 확대해야

우리나라도 1991년부터 동물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 법은 주로 애완동물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04년엔 친환경 축산정책의 일환으로 가축의 최소 축사면적과 조사료포 확보 등을 기준으로 한 축산업등록제와 친환경직불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어서 2012년 동물복지농장 제도가 도입됐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100여 곳이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국내 1호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동일농장 홍기훈 대표의 경우, 근래 전국 양계농장이 조류 인플루엔자로 초토화된 상황에서도 끄덕없다. 그의 농장에는 폐쇄형 닭장을 찾아볼 수 없다. 1㎡당 9마리 이하를 키우게끔 조성돼 밀집닭장보다 눈에 띄게 넓다. 톱밥, 왕겨와 같은 깔짚도 바닥에 깔았다. 깔짚은 아늑할 뿐 아니라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닭의 변을 희석한다. 깔짚이 깔린 바닥이 깨끗하고 건조한 상태로 유지되다 보니 질병 발생을 예방한다는 것이다.

특히 닭들이 8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적절한 기온상태에서 지내도록 매일 시간대에 맞춰 꾸준히 관리한다. 아울러 이 농장에는 달걀을 낳는 공간과 높이 날아 올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홰도 마련돼 있다. 이런 아늑한 사육 환경 덕분에 AI의 창궐 속에서도 동물복지농장들은 비교적 안전한 청정지대로 남아 있다. 동물복지 문제는 앞으로 농축산물 교역에서 무역장벽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축산농가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문제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는 동물복지 계란과 닭고기를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구입할 것인가에 있다. 또 최근 연구 자료에 의하면, 동물복지가 도입될 경우, 닭고기는 16~51% 오를 것이라고 한다. 산란계의 경우, 축사면적 또한 지금보다도 5.36배로 뛴다고 한다. 당장 우리로선 동물복지시스템을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추세, 그리고 수입 축산물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질 없이 준비해야 되는 문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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