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영애 발인식, '노년의 치열함'이 보여준 '업의 길' …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故 김영애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JTBC 손석희 앵커가 김영애와의 특별한 인연을 이야기하며 눈길을 끌었다.

11일 JTBC '뉴스룸'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을 통해 故 김영애의 '업의 길'에 대한 이야기했다. 손석희 앵커는 김영애와 함께 故 여운계를 언급했다.

손석희 앵커는 학창 시절 우연히 여운계와 같은 탁구장에서 복식 탁구조를 꾸렸던 추억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운계가 다른 탤런트들과 복식 탁구를 칠 때 숫자가 모자라서 자신을 불렀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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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영애의 발인식이 엄수된 가운데 손석희 앵커가 김영애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사진 = JTBC '뉴스룸' 캡처.

또한 손석희 앵커는 같은 방송사에서 김영애를 우연히 보게 돼 설렜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손석희 앵커는 김영애가 자신과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고 가끔씩 자그마한 상점에서 마주쳤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는 "훗날 같은 방송에서 일하면서도 그녀를 볼 기회는 한 번도 없었다. 김영애의 병환 소식을 들었을 때 우연히라도 만나면 '당신의 그 찬란했던 시절을 나는 잘 기억하고 있다'고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손석희 앵커는 "오늘 우리는 그녀를 영원히 떠나보냈다"고 말한 뒤 "하지만 故 김영애의 발인 소식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들이 찬란하게 빛나던 시기는 젊은 시절이 아니라 삶과의 이별을 앞두고도 치열했던 그들의 노년이다"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논했다.

손석희 앵커는 김영애의 생전 발언인 "연기는 내게 산소이자 숨구멍 같은 존재다. 배우가 아닌 나를 생각할 수 없다"는 발언을 인용한 뒤 "초중반 김영애였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업에 전력을 다했던 사람만이 부끄럼 없이 내놓을 수 있는 말이 그 말이었을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손석희 앵커는 이들의 삶에 관해 "업에 전력 다했던 사람만이 내놓을 수 있는 말이다. 여운계와 김영애는 세상의 많은 이들이 업보의 길을 갈 때 업(業)의 길을 꿋꿋이 갔다"며 "떠나간 그들이 자리가 크고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故 김영애의 발인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많은 연예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발인식은 기독교식 예배로 이뤄졌으며 고인의 뜻에 따라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

김영애는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그는 2016년 겨울 건강이 악화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췌장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며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지난달 김영애는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최종회에서 모습을 나타니 안고 자취를 감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때 소속사 측은 김영애가 갑작스럽게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로 "처음부터 50회까지 출연하기로 계약이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해당 드라마는 50회 분량이었으며 김영애는 드라마가 4회 연장되면서 체력적 문제로 하차하게 됐다.

월계수 하차 이후 김영애는 스스로 영정 사진을 준비하고 수의로 입을 한복을 알아봤다고 한다. 또한 장례 일정이나 절차 등도 직접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석희 앵커가 김영애와 함께 언급한 인물인 여운계는 2009년 5월 세상을 떠난 배우다. 그는 1962년에 KBS의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뒤 KBC '토지', '왕과 비', '오! 필승 봉순영', '비단향꽃무', '좋은걸 어떡해', '며느리 전성시대', '장화, 홍련', MBC '대장금', '내 이름은 김삼순', '안녕, 프란체스카', SBS '청춘의 덫', '쩐의 전쟁' 등의 드라마에서 연기를 펼쳤다. 또한 영화 '정 두고 가지마', '엄마의 일기', '별난 여자', '팔 며느리', '목소리', '땅콩 껍질 속의 연가', '순악질 여사', '만추', '산딸기2', '그녀와의 마지막 춤을', '마파도 등 스크린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여운계는 별세 직전 신장암으로 투병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2007년 9월 신장암으로 왕과 나에서 하차했으며, 며느리 전성시대의 촬영 활동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 석 달 후 재기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장화, 홍련 출연 중 폐렴을 이유로 중도 하차했으나 뒤늦게 신장암의 폐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같은 해 5월 22일 향년 70세로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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