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주가 조작, 저렴하다는 이유로 유해 원료 사용. 매일 언론에서 기업 비리 소식을 접해도 쉽게 비판하기는 어려웠다. 경영은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 이익을 창출하는 효율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손해를 감수한 도덕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이 기업의 이야기가 더욱 기적처럼 느껴졌다.친구와 대전에 놀러 간 날이었다. 당연한 절차로 대전의 명소 성심당을 먼저 찾았다. 길게 늘어진 줄에서 차례를 기다린 끝에 들어간 빵집 내부는 마치 출근길 만원 지하철 같았다. 종일 수많은 손님을 상
대한민국 엘리트들은 왜 이리 오만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보일까? 그들은 배움의 과정이자 소위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면서 극심한 경쟁 교육에서 살아남은 승자로 분류된다. 그런데 그들은 어느 면에서는 무늬만 화려한 경쟁 교육이 낳은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교수, 의사, 판검사, 변호사 등-라 불리는 사람들이 드러내는 집단적·이기적인 일탈행위나 오만과 독선, 교묘한 법기술자로서의 범법행위들이 이를 방증한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유감스럽게도 인성적 측면에서 사회 다른 구성원들에 대한 나눔과 배려, 공감,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삽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때로는 정작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살았음을 깨닫기도 하고, 중요했다고 여긴 것들이 하찮은 것이었음을 알고는 후회하기도 합니다. 본질을 모르면 주변 잡것들에 시선이 가고,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마치 유명 화가의 전시회에 간 사람이 어느 작품 앞에서 "액자가 무척 비싸 보이는 걸 보니 저 그림이 대단한 그림인가 보다"라고 여기는 것처럼 말입니다.액자의 화려함으로 그림의 가치를 매긴 겁니다. 전시장을 찾은 목적, 즉 ‘본질’은 작품을 보기 위해서이
법조계(法曹界)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돈 있는 사람은 죄가 없고, 돈 없는 사람은 죄가 있다’는 뜻의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전근대적 문구가 잔존한다. 진작에 사라졌어야 할 용어다.돈만 있으면 귀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뜻의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금전의 위력으로 못할 게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어쩌면 이 네 글자가 온갖 비리로 얼룩져 혼탁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초상(肖像)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오늘이 ‘법의 날’이기도 해 성어에 얽힌 고사 유래를 전재(轉載)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소비문화 개선이 필요하다. 그 첫째가 버려지는 쓰레기다. 또 자동차 운행이다. 골목에는 쓰레기가 쌓이고 거리에는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달린다. 젊은 사람, 노인,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자동차를 타고 바쁘게 오간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자동차를 운행한다.분명한 것은 자동차가 생활에 편리한 것 못지않게 경제적 부담은 물론 환경을 오염시키고 사람의 건강을 해친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매연, 이산화탄소 등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폐유, 폐타이어, 부서진 차체 등 폐기물은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킨다. 그뿐
세계는 지금 빈곤, 차별, 환경 파괴, 전쟁과 같은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하늘과 바다가 연결됐듯 세계 여러 나라와 사람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버린 쓰레기는 다른 나라의 바다를 더럽힌다. 지구 열대화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가 섞인 연기를 내다보면 다른 나라 하늘도 오염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줄어들던 빈곤층이 늘어났고, 특별히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줬다. 학교에 가지 못한 어린이가 1억6천800만 명이나 됐다. 세계는 지금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이라는 구호 아래 2030년까지 이뤄
현 시점에서 저출생 문제 해결은 최우선 국정과제가 됐다. 이대로 가면 국가 소멸이 예상된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본격화되는 고령사회 대비책도 세워야 한다.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저출생·고령사회는 연금제도, 건강보험제도 등 기존 사회보장제도 구조를 넘어서는 사회경제적 구조 변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물론이고 직전 정부들도 개혁의 불가피성은 지적하면서도 시간만 보내고 여전히 연구 작업과 의견 수렴만 반복했다. 시급한 과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장기 제도 변화를 준비하는 동시에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
지난 3월 말, 인천시 남동구 지명위원회가 남동구청 은행나무홀에서 열렸다. 지명 제정은 기존에 자연스레 사용됐지만 별도 지명이 없어 거주민과 방문객에게 새로운 주택단지를 설명하기 불편하므로 이를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새로운 지명을 지정함으로써 거주민들로 하여금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고취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얻을 수 있다.지명안 선정은 먼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한 주민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다. 그 결과를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의결해 구에 보고하면 구는 지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그 결과를 인천시로 올리는 과정을 거친다.이날
제22대 총선은 ‘야권 압승, 여당 참패’로 귀결됐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 선거 결과도 동서로 뚜렷하게 갈려 영·호남 지역주의 골이 극복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과 충남, 호남, 제주 등 한반도 서쪽은 야권이 압승했고, 영남권과 강원도 등 한반도 동쪽은 여당이 압승했다. 작은 국토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동쪽지역 주민과 서쪽지역 주민의 정치적 의사가 이처럼 확연하게 대조적인 것은 분명 그 합리성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동쪽지역 주민들과 서쪽지역 주민들은 상대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도저히 이해가 안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매스컴에서도 빈번하게 다룬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구의 자원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인간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하며, 사회적 정의와 평등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투자자 관점에서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대상 기업이 환경·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자신의 영향과 책임을 고려하면서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창출하느냐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이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직원, 공급자, 지역사회 등 이해 관
꽃은 피우는 데 1년이 걸리고, 나무는 숲을 이루는 데 30년이 걸립니다. 사람을 키우는 데는 100년이 걸립니다. 저는 늘 꽃을 많이 키우는 마을을 상상해 왔습니다.꽃이 없는 마을에서 어찌 숲을 기약할 수 있으며, 나무 하나 키우지 못하는 마을에서 어찌 사람 하나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저는 낭창낭창 꽃비를 내리는 봄나무 아래서 이 글을 씁니다. 벚꽃은 절정을 지났습니다. 가지의 매듭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은행잎의 새순은 연두입니다. 은행나무의 거친 껍질은 태어날 때부터의 것 그대로입니다. 몇 살이냐고 묻지 못했습니다. 나보다 적
최근 인터넷 매체의 빠른 발전으로 사이버 도박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사이버 도박 위험군’에 속하는 청소년이 100명 중 3명꼴로 집계됐다. 청소년 총 88만 명 중 2만8천838명(3.2%)이 사이버 도박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이다.왜 청소년들 사이에서 사이버 도박이 유행하는 것일까?그 이유를 따져 보면, 불법 온라인 도박의 경우 별도 성인 인증 절차 없이도 가입이 가능해 청소년 가입에 제재가 없고, 온라인 게임과 비슷한 도박을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못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중독돼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도박 고위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가 최근 빠르게 보급되면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보도, 차도, 골목에서까지 거리를 활보하는 전동킥보드를 흔히 볼 수 있고 조작이 쉽고 간편해 이용객 또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개인형 이동장치는 만 16세 이상 면허가 필수다. 무면허운전의 경우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되며, 13세 미만 어린이가 운전할 경우 보호자에게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린다. 또한 헬멧 미착용, 2인 이상 탑승, 보도 주행 시에도 범칙금이 부과되며, 음주운전과 주행 중 휴대전화 사용 등은
신대륙 미국에서 건너온 무용수(舞踊手) 이사도라 던컨(I. Duncan 1878~1927)은 맨발의 자유로운 춤으로 유럽 예술계를 뒤흔들었고,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했던 사람이다. 그의 영광스러운 이름보다 훨씬 더 거대한 존재였으며, 본질적으로 혁명가(革命家)였다.20세기 전(全)기간 세계 무용계는 단 두 개의 화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사도라 던컨을 계승할 것이냐? 어떻게 그녀를 극복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는 프로이트(S. Freud)나 니체(F. Nietzsche)나 마르크스(K. Marx) 같은
조선시대 신문고(申聞鼓)는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한 사람이 대궐에 매달린 북을 쳐서 임금에게 직접 호소하는 민의상달 제도였다. "민생의 휴척(休戚)을 아뢰고자 하는 자는 북을 치라"고 해 임금의 총명을 막거나 가리는 근심을 없애고자 했다. 조선시대에 신문고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태종대(代)인 1401년이다. 형벌이 자신에게 미치는 일, 부자(父子) 관계를 밝히는 일, 적첩(嫡妾)을 가리는 일, 양천(良賤)을 가리는 일 등 네 가지(四件事) 사건과 자손이 조상을 위하는 일, 아내가 남편을, 아우가 형을, 노비가 주인을 위하는 일
부존 자원이 별로 없고 가난에 찌든 대한민국은 1948년 의무교육을 시작으로 한글을 통해 문맹에서 벗어나 지금은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에서 살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데 작용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난을 물리치기 위한 부모들의 교육열이라고 할 수 있다.일부 정치인과 교사들은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는 과도하고 왜곡된 교육열기는 사회에서 퇴치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신분 상승과 잘 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교육 풍토는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문화적 특성이며, 특히 6·25전쟁 동안 파괴된 대한민국이 오
울산지방법원은 최근 근로자가 작업 중 기계에 머리가 눌려 사망한 사건에서 경영책임자인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현재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판결이 선고된 14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건입니다. 나머지 사건에서는 경영책임자가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이하 실형을 선고한 판결례를 분석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울산지방법원은 2024년 4월 4일 자동차부품업체 A사의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등을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작업자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피해 비용이 연간 2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음주운전 사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식되면서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음주운전 재범 비율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나타났다.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전체 적발자 중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의 비중이 평균 43.2%다. 이는 한번 적발된 뒤에도 또다시 음주운전에 나서는 경우가 100명 중 43명 이상이나 된다는 얘기다. 음주운전이 마치 마약처럼 습관적이고 중독적이라는 말이
요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을 많이 한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공자는 편견이 있으면서도 지혜롭다고 자만하면 미움받을 수 있다고 했건만, 의견이 편견으로 치환되고 생각은 고집불통과 아집으로 변질되는 등 감정부터 늙어 가는 생리적 변화를 겪곤 한다. 누구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누구는 현 존재로 너 자신을 살라고 했다.우리는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비본래적인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매사에 타인과 비교해 열등감 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스스로 주눅들 때도 많다.하지만
"영하 50℃ 시베리아 벌판의 늦은 밤, 아홉 살 소년이 처음으로 늑대로부터 가축을 지키는 임무를 아빠에게서 부여받고 밤을 새우며 벌판의 눈보라와 맞서고 있다.험준한 시베리아 유목민들은 아들이 아홉 살이 되면 혼자 생존하는 법을 가르친다. 소년은 늑대와 싸우고 칠흑 같은 어둠, 칼날 같은 눈보라와 두려움과 싸워야만 한다. 이런 과정에서 소년은 유목민의 긍지를 제 삶으로 인정하게 된다.언제나 아들의 주변을 맴돌며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는 불행을 끌어다가 아홉 살 소년 앞에 무릎을 꿇려놓고서 사죄를 받아낸다. 눈앞의 행복을 가르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