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 자료 수집 차 자금성 이화원 만리장성 장안가 등 베이징의 주요 관광지를 모처럼 다시 다녀왔다. 베이징은 지난 90년대말 필자가 유학을 하면서 틈틈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골목골목을 누빈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친숙한 곳이다. 지금은 시내 도처에 최첨단으로 무장한 화려하고 웅장한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고, 특히 도로 곳곳에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방불케 하는 각종 명차들이 줄지어 다니는 곳이지만, 불과 20년 전 90년대 라오베이징(老北京)의 모습은 지금과는 전혀 상반되어 참 아늑하고 푸근한 곳이었다. 생활 곳곳에는 우...
여름방학 중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Bosnia-Herzegovina, 통상 보스니아라고 불림)를 방문하게 된 나는, 사라예보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스타리모스트’에서 1995년 초로 플래시백(Flashback)하고 있었다. 잔인한 ‘보스니아 내전’ 사태는 그해 가을 즈음 종결됐고, 청운대학교(1995년 3월 개교)로 부임한 나는 하루가 짧다고 느끼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국제 뉴스는 보스니아라는 글자를 빼놓지 않았었고 ‘인종청소(ethnic cleansing)’같은 단어들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 기본 내용을 담은 소득주도 성장론은 국제노동기구(ILO)가 2010년부터 제기한 논리다. 임금을 중심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가계의 소비가 증대되고 이는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본격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대규모 공공일자리를 만들고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렸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유도하며 재원마련을 위해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이후 10년 동안 IMF 외환위기와 글로...
글쎄 홍 대표님에게 이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홍 대표님과는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생이기도 하고, 15대 국회의원 초선 동기이기도 해서 더 망설였습니다. 지난 탄핵 이후의 대선 국면에선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이시기도 하셔서, 저와 같은 지나간 인물들이 살아 있는 자유한국당의 대표님에게 글을 쓴다고 한들, 이를 읽어 주실 리가 만무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더욱 편지글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홍 대표님은 또다시 보수야당의 당대표로 선출되기도 하셨으니, 그 책임감이 너무 막중함을 스스로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
지난 20일 인천지방법원 최한돈 부장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6월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는 ‘판사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 조사를 의결하면서 이를 담당할 현안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에 최한돈 부장판사를 선출 한 바 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추가 조사 결의를 수용하지 않았다. 최한돈 부장판사는 사직서를 제출한 뒤 법원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사법부 내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법관에 대한 동향파악은 명백히 법관 독립에 대한 침해이며, 추가조사에 대한 거...
2017년 7월 13일 , 중국 민주화의 별로 상징돼 온 류샤오보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1955년생이므로 62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것이다.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유혈 진압 사태 이후에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온 고인의 영전에 삼가 깊은 애도와 존경을 드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버마의 수지 여사, 대한민국의 김대중 선생,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 ! 이 분들의 공통점은 자국의 외세로부터 독립과 국민의 인권 발전을 위해 온 생을 받쳤다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의 20여 년 헌신과 수지 여사의 투쟁, 김대중 ...
우리나라에서 ‘경제자유구역’과 같이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해 5대 정권을 걸쳐 오랫동안 장수하고 있는 정책도 드물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8개 경제자유구역이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중앙 관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지방 단위에서도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용어를 점점 듣기 어려워지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서자 취급을 받고 있지는 않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더욱이 지방에서는 단순한 지방정부의 형식적인 정책 장식품이거나 해당 단체장의 선거용 치적거리로 치부되고 있는 게 현실이...
인천시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천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당연히 고향에서 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지만 타지에서 태어나 인천에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시민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인천에 살고 있을까? 더 나아가 인천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인천시민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만일 인천시민이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외부에 사는 사람들이 인천시민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면 인천시는 최고의 광역자치단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인천시민이 인천에 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외부에서도 인천시민을 불쌍하게 바라보고 있다면 ...
성주에 배치되는 사드를 둘러싸고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크고, 급기야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사드 배치에 따르는 환경영향평가는 신도 피할 수 없는 법적 절차이며,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시민들은 환경영향평가와 관련된 정치적 논란의 홍수 속에 빠져 있다. 법률이 정하는 일정규모 이상의 사업을 시행 전에 사업자는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서를 작성해 이를 승인기관에 제출하고, 승인기관이 환경부장관의 협의, 검토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절차를 환경영향...
최근 업그레이드된 알파고 2.0은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를 가볍게 제압했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이제 바둑과의 대결을 끝내고 과학, 의학 등 범용 인공지능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 이상 인간과 바둑 대결이 무의미해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혁신은 종전의 혁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디지털, 바이오, 금융, 교육서비스, 사물인터넷 등으로 발 빠른 광폭행보를 선보일 것이다. 인류의 행태(行態) 패턴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인류는 문명 초기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에 의존...
유라시아에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강한 러시아’를 내세우며 신동방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는 기존의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의존을 줄이며 동북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서 극동·바이칼지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천연가스 개발에 있어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와 같은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양국의 에너지 수급의 필요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셰일가스 개발과 공급에 있어서의 미·일 협력체제에 대항하려는 성격도 띠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는 사할린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
지난해 형사사건을 수임 받은 적이 있다. 1990년대부터 2013년도까지 함께 부동산중개업을 동업으로 해오던 피고인이 자신이 단독으로 매수한 부동산에 대하여, 뒤늦게 고소인이 공동으로 매수했다고 주장하면서 횡령 혐의로 고소를 제기한 사건이었다. 검찰 조사과에서 정밀하게 조사를 받았고, 이때 변호인인 필자가 입회하여 피고인이 조사를 받았다. 몇 차례 대질 조사를 거치기도 했다. 검찰 조사관은 최후에 피의자에 대하여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을 통지받은 변호인이었던 필자는 이 사실을 피고인에게 통지했다....
미국의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는 1950년도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공산당원 297명의 명단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미국사회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매카시의 주장을 일부 정치인들이 이용하면서 미국은 매카시즘의 광풍에 휩싸인다. 수년 뒤 지식인과 기자, 법조인들이 매카시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을 조목조목 지적할 때까지 미국에서 수백 명이 수감되고 1만여 명이 직장을 잃었다. 매카시즘은 당시 미국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두려워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던 것을 이용해 정치적 라이벌이나 노동조합 구성원, ...
최근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고문방지위원회는 한국에 대한 평가보고서에서, 2015년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가 고문 및 기타 잔인하고 비인도이고, 굴욕적인 처우 및 처벌의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 제14조에 위반된다면서 위 합의의 수정을 권고했다. 1975년 12월 9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위 일명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세계 인권선언 제5조를 기초로 해 1984년 12월 10일 유엔에서 정식 협약으로 채택됐고, 우리나라는 1995년 2월 8일 국회 비준을 받아 전 세계 123개 협약 가입국의 하나가 됐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가 한일 위...
최근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혼란 상태를 거쳐 역동적인 또 다른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작년 말 일명 최순실 게이트 직후 2016년 12월 9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의결, 국무총리의 권한대행 체제, 2017월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이라는 파란만장한 정치적·사법적 과정이 숨 가쁘게 지나갔다. 대다수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상황과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진 이념·지역·세대 간 대립과 갈등을 보면서 감당하기 힘든 사회적 아노미(Anomie) 현상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음은 물론이다. 오죽했으면 "세계에서...
‘악법도 법이다’라고 소크라테스는 이야기했지만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시민사회에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정권하에서 법은 민중을 억압함으로써 독재를 공고히 하고 군사정권을 연장하고자 하는 수단으로 인식했고 따라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법을 따르는 것은 잘못된 것(불의)에 굴종하는 것이었고 이에 대항해 투쟁하고 거부하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했다.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 군사정권과 이들의 통치수단으로서의 법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시민사회 진영 간의 오랜 대치는 문민정권이 들어서고도 상당...
요즘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는 한가로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만족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중국과 우리나라 사이에 진행되고 있는 사드 문제는 하나의 뾰루지일 뿐이다. 가장 핵심적인 위험 요소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을 타격하기 위한 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고, 자국의 안보가 최우선일 수밖에 없는 미국 정치권은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태평양 인근에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 요인은 남중국해, 타이완, 조어도, 그리고 북한까지 아시아 전체에 걸쳐 빼곡하게 펼쳐져 있다. 남중국해...
어느 국가나 성숙한 사회로 이동해 가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음을 인류의 역사는 보여준다. 17세기 이후 유럽의 근대화를 이끌어 온 밑바탕은 개인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본주의라는 틀이었다. 이러한 제도들을 유지시키기 위해 그들은 많은 피를 흘려야 했고, 그 속에서 약속 잘 지키기, ‘똘레랑스(관용)’와 같은 덕목들을 발굴해 냈다. 상호간에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서는 위와 같은 시스템이 돌아가지 않을 터이니 ‘사회계약론(약속 잘 지키기)’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불관용(zero-tolerance)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 5월 조기대선이 현실로 다가왔다. 급하게 치러지는 대선이다. 국민들의 마음도 혼란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차분하게 이번 대선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5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생각해야 할 ‘대의’는 과연 무엇일까? 일각에서 보수 후보가 없다면서 보수진영 후보를 찾자고 한다. 그리고 이에 맞서는 후보를 진보후보로 나누며, 정권을 좌우파로 나눈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진영싸움 계략으로 이득을 보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판은 보수와 진보의 진영싸움이 아니다. 그 주장도 옳지 않다....
3월 남도로부터 봄소식이 전해진다. 어딘가 대문을 박차고 떠나고 싶다. 대부분 사람들은 여행(Travel)과 관광(Tour)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여행과 관광은 집을 떠난다는 점만 같을 뿐 다른 공통점은 전혀 없다.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여행객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지혜를 얻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를 접촉하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관광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소비 행위이다. 관광객은 관광을 통해 편안함과 즐거움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