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비싼 돈을 내지 않아도, 내 주변에서 쉽고 재미있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을까? 소소살롱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했다. 인천에서 열리는 축제와 공연, 전시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내용인지 알려나가다 보면 수요와 공급 양쪽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공연에 대한 전문 평론보다는 관객 처지에서 바라본 솔직한 감정을 쓰기로 했다.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였다.감사하게도 기호일보에서 지면을 허락해 주셨다. 공연을 찾고 실제로 가 보고 후기를 쓰기 위해서는 2주 간의 간격이 필요했다. 어떤 공연은 기대에
나는 의외로 고지식한 부분이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더욱 그런 편이라 나온 지 한참이 되도록 4D 형식으로 상영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들은 바에 따르면 의자가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물과 바람도 나온다던데, 왜 그런 효과까지 필요하냐며 시큰둥하게 대했다. 그런 내가 드디어 4D 영화에 입문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의 일원인 내가 어찌 콘서트를 놓치겠는가. 지난해 10월 15일 부산에서 열린 ‘Yet to Come’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전력을 다해 티케팅했다. 다행히 결과가 좋
어떻게 해야 그림을 잘 보고 이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난해한 작품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설명이 없으면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이 예술이 돼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중학교 때 미술 과목 과제가 떠오른다. 미술 전시를 보고 관람 후기를 써야 했던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인사동에 가서 다짜고짜 제일 눈에 띄는 갤러리에 갔다. 굵은 선 하나가 그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게 무슨 그림이냐면서 물음표만 잔뜩 품었다. 갤러리에 걸린 알 수 없는 그림보다 인사동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 정신없이 하루를 살다 보니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들이 반복됐다. 새해라고 해 봤자 그저 날짜 하루 지났을 뿐 달라지는 건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내가 새해를 핑계로 바이올린을 다시 배우기로 했다. 2022년 12월 30일 아트센터 인천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콘서트 with 히사이시 조’ 공연이 가져다준 용기였다. ‘애니메이션 콘서트 with 히사이시 조’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을, 2부는 애니메이션 ‘바이올렛 에버가든’
중학생 때 일이다. 아마 도덕 시간이었지 싶다. 2인 1조로 ‘장애 체험’을 했다. 한 사람이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사람이 길을 안내하며 운동장 한 바퀴를 돌고 오는 체험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던 때였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꽤 새로운 시도였다. 눈을 가리자마자 찾아온 어둠은 익숙했던 모든 것을 낯설고 두렵게 만들었다.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그러나 나는 이런 방식의 체험을 권하고 싶지 않다. 일단 장애는 체험의 영역이 아니다. 어떤 이에게는 정체성이자 생존의 문제다. 잠깐의 불편함을 겪는다고 해서
무용은 어렵다. 춤은 언어로 된 표현과 해석에 익숙해진 우리가 잃어버린 원초적인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도 망설이다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손동작 하나에도 그렇게 많은 감정이 담겼다는데 하나도 느끼지 못하고 돌아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춤과 음악이 가장 예술다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 둘이 어우러진 공연이라면 말도 못하게 아름다우리라 늘 생각한다.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의외의 계기였다. 방탄소년단의 멤버인 ‘지민’의 솔로 공연을 보게 된 것이다. 지민은
록 스타는 타고난다. 밴드 ‘사랑과 평화’의 보컬 이철호 씨가 분홍색 티셔츠에 분홍색 신발을 신고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스탠딩 마이크를 머리 위로 들었다 놨다 하는 흰 머리의 로커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사랑과 평화’는 1970년대 중반 ‘서울나그네’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밴드를 전신으로 한다. 1978년 1집을 냈고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다. 기타·베이스·건반·드럼 모두 탁월한 연주 실력을 갖춘 것이 ‘사랑과 평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1970년대 당시 최고의 실
빼앗긴 봄에도 청춘은 오는가. 해방 이후 곧바로 전쟁을 치러야 했던 이 땅에서도 청년들은 꿈을 꿨고 사랑을 키웠다. 극단 ‘십년후’의 창작극인 ‘올 더 웨이’는 요동치는 한반도의 역사를 온몸으로 버틴 이들에 대한 위로의 노래다. 인천이 배경이다. 가난과 시대적 불행 때문에 원치 않는 이별을 반복하며 아픔을 겪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인천항과 신포동, 자유공원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인천인들에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는 ‘연안부두’를 시작으로 ‘젊음의 노트’, ‘이별의 인천항’, ‘님은 먼 곳에’, ‘그리움만 쌓이네’, ‘거리에서’, ‘푸
"I seem to find the happiness I seek when we’re out together dancing out together dancing out together dancing cheek to cheek(내가 찾던 행복을 찾은 것 같아요. 우리가 함께 춤출 때요. 우리가 함께 뺨을 맞대고 춤출 때 말이에요)."엘라 피츠제럴드와 루이 암스트롱이 불렀고 이후에도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Cheek to Cheek’이 인천의 가장 오래된 재즈클럽 버텀라인에서 흘러나왔다.코로나 이후의 첫 재즈 공연‘블렌딩노트’라는 청년
영화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다가 역설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예술 장르라고 생각한다. 그 경험이 반드시 공감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잔혹한 폭력 장면을 팝콘을 먹으며 보는 내 자신이 갑자기 낯설어지는 경험도 한다. 스크린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관람’하고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관찰’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면서 두 시간가량을 보내고 나면 어두운 극장에서 사람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밝은 공간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암흑 속 이야기는 금세 아득해지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현실로 부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