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택 포천경찰서 교통경비작전계 경장
송원택 포천경찰서 교통경비작전계 경장

최근 몇 년간 전 지구적으로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해 인류는 미증유의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세계적 이상기후 및 전염병이 창궐하는 등 더 이상 재난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전 인류가 연대해 극복해 나가야 하는 수준에 이르렀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여름철에는 수도권 국지성 집중호우 및 남부지방 가뭄, 제11호 태풍 ‘힌남노’와 같이 대형 자연재난을 경험했고, 사회재난으로 분류되는 코로나19, 원숭이두창과 같은 전염병도 아직 극복하지 못해 국민들은 여전히 공포와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재난은 자연재난, 사회재난을 가리지 않으며 가일층 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여 범국가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당국은 최근 몇 년간 재난 대응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는데, 대표적으로 소방의 국가직 전환과 경찰 내 재난지원부서의 112치안종합상황실 이관 등을 들 수 있겠다. 

 위와 같은 방안 덕분에 소방은 조직의 통일적 운영으로 전국적·광역적 재난 발생 시 신속하고 긴밀하게 재난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경찰은 재난지원부서를 기존 경비 기능에서 112치안종합상황실로 이관, 재난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사항은 재난 발생 위험성이 임박하거나 발생한 후 상황에만 초점을 맞춘다. 

 현행 재난 관리체계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4단계 과정으로 분류돼 있는데, 대한민국의 재난 대응은 사후 단계(대응·복구)에만 국한돼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재난 대응의 사전 단계(예방·대비) 고도화 구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현행 사전단계를 면밀히 살펴보면 예방단계는 재난 요인 사전 제거, 피해 가능성 최소화 등을 위해 정부 합동 안전점검, 재난관리체계 평가 등을 행하고 있고, 대비단계에서는 재난 발생 시 원활한 대응 태세 준비를 수행하는 과정으로 재난 분야 위기관리 매뉴얼 작성, 재난대비훈련 등을 행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만으로는 대형 재난을 막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최근 수도권 국지성 집중호우 사태를 돌이켜보면 당시 서울 양천구는 빗물배수시설(빗물터널)이 설치돼 집중호우의 수해를 조금이나마 피해 갈 수 있었으나, 강남·광화문 등 빗물터널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은 물난리가 발생해 수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한 아픈 기억이 있다.

 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군, 경찰, 소방 등의 헌신과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대형 재난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빗물터널 사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과감한 재정 투자만이 미증유의 대형 재난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

 이제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하고 적극적인 재정적 투자와 관심으로 그 어떤 극단적인 재난상황을 맞이하더라도 피해를 막고 견뎌 낼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여름의 가슴 아픈 수해를 타산지석 삼아 2022년이 대한민국 재난 대응 패러다임 대전환의 원년이 돼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는 해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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