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면서 시중에는 10%가 넘는 적금도 잇달아 등장한다. 여러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단 1년 만에 이자 10%를 받는 적금은 IMF 이후 처음일 테다.

이자가 오른데다 이사를 잘 하지 않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부동산 거래에도 찬바람이 계속 분다. 뭔가 심상치 않다.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서 주변에는 벌써 억대 손해를 봤다며 분개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다만, 집값이 떨어져 손해를 본 분풀이를 엉뚱한 데 하는 사람이 있다. 이웃이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팔았다며 신상털기를 하고 욕설을 내뱉으며 이른바 ‘조리돌림’을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어떤 이는 아파트 시세는 집주인의 이자 지불 능력이 결정한다고 한다. 이자율이 오르면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는 사실을 간단하게 설명한 셈이다.

분노한 사람들 심정이 이해된다. 집값이 떨어지면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범법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감추기 어렵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와는 반비례해 높아지는 전세가율이 집주인들을 불안하게 한다.

식칼 하나를 샀다고 강도 취급을 받는 셈인데, 가능한 일을 했을 뿐인데 중대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는 사실은 참기 어렵다.

그럼에도 분노가 향하는 곳을 좀 더 올곧게 바로잡는 일은 시민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덕목이다. 분노가 가는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그 혼란은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기 십상이다. 전쟁에서는 이를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라고 하며 전쟁범죄로 다룬다.

범법자가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서 나온 분노가 자신을 범죄자로 만든다면 본말전도가 아닐까.

최근 화성에서 아파트를 시세 이하로 팔았다며 같은 단지 사람들이 몰려가 제재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국 높은 이자와 떨어지는 집값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표출한 이들의 분노가 이들을 범죄자로 만든 꼴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에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은 앞서 언급한 분노가 향하는 곳과도 맞닿았다. 표출한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지 않도록 감정을 절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분노를 터트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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