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분일초가 소중한 아침, 갈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다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길을 건너려고 초록불을 기다리는 학생들도 같은 마음인지 휴대전화에 둔 시선을 신호등으로 옮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언제 신호가 바뀔까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은 없다. 바로 전국에서 처음 설치한 ‘적색 잔여 시간 표시기’ 덕분이다.

보행신호등에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시간을 표시한 녹색 잔여 시간 표시기가 의정부시에만 1천600여 개 설치했을 정도로 자리잡았다. 지난 8월 의정부시청 앞과 금오동 대형 마트 사거리 두 곳에 설치한 신호등에는 원래 있던 시스템에 빨간불 대기시간을 추가했다. 보행신호등 네 칸 중 가장 위에는 초 단위 빨간불 대기 시간이 뜬다.

학교와 학원을 가려고 금오동 대형 마트 사거리를 날마다 지나는 정수인(14)양은 "여름에 생긴 적색 잔여 시간 표시기가 마냥 신기했지만, 지금은 언제 길을 건너야 하는지 미리 알게 돼 정말 편리하다. 다른 동네 친구들도 여기에 오면 자기 동네에도 생겼으면 좋겠다며 부러워한다"고 했다.

2월 경찰청은 녹색신호에서만 나타내던 잔여 시간을 적색신호에도 적용하도록 보행신호등 보조장치 표준 지침을 개정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던 의정부시 교통시설팀은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에 적색 잔여 시간 표시기를 설치하면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했다.

해마다 보행자 교통사고가 늘어나는데, 그 중 무단횡단 사고는 치사율이 유독 높아 다양한 방지 대책을 내놓던 시점이었다. 더구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을 부르는 스좀비(스마트폰과 좀비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여서 보행 중 안전사고를 막아야 했다.

시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적색 잔여 시간 표시기를 11월 도로교통공단에 실효성 분석을 맡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진환 의정부시 교통시설팀장은 "의정부경찰서와 협의해 지역에 바닥형 보행 신호등과 횡단보도 보행 신호 자동 연장 시스템을 설치해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 꾸준히 힘썼다. 녹색 잔여 시간 표시기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김종수 주무관이 적색 잔여 시간 표시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 설치하게 됐다. 전국 처음으로 운영하는 만큼 다른 시·군에서 문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자랑했다.

시 교통시설팀 제안을 받고 적색 신호 표시기 안전성 검토와 장소를 협의한 의정부경찰서 박홍례 경위는 "시범운영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지만 현재까지 해당 구간에서 보행자 사고가 접수되거나 불편하다는 민원은 없다"고 했다.

  의정부=이은채 인턴기자 cha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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