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 교장

오늘날 우리 주변은 온통 폭력에 노출돼 있다. 언론 매체에서는 끔찍한 스토킹 폭력을 포함한 대면 폭력은 물론 사이버 폭력에 관한 사건·사고 뉴스가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을 정도다. "죽을 줄 모르고 때렸다." 최근 세 살배기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의 말이다. 그 뿐이랴. 아홉 살 아이를 여행 가방에 가두고 아이들과 함께 뛰어올라 밟은 계모도 있다. 참으로 멀쩡한 정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한 폭력의 사례들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 이들이 모두 훈육(訓育)을 위한 것이었으며, 고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훈육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치는 것’이라 정의돼 있다. 하지만 왜 이렇게 폭력과 훈육을 착각하는 것일까?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폭력을 배경으로 함이 기본이다. 얼마 전 세계인의 칭송을 받으며 넷플릭스 영화 1위에 오르며 미국 에미상을 수상한 ‘오징어게임’ 역시 끔찍한 폭력으로 시선을 자극한다. 폭력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한 창작의 필수조건으로 정형화했다. 물론 창작세계의 비현실성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방적이고 잔혹한 폭행이 어째서 미학(美學)처럼 칭송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 시대는 갈수록 폭력의 잔혹함에 익숙해지며 거의 중독돼 가는 것 같다.

최근 NVC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Nonviolent Communication의 약자로, 비폭력대화를 의미하는 세계 공용어다. 본래 비폭력이란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주의의 바탕인 아힘사(Ahimsa:불살생) 정신으로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인간의 본성인 자연스러운 연민의 마음으로 돌아간 상태를 일컫는다. 이는 연민의 대화(Compassionate Communication)라고 불리기도 한다. 

비폭력대화법은 1960년대 마샬 로젠버그 박사가 개발했다. 비판적이고 듣기 힘든 말을 들었을 때 습관적이고 자동적인 반응이 아니라 자기 내면에서 일어나는 것을 명료하게 인식하면서 진실하게 표현해 상대에게 협력적인 반응을 얻어 더 풍요로운 삶을 만들기 위한 대화 방식이다.

NVC의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포함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랑과 연민의 능력이 있다. ▶인간은 모두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서 줄 때 기쁨을 느낀다. ▶모든 사람은 같은 욕구(Need)를 공유하며, 그 에너지로 연결돼 있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어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시도다. ▶느낌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됐거나 충족되지 않았음을 알려 주는 신호다. ▶세상에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자원이 있다. ▶우리는 항상 선택할 수 있다.

NVC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솔직하게 말하기다. 여기엔 ①상대에 대한 평가가 아닌 관찰 ②생각과는 다른 느낌 ③수단과 방법이 아닌 욕구 ④강요가 아닌 부탁 4가지 방식을 취한다. 둘째, 공감으로 듣기다. 여기엔 ①상대가 한 일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②스스로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③사고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④서로 돕고 나누려는 방식이란 또 다른 4가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를 학교에서 교사가 교육적으로 실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교사는 자신의 몸 상태(심장박동, 호흡, 근육긴장, 체열, 습기 등)를 판단의 근거로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학생의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역발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교사는 학생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소통법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소 공감에 기반한 의사소통법을 이해하고 이를 체화(體化)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 자신부터 일상에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연결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학교폭력이 성행하는 이 시대, 교사가 학생들의 회복적 탄력성을 키우고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는 비폭력대화법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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