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 문인화가
이상연 문인화가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은 매년 열리는 인천미술협회 행사 중 가장 큰 행사로서 벌써 18회를 맞이하는 명실공히 인천시민의 큰 미술축제다. 그간 인천 토박이 작가로서 인천미술협회 주최의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요즘 같이 다양한 아트쇼와 아트페어가 열리는 미술시장 분위기 속에서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이 이렇다 하게 주목받지 못함이 아쉬웠다.

그도 그럴 것이 타 아트쇼들과는 달리 미술협회 주최 행사 특성상 상업적 목적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협회 회원들에게 전시의 장을 열어 주고 인천시민과 함께 즐기는 축제 개념의 행사다 보니 협회 회원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뭔가 혁신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어쩌다 이번 행사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게 됐다. 올해는 특별히 인천미술협회에서 ‘메세나’를 기획해 기업이 예술을 통한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인천코리아아트페스티벌에서 기획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진행이 신통치 않았는지, 홍보위원장인 내게 메세나 추진위원장까지 맡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7년 전부터 기부 전시 기획과 오피니언리더들의 협업 기부 전시회를 기획·실행하며 기업 CEO들과 다양한 소통을 해 오던 내게 이러한 제의는 어쩌면 당연한 요청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행사가 한 달 남짓한 시점이었다. 물리적 시간의 부족함이 무색하리 만큼 2주 동안 미친 듯이 직접 기업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평소 사회적 공헌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소통하던 기업 CEO들을 중심으로 메세나 유치를 위해 찾아다녔다. 그 열정에 하늘이 감동했을까? 28곳 기업에서 메세나의 손을 잡아줬고, 최종 33곳 기업이 동참하게 됐다.

특히 이번 기획은 참여 작가와 기업을 일대일로 매칭해 작가들에게 전시부스 비용 등을 지원하고, 전시 기간 중 작품 판매 금액의 20%를 메세나 매칭 기업에 환원하는 일명 ‘인천형 투자 메세나’ 방식으로, 전국 어디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메세나로서 인천시가 전국 최초 모델이 되는 사례로서 33곳 기업과 협약식도 가졌다. 서툴고 촉박했던 과정치고는 짧은 시간에 얻은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성과였다.

작가들은 다양한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작품 홍보와 판매 기회를 갖는다. 대형 부스 전시에 참여해 작품을 널리 알리는 기회를 자주 얻고 싶지만, 전시 기간에 작품 판매가 저조하면 부스 비용 부담은 온전한 작가들의 몫이 된다. 나는 인천 작가들에게 부스 전시의 심적·물적 부담을 줄여 주고 기업과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 메세나를 통한 문화예술복지를 돕는 역할이 인천시미술협회의 소명이라고 여기고 추진했다. 

그간의 일반적인 메세나는 그야말로 자선 성격의 후원 방식이었지만, 작가이며 사회활동가인 나의 시각으로는 작가들이 맹목적으로 후원받는 자선의 메세나가 아닌 작가를 도운 기업에 작가들도 기업의 이윤 추구를 도울 수 있는 상생 협력의 메세나 모델을 제시해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높이고 싶었다. 그리고 메세나 기업이 그 환원된 이윤을 다시 사회적 공헌으로 연계한다면 메세나의 선순환 구조를 통한 새로운 모델이 바로 ‘인천형 투자 메세나’가 아닌가 싶다.

과학자 뉴턴은 물이 끓기 시작하는 온도를 33°N으로 정의했다. 이번 ‘메세나 매칭 협약식’과 ‘after 메세나 성과보고회’를 통해 이제 비로소 문화예술 부흥을 위한 상생 협력의 물이 끓기 시작했으며, 메세나의 미래지향적 비전을 봤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올해 탄생한 메세나 기업 33곳의 혁신적인 동참으로 ‘인천형 투자 메세나’ 프로젝트는 앞으로 더 많은 인천지역 작가들에게 활력소가 될 것이다. 또한 지역 미술 발전을 이끄는 데 끓어오를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새로운 메세나 모델로 정착될 수 있다고 확신하며, 인천문화예술 부흥의 희망꽃이 만개하기를 인천 토박이 작가로서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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