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가동 중인 의정부시 행복로 터널분수.

정부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자 공공부문의 강도 높은 에너지 절감 조치를 취하는 가운데 최근 외투를 꺼내는 추운 날씨에도 의정부시가 행복로에 조성해 관리 중인 터널분수가 아직도 작동해 ‘에너지 낭비’라며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린다.

취재진이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확인한 행복로 파발교차로 방면 터널분수는 초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40m 구간에서 세찬 물줄기가 사람 키보다 높게 올라간 후 떨어지며 주변이 흥건했다.

더구나 아침과 저녁 일교차가 10℃ 이상 벌어지면서 쌀쌀해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입은 시민이 분수가 뿜는 물이 자신에게 튈까 염려돼 멀리하는 불편한 모습까지 보였다.

‘행복로’는 차 없는 거리로 시민들에게 휴식공간 제공과 지역상권 활성화, 방문객들이 즐겨 찾는 의정부의 명소다. 하지만 추운 날씨와 동떨어진 터널분수를 가동하며 에너지 낭비 논란을 빚는 시의 안일한 행정에 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타 시·군의 경우 수경시설 운영은 무더위가 지속되는 7·8월과 야외 활동하기 편한 9월 중순까지 작동하거나 일정 시간을 정해 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행복로 길이는 약 600m 정도이며, 터널분수와 가로등 운영에 쓰이는 연간 전기세는 6천만 원 규모로 월평균 5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된다. 때문에 적절한 계절에 맞춰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다.

인근 자영업자 김모(58·여)씨는 "여름에 분수를 보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같이 쌀쌀한 날씨에 분수를 가동하는 건 에너지 낭비이자 혈세가 새는 일이라 생각한다. 터널분수가 여름철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필요한 시설이라는 정도는 상식이 아닐까 싶다"며 "싸늘한 날씨에 터널분수에서 들리는 물소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시 관계자는 "매년 행복로 수경시설 운영계획을 세운다. 올해 터널분수의 경우 강풍과 우천 시를 제외하고 6월부터 10월 말까지 가동할 계획이다. 내년 관내 수경시설 운영계획을 세울 때는 시민 의견을 검토해 단축 운영하도록 계획하겠다"고 했다.

의정부=이은채 인턴기자 cha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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