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의 철학자들

나가이 레이 / 다다서재 / 1만5천 원

젊은 여성 철학자가 일상에서 포착한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을 담아냈다.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인 동시에 학교, 기업, 미술관, 카페, 거리 등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철학 대화’를 나누는 철학 대화 활동가이기도 한 저자는 일상의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손바닥 크기의 철학’을 제안한다. 어려운 철학용어가 넘쳐나는 대철학이 아닌 익숙한 일상과 당연하게 지녀 온 생각을 의심하며 시작하는 작은 철학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참여한 철학 대화에서 오갔던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같이 마주치는 철학적 순간들에 대한 내밀한 고찰이 담겼다. 

 저자는 별것 아닌 질문들에서 철학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만이 아니라 너무 푹 익어 걸쭉해져 버린 미역국, 핸드백 속에서 터져 버린 달걀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미용사의 질문처럼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수많은 순간들에 바로 철학이 존재한다.

 저자는 일상에서 떠오르는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온 세계를, 확신해 왔던 신념을 한순간에 부숴 버린다고 말한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는 미용사의 질문은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의문으로 확장되고,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초등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철학은 질문에 쉽게 답을 주지도 않는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할 뿐이다. 누군가가 싫어서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냥 싫어해도 되지 않아요?"라고 질문하고, 잘났다는 건 뭘까 고민하는 사람에게 "왜 그런 게 궁금하죠?"라고 되묻는다. 질문이 돌아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당연했던 생각을, 견고했던 일상을 흔들어놓는다.

 그러나 저자는 부서지고 무너지는 동시에 새롭게 태어나고 완성되는 것이 철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철학은 궁극의 답을 가르쳐 주거나 난제를 해결해 주지 않지만, 일방적으로 가르치지도 강요하지도 않는다. 철학은 괴로운 현실과 마주한 우리가 "다 그런 거야"라는 수동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질문’을 던지면서 ‘다른 목소리’를 듣게 해 준다.  

당신이 지난 자리에 꽃이 피었다

히조 / 키효북스 / 1만5천 원

"겨우 피워 낸 마음이 비바람에 붙들려 금방 져버리더라도 괜찮다. 언제고 더 아름답게 피어오를 당신이니까."

베스트셀러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공부가 이토록 재미있어지는 순간」,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의 그림 작가 히조(heezo)의 첫 단행본이 나왔다.

이번 책에서는 흘러가는 계절의 아름다운 빛과 장면을 담아내며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글과 그림을 선보인다. 마음이 힘들어 무너져 내리는 겨울 같은 당신을 따스하게 안아줄 글과 그림을 기다린다면 이 책을 권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장 봄의 마음으로_사랑을 품어야 하는 이유, 2장 초록을 걷다_당신을 사랑합니다, 3장 가을밤의 호숫가_당신은 그저 당신 그대로이다, 4장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_나의 삶을 사랑할 때, 5장 사랑에 대한 N개의 질문(연애부록)이다.

소중한 나에게, 고마운 사람에게, 사랑스러운 연인에게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만나 보자. 

사랑의 노동

매들린 번팅 / 반비 / 2만2천 원

지난 몇 년간 돌봄은 각종 문제이자 ‘위기’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어느 때보다 돌봄의 가치와 보편성을 강조하는 의제와 담론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사회적 논의는 불충분하고 돌봄 수요의 끊임없는 증가 속에서도 만성적인 저평가와 저임금·불안정 노동화, 인력·예산 부족, 돌봄 정책과 일선 현장 괴리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은 모두 돌보고 돌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음에도 우리 각자에게 돌봄이 내가 하고 싶지는 않은 것, 그 중요성을 인지한다 해도 그저 두렵고 막막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실을 짚어야 한다. 돌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이뤄지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간병인,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연구자, 활동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부모를 돌보는 자녀 등 수많은 돌봄 당사자들의 이야기와 경험, 상호작용을 담아내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 매들린 번팅은 5년간의 취재를 거쳐 이 책을 써냈다. 

다양한 돌봄 현장을 참관하고 구성원들을 인터뷰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 뿐만 아니라 관련 통계, 문헌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사회적 돌봄에 관한 거시적이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조망하고, 돌봄의 역사적 측면을 훑는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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