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순수 국내 학자들이 처음 발굴·조사한 기념할 만한 유적인 녹청자박물관. 인천시 서구에 있는 그야말로 ‘우리 고장 명물’이다.

 우리나라 가마 양식을 일본이 자기네 고유 양식이라고 우겼지만, 경서동 녹청자 요지가 발견되면서 결국 일본의 거짓말은 만천하에 드러났다.

 녹청자박물관은 녹청자 학술자료 조사와 연구는 물론, 시민들에게 이를 전시하고 교육하는 국내 유일 녹청자 전문박물관이다.

 녹청자 요지는 석남 이경성 선생이 인천시립박물관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1949년 서곶 방면 고적 조사를 벌이다 발견한 유적으로, ‘인천고적조사보고’는 ‘경서동사기점’으로 기록했다. 이후 1960년대 중반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천시립박물관이 경서동 녹청자 요지를 발굴·조사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인천 경서동 녹청자 가마터 발굴조사는 1965년 12월 시작해 1966년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인천시립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함께 조사했고 1970년 국가사적 제211호로 지정했다.

 이곳에서 출토한 유물은 대부분 대접·완·접시 따위로 일상 생활용기가 대부분인데, 이는 선조들이 식생활 용기를 만들 목적으로 가마를 운영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인천시 서구는 역사·문화 가치를 지닌 녹청자를 보존하려고 2002년 10월 녹청자 도요지 사료관으로 문을 열었는데, 이는 바로 올해 개관 20년을 맞은 녹청자박물관의 시작이다. 지금 자리로 2010년 새로 옮겼다. 

개관 20주년 맞은 경서동 녹청자박물관 전경
개관 20주년 맞은 경서동 녹청자박물관 전경

# 인천 유일 도자기 전문박물관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등록박물관 요건을 갖춰 2012년 2월, 1종 전문박물관으로 정식 등록하면서 인천 유일 도자기 전문박물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종 전문박물관은 전시실 100㎡ 이상 규모를 갖춰야 하고 소장 유물이 100점 이상이어야 하는데다 수장고, 화재와 도난 방지시설, 온·습도 조절 장치를 갖춰야만 인가한다.

녹청자박물관 주요 유물인 녹청자는 거친 태토(胎土) 위에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워 낸 고려시대 도자기다.

경서동 녹청자 요지가 발견되기 전 일본은 이 같은 가마 양식이 자신들 고유 양식이라고 주장했지만, 일본보다 훨씬 앞선 경서동 녹청자 요지가 발견됨에 따라 오히려 우리나라 도자문화가 일본에 전파된 사실을 밝혀 준 중요한 자료가 됐다.

녹청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서구청 제공)
녹청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을 관람하고 있다(서구청 제공)

# 역사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녹청자박물관은 역사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구분한다. 아름다운 녹청자와 청자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단박에 알아보게 한다.

역사전시실은 처음엔 단순히 흙으로 빚은 빗살무늬토기로 시작했지만, 시대가 흐를수록 모양도 다양해지고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도자기 변천사를 순서대로 보여 준다.

고려시대 도자기인 녹청자를 중심으로 도자기 태동부터 근대까지 흐름과 시대별 대표 도자기를 감상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처음 발굴한 가마터(요지)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그 시대를 상상해 보는 교육자료로도 활용한다. 

또 기획전시실에서는 2004년부터 시작한 ‘대한민국 현대도예공모전’ 수상 작품과 인천지역 도예가들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역사전시실에 전시한 도자유물과 현대 도예작품을 견주며 현대 도예작품이 얼마나 큰 기술 발달을 이뤘는지 또는 서로 어떤 예술성을 추구하는지 비교하는 전시 공간이다.

녹청자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우리 전통 도자기 유물을 좀 더 다양하게 관람하도록 소규모 기획전인 ‘이야기가 있는 작은 전시’도 연다.

녹청자박물관 야외체험마당에서 열린 전통가마 소성식(서구청 제공)
녹청자박물관 야외체험마당에서 열린 전통가마 소성식(서구청 제공)

# 도예 체험 프로그램

녹청자박물관은 그저 살펴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만지면서 참여하는 일상 속 즐거운 배움을 추구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도자기 제작 체험도 가능한데, 유독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끈다. 

다른 박물관에선 엄두조차 내기 쉽지 않은 ‘교육’도 진행한다. 도예 일일체험실과 정규반 강의실을 마련했는데, 이곳에서 전문가 지도에 따라 누구나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게다가 자연과 가까운 흙을 사용하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에게 정서 안정과 감성 능력을 길러주는 좋은 경험을 선물한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이 함께 방문해 도자기를 만들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성인들만 참여 가능한 도예 정규교육과정은 취미생활을 하는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해마다 과정을 수료한 뒤 작품 발표회까지 열어 성취감도 느끼게 하고 도예가로 입문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 녹청자 축제

관람이나 교육 말고도 녹청자박물관은 모두 함께 즐기는 축제를 진행한다. 야외체험마당에 마련한 전통 가마에서 옛날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전통 가마 불 지피기 행사’를 연다.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전통가마 소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땔나무를 가마에 직접 넣어 보는 진귀한 경험도 하게 된다.

또 흙놀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축제와 함께 가족 역사문화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이 밖에 전통물레 돌려 보기, 조물조물 흙놀이, 투호, 버블 체험은 물론 먹거리 체험인 떡메치기, 전통차 시음회, 그 밖에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 공립박물관 평가 인증 ‘최우수기관’

녹청자박물관은 중요한 역사 가치 말고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제’에서 ‘최우수’ 인증기관으로 뽑혔다.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제는 박물관 운영 성과와 문화서비스 향상을 목적으로 전국 지자체가 운영하는 227개 박물관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2년에 한 번씩 평가한다.

녹청자박물관은 각 평가 항목에서 골고루 높은 평점을 받았고, 인증제도를 도입한 뒤 2회 연속 인증기관에 선정됐다.

박물관 측은 공립박물관 평가인증제 2회 연속 인증기관 선정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준 시민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녹청자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과 제9회 녹청자축제 개막식(서구청 제공)
녹청자박물관, 개관 20주년 특별전과 제9회 녹청자축제 개막식(서구청 제공)

# 20주년 기념 ‘단장, 꽃으로 단장한 청자’ 특별전

녹청자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4일까지 ‘단장, 꽃으로 단장한 청자’를 주제로 특별전을 연다.

특별전은 고려청자의 색, 형태 중심 감상에 더해 문양 표현 기법과 의미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도자기를 감상하도록 기획했다.

더구나 국립 전주박물관, 부안청자박물관, 인천시립박물관, 가천박물관은 물론 개인 소장품까지 더해 그동안 녹청자박물관에서 보지 못했던 다양한 청자를 만날 기회다.

또 지역 도예가 30명과 도예교육과정에 참여한 수강생 13명이 만든 현대 도자를 유물과 비교해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녹청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고려시대 비색 청자에 견줘 그릇 표면이 다소 거칠고 투박하게 보이지만, 꾸밈 없이 수수하고 고유한 유색을 보여 주는 매력을 지녔다. 다른 도자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소박한 멋을 지닌 우리 민족 소중한 문화재 중 하나다.

녹청자박물관은 앞으로도 녹청자 역사와 정체성을 밝히는 유물 수집으로 더욱 전문성을 갖춘 전시 콘텐츠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문화사업을 기획해 시민들과 교감을 나누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한다는 계획이다.

녹청자박물관 김창수 관장은 "연간 5만 명 정도 박물관을 찾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프로그램이 알차고 녹청자라는 이색 문화유산을 보고 체험하기에 그만"이라며 "녹청자박물관이 문화시설이 열악한 서구지역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상철 기자 cs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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