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오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무성하지만 대부분 나라들은 아직도 개선에 필요한 진지한 경제적·정치적 희생을 하지 않는다.

경제성장과 생태계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정치인, CEO, 유권자들의 십중팔구가 성장을 선호한다. 21세기에도 이런 식이면 우리는 파국을 면치 못한다.

그 밖에도 인류는 무엇을 위해 노력할까? 기아와 역병, 전쟁을 통제하고 생태적 균형을 지키는 데 만족하며 살아갈까?

이것이 가장 현명한 길일지도 모르지만 인류가 이 길을 따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인간은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이 없다. 뭔가는 이루었을 때 인간이 보이는 가장 흔한 반응은 만족이 아니라 더 갈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미래학자 ‘유발 하라리’의 역저 「호모데우스」에 나오는 글이다.

얼마 전 서버 약 3만2천 대가 자리한 판교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요 SNS 소통이 막혔었다. 

전기실 내부의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되면서 전원을 차단하자 해당 서비스 전체가 먹통이 돼 127시간 30분 동안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데이터센터는 정보를 담는 창고인 셈이다.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이 핵심 장비이며 발전기, 항온·항습기,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 등이 센터에서 물리적으로 가동된다.

데이터센터는 전선, 변압기, 발전기, 무정전 전원장치, 서버랙으로 이어지는 모든 전선이 이중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전원이 끊어지는 경우 바로 다른 라인에서 전력이 공급되고 데이터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서버의 분산 운영과 이중·삼중 시스템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핵심관리 시스템이다.

결국 26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정치권에서 발의되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독과점 기업에 대한 시장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100% 완벽한 서비스 복원이나 데이터 백업 안전 강화 조치 등 아직 실효적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과 디지털 시대 기술 발전을 선의로 통제하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유발 하라리’ 말을 빌리면 불가능한 관계 설정임에 틀림없다.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삼미신’에는 고대 신화의 세 여인이 등장한다.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나란히 누드로 서 있는 그림이다. ‘배려’, ‘나눔’, ‘사랑’으로 상징되는 이 그림 해석에 "여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미래를 이야기하며 혁신을 위한 경영전략 재설계를 고민해도 결론은 ESG 가치를 어떻게 수용하고 존중해 가야 한다는 당위론이다. 그야말로 가장 우선의 지향점 찾기에서 ESG가 등장하게 됐다. 그렇다 해도 이 개념만이 지금 시대와 인간을 통찰한 만남이라고 해선 안 된다.

그 다음 개념에 대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대비하고 극복해 가려는 균형점 찾기를 공부해야 하며 힘을 보태야 한다. ESG가 "여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강요된 질서를 우선해서 답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경영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경우와 상황논리로 패턴을 구축하며 세상을 단순하게 지배하는 모종의 규칙성으로 통제하고 관리해서는 안 되는 사회적 약속이 제대로 돼야 ESG가 작동될 수 있다. 패턴화로 몰아가며 텍스트로 평가해서 서열화시킬 과제는 아니다.

각자 개성에 드러나는 전략, 철학, 비전으로 위기 대응을 하고 어려운 일을 극복해 가며 성장과 멈춤의 미학을 반복해서 생각하고 실천하며 선의의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공감대다.

예상보다 매출이 좋고 수익이 높게 나타날 때 더 이상의 성장에서 우선 멈추고 현상을 재정비해 보는 그런 경영철학, 반대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관리의 정석을 파헤쳐 봐야 한다. 그림에 그려 넣는 여신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름답게만 그릴 필요가 있을까? 개성을 살려 나름 효율과 근본에 바탕을 두고 그려 나가는 것도 전혀 문제없으리라는 교훈을 얻게 되는 것이다.

전략적 선택이 옳은지, 제품 생산은 무결점으로 이어지는지, 광고 홍보에서 고객을 설득하고 있는지, 판매는 합리적 채널과 합법적 근거로 수익을 지향하는지 등등 ESG를 기반으로 하되 세부 사항은 교과서적이 아닌 개체순응적 경영이어야 한다.

잘 나갈 때, 계속 성장해 나갈 때 대비하고 어려울 때 극복해 나가는 기업경영, 자기경영이 소망스러운 시대다. ESG는 반드시 해야 하는 관점에서 시작하지 말고 대비하고 극복하라는 균형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면 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