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와 몸집에도 뛰어난 업적을 쌓은 사람을 흔히 ‘작은 거인’이라고 한다.

구리시에서 여러 가지 여건이 가장 뒤떨어져 어려운 이웃들이 많이 모여 사는 수택1동 시장통 작은 골목길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박수근(76)씨가 바로 ‘작은 거인’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다.

남다른 애향심과 봉사정신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참일꾼’이라는 둘레의 칭송이 늘 따라다니다 보니, 남자나 여자나 늙은이나 젊은이나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박 씨는 1984년 수택1동 18통장을 맡아 동네 일을 보던 중, 소방차도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는 골목길 통닭집에서 불이 나자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들고 나와 불을 껐다. 소화기의 중요성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자신도 시장통 다락방에 어렵사리 세 들어 살면서도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돌며 버려진 종이를 모아 팔았다. 그는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집집마다 소화기를 사 주고 문패와 태극기도 달아줬다.

박 씨는 어려운 청소년과 홀몸노인, 그 밖에 사회 약자를 꾸준하게 찾아다닌다.

"내가 정부에서 받은 사랑을 고스란히 돌려드리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박 씨는 국가유공자다. 10여 년 전 우연히 5명으로 결성한 ‘착한 사람’ 회원들은 저소득층 중고생을 대상으로 달마다 20만 원씩 장학금을 지원한다.

박 씨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3년부터는 배를 곯던 시절을 떠올리며 봄과 가을에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온누리상품권·라면, 그 밖에 다양한 생필품을 건넨다.

2018년부터는 수택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홀몸노인과 결연을 맺어 때때로 안부를 확인하고, ‘찾아가는 생신축하단’을 꾸려 ‘재롱’을 떨기도 한다.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사업인 ‘수일 마을기동대’도 운영하고 행복드림 냉장고 사업 같은 지역사회 나눔활동을 몸소 실천한다.

게다가 관내 부동산·미용실·고시원, 그 밖에 주민들이 몰리는 곳을 찾아 ‘복지 사각지대 발굴 캠페인’을 펼치며 복지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작은 거인’ 박수근 씨는 "남에게 보여 주려고 선행을 베풀지는 않는다"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구절처럼 진정한 선행은 남들이 몰라줘도 자신이 행복하려고 계속하게 된다"고 했다. 구리=윤덕신 기자 dsyun@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