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그날에서 11일이 지났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 믿기 힘든 그날 밤 잔상들이 어지러이 떠다닌다.

‘2022년 대한민국’,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서 너무나 어이없게도 수많은 청춘들의 시간이 멈췄다. 비극의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너도 나도 ‘잊지 않겠다’던 그 다짐이 무색하다.

진상 규명을 위한 움직임은 진행 중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용산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이에 앞서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했다.

무엇도 와 닿지 않는다. 참사가 일어난 뒤 이미 우리는 국민을 지켜야 할 이들의 책임 회피와 현실과 동떨어진 감수성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확인했다.

"경찰병력을 투입해서 될 일은 아니었다", "주최 측이 없는 핼러윈 데이는 일종의 ‘현상’이다." 무책임한 허황한 말들은 그대로 못이 돼 가슴에 박혔다.

정부와 지자체는 참사 뒤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날마다 외친다.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나 이를 이행할 이들의 자세와 태도는, 그 책임감은 어떻게 개선할까.

참사 현장에서 목이 쉬도록 "도와주세요, 제발", "돌아가세요, 사람이 죽어가요"를 외치던 한 경찰관은 "더 많은 분을 살려내지 못해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울음을 터트렸다.

이 절박함과 죄책감, 책임에 대한 무게는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보려고 현장을 누볐던 일선 경찰관과 구조대원, 그리고 시민들만의 몫일까.

일선에서 제아무리 울부짖으며 뛰어도, 이는 결국 모든 일이 ‘벌어지고 난 뒤’다. 미리 막아야 할 참사가 터지도록 뒷짐만 졌던 책임자는 과연 누구인다.

‘만약’ 참사 발생 몇 시간 전부터 위험을 직감한 시민들의 112 신고를 묵살하지 않았다면, ‘만약’ 주최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지 않고 오히려 인파 사고에 미리 대비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였다.

후회로 이어진 이 ‘만약’들은,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 당연한 일이, 바로 국가와 정부의 의무다. 하지만 그날 이태원에 국가는 있었나, 정부는 무엇을 했나,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남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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