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10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그 전전날 29일 우리는 안타까운 젊은이들을 너무도 황망하게 잃었다. 당시 서울시는 5분 단위로 밀려드는 사람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KT와 함께 구축한 시스템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였다.

KT 기지국을 통해 계산한 방식으로 당일 오후 10시 이태원 집결 인원은 5만7천 명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를 통한 사고 예방은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방향과 타이밍의 몰입이라는 딥 워크(deep work) 개념을 가지고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시와 경찰이 그 데이터 자료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에 그 데이터를 대하는 우리의 생각과 자세를 말해 준다. ‘군중관리(crowd management)’ 여부를 떠나 결국 10·29 참사는 같이 나누는 일에서 실패한 것이다. 여기서 나눔이란 시간, 비용, 인력, 위기, 데이터 등을 말한다. 

4차 산업 시대의 비즈니스나 마케팅 관련 강의에 나서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데이터를 현상 파악용으로만 파악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의 힘은 고객과 소통하는 데 있다. ▶빅데이터도 중요하지만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는 각자 다른 스토리의 스몰 데이터(small data)도 중요하다. ▶소통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인문학적 통찰력이다. ▶데이터의 단순 해석은 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수단이다. 

이 중 인문학적 통찰력이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2년 동안 마스크와 거리 두기 제한이 있었다면 축제를 빌미로 한 관계폭발성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넘치도록 세밀한 고찰이 필요했다. 느끼지 못한 듯 스며들게 하는 것이 빅데이터의 활용이며, 그 데이터를 실효적으로 활용해 행정하고 경영을 하는 것이다.

ESG에 대한 현실적 수용 상황을 지켜보자. 모든 게 결정이고 판단이며, 그 기초자료는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근거와 숫자다. 근거와 숫자를 디자인하고 엔지니어링해 전략으로, 목적으로 삼아야 함에 ‘생각의 힘’과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다.

결국 생각의 힘과 사람의 이야기는 인문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생각의 힘은 어느 경우라도 선의가 바탕이 돼야 하며, 추상에서 구체성으로 변환하면서 실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관점에 대한 재해석은 ESG에 대한 기본적 과제다. 생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혁신, 성장, 발전이라는 흐름은 이어질 수 없다. 해 온 대로, 편한 대로, 수익 창출만을 위한다는 사업의 프로세스는 정체, 퇴행, 폐쇄로 가까워진다. 차이와 어긋남에 대한 접합, 조정을 생각으로 정리·실천하지 않으면 경영전략은 몰입할 사안을 정할 수 없다. ESG가 몰입을 통한 성장·발전의 기초적 토대라고 해도 생각에 대한 고려점, 즉 전략 기초가 마련되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문제를 평소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과제로 생각하는 것과 내가 먼저 그 문제에 대한 긍정적 접근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관점이다. 사회적 가치라는 이름으로 장(場)의 윤리(Ethic of Place)를 이야기하며 "나는, 우리는 다른 곳의 그것과 상관없어"라는 관점은 자극점도, 고려점도 없다. 상호작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영에서 투명성과 합리성이 기반된 수익성은 모든 경영활동 이야기의 결정체다. 기업에 또는 나 자신경영, 자기경영에 대해 서술하고 기록하며 책임을 지는 길이다. 이야기는 기록이 되고 업로드되며 연계성을 찾아 하나의 작품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생각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그 이야기들을 축적시켜 간다는 것은 과정에 의미를 더하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데이터가 생성되면 그 데이터의 활용도와 대상, 방법, 횟수 등등 선의로 포장된 전략이 행정이나 경영, 전쟁 등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치가 나오면 그 연계성으로 회사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시대가 어떻게 변하는지? 구성원들의 세대와 특성은 어떤지를 파악하고 기업마다 고유한 조직문화를 찾아 나가야 한다. 소통과 신뢰, 타이밍, 방향은 그렇게 결정되고 추진되며 성과를 얻게 된다. 

이제 곧 웹3.0 시대로 들어서면 중앙에서 독점하는 데이터도 개인이 직접 다룰 수 있게 된다. 정보의 분산저장 블록체인과 독점적 소유가 가능한 디지털상품 대체불가능토큰(NFT) 같은 기능으로 누구나 데이터를 거래하고 소유할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활동의 새로운 영역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ESG 경영은 그 데이터의 인문학적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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