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선석 인천 안골마을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사람들이 갈수록 도시로 모여듭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2021년 세계 최대 도시 인구수는 일본 도쿄가 3천700만 명으로 1위를 차지하고, 서울은 950만 명으로 29위입니다. 도시에서도 중소도시보다는 대도시를 더 선호합니다. 그것은 대도시가 주는 선물이 다양하고 생산활동이 폭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도시일수록 소득 격차로 소비계층과 주거수준 그리고 교육의 양극화까지 불러와 마음이 씁쓸합니다. 여기에는 도시 간 양극화도 있지만 도시 속 양극화도 눈여겨볼 일입니다. 도시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강해지면 더 커지고, 약해지면 쇠퇴해 인구가 감소하는 작은 도시로 변해 갑니다.

사람들은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를 좋아합니다. 이 세 요소가 풍성하면 멀리서도 찾아옵니다. 이러한 도시를 한마디로 ‘사랑받는 도시’라 할 수 있고, 노력해도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도시라면 ‘외면받는 도시’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요? 핵심은 사람들이 모이는 환경입니다. 쾌적한 환경, 문화예술이 숨 쉬는 환경, 일자리가 풍부한 환경입니다. 이런 환경을 갖추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주거환경개선, 재개발과 같은 사업이 필요합니다.

인구증가율이 갈수록 낮아지는 한국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때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규모가 작은 마을을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진화시키는가입니다. 미국 도시 비평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옛 주택과 새로운 주택이 어우러진 골목길을 골목문화를 키우는 원동력으로 봤습니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도 그가 쓴 「골목길 자본론」에서 골목길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가 말한 골목상권의 경쟁력을 전하고 있습니다. 근거는 이렇습니다. 골목길 주변 상권은 외부 경쟁 상권이 쉽게 들어오기 어렵고, 골목 소비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트렌드가 들어오기가 쉽지 않아 골목상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도시 학자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골목길을 도시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서촌마을입니다. 골목길은 예전 모습과 현재 모습이 공존하고, 아기자기한 카페는 많은 사람을 찾아오게 만듭니다. 얼마 전 필자는 커피가 맛있다고 이름난 카페를 30분을 기다려 겨우 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처럼 골목길과 골목상권을 통해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마을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천에도 잠재력이 충분한 마을이 있습니다. 바로 연수구 안골마을입니다. 이곳은 송도역이 가까워 시흥과 안산에서 전철을 타고 오는 데 편리하고, 자연환경이 뛰어난 문학산의 접근성이 좋아 등산객들이 즐겨 찾습니다. 마을의 단독주택과 다양한 모습의 골목길은 즐거운 눈요기에 충분합니다. 필자는 문화자원이 풍부한 이런 마을 골목길에 ‘보러가 골목길’, ‘거러가 스트리트(Street)’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습니다. 여기에 감칠맛 있는 토속음식(土俗飮食)과 예술성을 입힌다면 동네 상권은 분명히 살아날 것입니다.

앞으로 지방에서는 쇠퇴하는 도시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이 그것을 뒷받침합니다. 작은 도시와 마을이 외면받지 않고 사랑받는 길은 나만의 골목 특성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전국의 많은 곳에서 자신만이 가진 잠재력을 찾아내 사랑받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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