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병상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갯벌과 쓰레기는 상관관계가 없다. 오랜 세월 곱게 풍화된 화강암이 백두대간에서 강물을 따라 서해안에 드넓게 쌓인 갯벌은 수많은 어패류의 산란장이자 터전이었다. 온갖 먹거리의 무한히 제공하던 갯벌에 쓰레기를 파묻다니, 조상님이 아시면 당장 호통을 칠 노릇인데 낙동강 을숙도 일원과 부산시, 경서동 난지도 일원의 갯벌은 수도권의 쓰레기가 막대하게 매립돼 버림받는 장소가 됐다.

동양 최대 철새 도래지로 주목받던 을숙도는 악취가 들끓었지만 지금 생태공원으로 개과천선했다. 여전히 수도권 쓰레기를 받는 청라도 인근 갯벌은 철저한 위생처리 덕분인지 은근히 자극하던 악취까지 차단한다. 음식쓰레기를 제거한 이후의 변화일텐데, 매립 완료된 일부 구간은 골프장으로 조성돼 매립지관리공사에 큰 수익을 안긴다. 수도권 쓰레기를 받기만 하는 인천시는 어떤가? 갯벌 희생시킨 어떤 대가도 챙기지 못한다.

편평한 유럽 국가는 도시 주변에 드문드문 작은 언덕이 생겼다. 지역의 쓰레기매립장 흔적이다. 독일은 매립 이후 숲으로 덮고서도 30년 동안 사람 접근을 차단했다. 폭발 위험 때문이라는데 30년 지나야 들어갈 곳에 모든 화기를 금지했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매립 종료되자마자 녹지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이 운집한다. 경서동은 골프장 추가를 꿈꾼다. 아직 큰 사고가 없으니, 우리 기술은 빼어난 걸까?

쓰레기 파묻고 민간기업에 팔아넘긴 매립지도 있다. 부영건설이 울타리로 막은 송도테마파크 부지가 그곳이다. 인천의 드넓었던 갯벌은 현재 손바닥만큼? 손가락? 아니 손톱만큼 남았다. 조상 대대로 조개를 캐오던 인천의 오랜 문화이자 역사의 터전이 생활쓰레기와 건축쓰레기로 버림받았다. 다행인가? 송도신도시와 연수구 동춘동 사이의 매립지는 온갖 놀이시설로 북적거릴 테마파크로 예정되었지만, 아뿔싸! 중금속 포함된 오염물질이 검출됐고 건설회사는 주춤했다.

이재에 밝은 회사로 유명한 부영건설은 정화처리를 외면하다 시정명령에 이어 고발까지 당했지만 믿을 구석이 있는지 배짱이다. 사실 부영건설은 테마파크만 계획하지 않았다. 테마파크보다 넓은 아파트단지를 예정했다. 테마파크 인기가 식는 듯 보이자 아파트부터 세우고 싶었지만, 약속과 달라 불허됐다. 금리가 내려가자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고, 공사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잠깐 돌다 다시 주춤한다. 아파트 거품이 빠졌기 때문일까? 계약 위반 벌칙이 개발이익보다 턱없이 작은 탓이 아닐까?

인천지방법원이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해도 정화할 의지를 여전히 보이지 않자 최근 인천의 한 환경단체는 부영건설을 "즉각 정화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법원도 무서워하지 않는 건설업체는 평소 "사랑"을 버릇처럼 앞세운다. 이번에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까? 그 테마파크 부지는 여러 해 전부터 여름마다 법정 보호 대상인 맹꽁이가 울었다. 그 부지 바로 앞 아파트단지 주민은 잠을 설칠 정도로 와글와글 울었는데, 경비원을 상주시키는 부영건설이 모를 리 없다.

고집스레 정화 계획 세우지 않는 부영건설은 투자비가 아까운지, 테마파크에서 생태공원으로 계획을 바꾸겠다는 소문을 흘렸다, 부영건설은 맹꽁이와 공존하는 생태공원을 생각하는 걸까? 이참에 갯벌에 쓰레기를 비위생적으로 파묻은 인천시는 책임을 따지고 싶다. 소유권을 팔아넘기면 책임을 회피해도 무방한 것일까? 부영건설이 시민이 받아들일 만큼 정화한 뒤 맹꽁이와 공존하는 생태공원을 조성할 것이라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인천시가 나설 차례는 아닐까?

을숙도는 부산시가 정화한 뒤 공원으로 시민에게 돌려줬다. 수도권 매립지는 그간 소외되며 고통만 안은 시민에게 어떻게든 돌려줘야 옳다. 부영건설이 소유한 테마파크 부지도 마찬가지다. 갯벌로 환원되지 못할 그 부지를 인천시가 회수할 때다. 기후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도 높일 생태공원, 맹꽁이와 공존하는 녹지와 습지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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