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주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인천서부센터장
김미주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 인천서부센터장

"안녕하세요, ○○학교 교사입니다. 학생이 교실에서 손목을 그었어요."

"○○엄마입니다. 아이가 요즘 학교 가길 거부했는데, 자꾸 죽고 싶다고 해요. 무서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대한 빨리 상담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사회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하자 사회 곳곳에서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우울, 불안부터 분노 조절의 어려움, 자살, 자해 충동 등 올해는 조금 더 강도 높은 사례가 좋은마음센터로 인입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동·청소년 상담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만의 상황은 아닐 것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를 경험하며 우리 사회는 가정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머물면서 발생하는 가정 내 불화, 교육시스템 붕괴, 교우관계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모든 연령층에서 우울 위험군이 증가했다. 특히 재난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이 부족하고 독립적 생활이 어려운 아동·청소년의 경우, 이들이 느낀 심리적 어려움을 그대로 방치하면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기에 더욱 전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22 교육부의 학생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5명 중 1명은 우울감을 느끼고 있으며, 초·중·고생 40% 이상이 전보다 불안, 우울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에 따르면 고위험군(자살 위험군 100명 중 1명) 아동이 급증했다고 한다. 고의적 자해가 청소년 사망 원인 1위이며, 극단 선택 비율도 50%를 넘어섰다. 비현실적인 불안, 두려움, 위축을 보이며 때로는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에서 분노로, 분노가 자해, 자살로 이어지는 정신건강의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화나고 괴롭고 슬픈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나에게 일어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통을 견뎌내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건 정신건강을 지키는 힘이 된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은 평소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이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들은 주위의 섬세하고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마음을 알아차려 주고, 따스한 배려와 지지를 보내며 나아가 심리상담과 전문기관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는 지역사회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불안, 우울 예방을 위한 정신건강예방사업 ‘정서적 마스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호흡법을 익혀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고, 감정의 재통합을 통해 재난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함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후 심리·정서적으로 취약한 고위험군 아동을 발견해 개별 상담 및 집단 상담으로 연결해 심리적 회복을 돕는다. 그 외 스마트폰 과의존(과몰입) 예방 프로그램 ‘I’m a Goodmaker’, 효과적인 자녀 양육을 위한 부모 교육·부모 상담 프로그램 ‘엄마를 부탁해’ 등 아동과 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음의 회복은 보호와 안전에서 시작된다.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 또는 가정 내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선 지역사회 내 통합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지난 9월 28일, 인천시교육청 심리적 위기학생 지원 조례 제정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인천시 내 심리·정서적 문제로 학교생활과 같은 일상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지원하고, 적극적인 위기관리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조례 개정 소식이 반갑다. 

앞으로 더욱 학교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교육청의 지원, 정신건강복지센터와의 협업,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및 지역 종합사회복지관과 사례회의 등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며 지역사회가 정신건강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를 기대해 본다.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도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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