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서보원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교수

작금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안전불감증이 최고조로 달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사고, 대중 행사에서 대형 압사 참사, 작업현장 혹은 공정상 위험 노출로 인한 작업자의 상해사고, 광산 인부 매몰사고, 철로 이탈 사고, 가스배관 교체 폭발사고, 보일러 가스 누출 사망사고, 비일비재한 고속도로 추돌사고 등 중대하고 심각한 사고가 온 나라에서 동시다발로 나타나고 있다. 허점 투성이다. 대처의 미흡이다. 보고체계의 문제다. 늑장 대응이다.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다. 무거운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의 적용에 관한 사항이다. 맞는 말이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 그리고 공감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주장과 요구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준비하고 있는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안은 있는 것인가? 찾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다. 매뉴얼이라는 것은 절차서이고 지침서이고 표준서이며, 작게는 공정도까지 포함하고 있다. 매뉴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ESG 측면에서 보면 환경적 이슈와 사회적 이슈 그리고 의사결정권자의 투명한 의사결정의 문제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이슈를 먼저 분석하고 조직 전체와 함께 이러한 이슈를 풀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공감대까지 이끌어 내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실제 사용 가능한 실질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우선 환경적 이슈(Environmental issues)에서 재난안전에 관한 환경요소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만약 폭발사고의 원인이 가스 누출이라면 이는 유해한 위험요소를 갖춘 환경적 이슈이기 때문에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적 이슈(Social issues)도 한몫한다. 10·29 참사는 예견된 사고로 볼 수밖에 없다.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꽃다운 어린 생명들이 무더기로 사라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겪어 온 억눌림에서의 해방감, 나 하나쯤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사고를 키웠다. 사람들이 운집하는 곳은 피하라는 어른들의 당부, 우측보행, 질서 지키기, 타인 배려와 관용이라는 바람은 미사여구로 사라져 버리고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이 불러온 예견된 안전사고였다. 질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뜻은 매뉴얼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매뉴얼을 무시한 신고 접수, 무분별한 보고체계 그리고 사고현장에서의 수수방관, 지침을 어기고 절차를 어기고 비상식적인 의사결정을 한 당국의 무책임함도 한몫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는 공감대다. 그렇다면 어떤 공감대가 필요한 것인가? ‘기본으로 가자(back to the basic)’이다. ‘있지만 지키지 않는 매뉴얼이 아니라 지켜야만 재난안전사고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지킬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추자’이다. 다시 말하면 상식이 통하는 공감대가 중요하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위험하다.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의 도로에서는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힘으로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더 나아가 몸이 반응해 습관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평소의 교육·훈련 또한 필요하다고 본다. 요즈음 이슈가 환경에 관한 재해·재난과 사회적 안전보건에 관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것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준수해야 할 필수 요건이다. 생명이 달렸고 죽고 사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내일이 불확실하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위험이다. 현장에 들어서면 작업자의 동선에 눈이 간다. 작업자의 작업환경에서 돌출될 수 있는 위험은 어떤 것일까? 공정상에 작업 위험은 없는가? 암울한 경제현실 속에서 미래를 예측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하루에도 몇 번,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달, 한 달 그것도 매년 무위험에 위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은 경(經)과 영(營)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경(經)이 이론적 근거이며 매뉴얼이라면 영(營)은 이를 지키기 위한 절차서와 지침서 그리고 표준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하면 경영은 매뉴얼이고 절차이고 지침이며 표준서이다. 투명한 의사결정(Governance issues)에 기초해 경영은 조직이 꾸려지고 방침이 설정돼 계획이 마련되고 이를 수행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받는 경제 관련 키워드는 단연 ‘ESG’다. ESG 경영은 말 그대로 매뉴얼이다. 환경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지 않고 보호하고 유지하며, 나아가 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해서 미래 세대가 지속가능성장이 가능하도록 도와 공존하게 하고, 사회적 안전보건의 중요성에 대한 책임감과 공감대를 형성해 이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매뉴얼 준비를 위한 지배구조의 투명한 의사결정이 더욱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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