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내의 몸이 영 시원찮다. 몇 년 전 코 뒤쪽에 생겼던 종양 제거 수술을 했는데 재발해 최근 다시 떼내는 수술을 했다.

 그런데 수술 전 검사 과정에서 폐에 3㎝ 가까이 자란 종양이 발견돼 조직검사를 했는데 악성(암)인지 양성인지 불분명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급히 서울에 있는 상급병원을 예약해 수면내시경으로 폐 조직검사를 다시 한 상태다.

 처음엔 일반 건강검진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3일을 입원해 1시간 반이나 소요되는 쉽지 않은 검사다.

 일반 입원실이 나오지 않아 간호사가 상주하는 병동에 입원했다. 간병인이 필요없는 곳으로, 면회는 수술 전후 2시간씩만 가능하다. 아내가 입원한 곳은 여느 6인 병실과 다름없었다. 다만, 보호자들이 없으니 조용하고 넓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특이한 건 (환자들이 답답함을 싫어하는 것인지) 커튼을 치지 않아 훤하게 침대가 개방돼 있었다.

 검사가 끝난 뒤 다시 병실에 왔는데, 옆에서 헛구역질을 몇 차례 하더니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몸 상태를 살피러 온 간호사한테 사탕이라도 잠깐 혀에 대면 안 되는지 의사에게 물어봐 달라 요구한다. 그러고는 "마음 같아서는 쓰러져 다시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집에 가고 싶어요"라며 힘없이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뱉는다.

 일순간 조용했던 병실은 무거운 기운으로 가라앉는다. 그런 침묵의 중압감은 처음 느껴 봤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던 병실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동질감을 느낀 슬픔에 눈시울을 붉힌다. 이곳은 암병동이다. 병원 입원실에 여러 차례 가 봤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뭔가 달랐다. 생사의 기로에 선 자들이 고통스러운 치료를 이어가는 곳이다. 아내에게 나중에 들으니 이분은 여러 차례 치료와 퇴원을 반복한 희귀 암 환자로, 이번에는 한 달간 입원해 금식 중이다. 단 하루 굶어도 힘든데 한 달을 못 먹고 링거로 영양을 섭취하며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암환자들의 힘겨운 사투를 보면서 건강한 지금의 내가 얼마나 행복한 상태인지 알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161명이 암으로 사망해 사망 원인 1위다. 건강검진을 받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암도 조기 발견돼 완치율도 높아진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가장 좋다는 말을 새삼 느낀다. 오늘 아내 검사 결과가 나온다. 좋은 결과가 나오는 날로 기억되길 소망한다. 그리고 암을 비롯해 병마와 싸우는 모든 이들의 쾌유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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