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윤성국 인천공예협동조합 이사장

10여 년 전부터 매년 공예 분야, 작품, 만든이 그리고 홍보·판매를 위해 코엑스나 킨텍스 등 유수 박람회에 인천광역시를 대표해 참가했고, 지난달에도 킨텍스에서 열린 박람회에 다양한 작품을 들고 참가했다.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사라져 가던 모든 분야의 박람회가 재개되며 전시·박람회 분야는 활기를 찾았고, 그에 맞춰 홍보·판매에 힘을 쏟는 업체들의 참여가 두드러짐에 보는 사람도 그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인천광역시에 종사하는 공예업종은 시의 지원으로 참가하는 박람회가 연간 고작 1회에 불과한데다 종사자들의 참여도가 낮고, 설사 참여해도 노력한 만큼의 홍보와 판매가 되지 않는 것이 현재 공예업종 전체의 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심려가 몹시 크다.

타 광역시도에서는 부스 한두 개가 아닌 열 개, 스무 개 단위의 군락을 지어 나오는 걸 수없이 봤으며, 분기별로 연간 네 차례 이상 전국을 오가며 참가를 지원하는 데 반해 인구 300만 명에 경제지표 2위 도시라는 인천광역시의 하나 마나 한 생색내기용 지원은 공예인들 입장에서는 혀를 차고도 남을 일이다.

무엇보다 박람회 주최 성격에 따라 공예품 판매량에 대폭 차이가 있는데, 타 부스에서 판매하는 저질의 모조품이나 수입 공산품 판매에 비해 공예작가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이 잘 안 팔리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드리려 한다.

공예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보다 쓸모 있고 공들여 만든 것으로, 다품종 대량생산된 공산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작품의 사용과 판매는 그 나라 국민의 소득이나 생활문화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선진국이면서 문화예술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가령 풍물시장 같은 것이 열리면 많은 사람들이 몰려 나와 작가들의 작품과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대화하며 굳이 당장 필요치 않은 작품이라도 기꺼이 구매하는 아름다운 문화가 형성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도시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서는 나무 도마 하나를 가지고도 "칼자국이 나느냐?", "김칫물은 들지 않느냐?"라는 질문들이 쏟아지고, 그나마 서울 강남권에서 열리는 박람회쯤 돼야 "이건 도마냐 플레이트냐?"라는 수준이 엿보이는 질문이라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박람회에 가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만든 핸드메이드 작품의 판매가 묘연하니 차라리 그 시간에 공산품을 떼다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는 이미 지난해 7월 우리나라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다지만 생활도구의 격조와 누군가 만든 작품이 판매됨으로써 그 누군가의 업종과 직업과 문화가 대물림된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통념조차 배워 본 적 없는 게 아니냐는 거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장 또는 공방에서 만나는 필자와 동일한 일을 하는 후배들에게 수없이 받은 "선생님은 왜 목수가 되셨어요?"라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해 온 그 짧지 않은 세월을 일일이 다 설명하기 어려워 "예수님도 목수셨잖나"라고 웃으며 대답하고, "선생님은 목수라는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에는 "세상에 남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목수요, 또 다른 하나는 목수 아닌 사람이다"라고 진지하게 대답하고, 목수라는 ‘직업’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게 ‘직업’이고, 우리는 일한 만큼의 대가를 다 받지 못하니 그저 ‘업’으로 하는 거라는 가슴 아픈 말도 아끼지 않고 한다.

세상아∼ 학교야∼ 선생아∼ 어른아~, 우리도 선진국이 되게 그런 것 좀 가르치면 안 되겠느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