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집값이 떨어지면서 몇몇 월세살이 이웃들이 피해를 크게 봤다고 한다. 화성시 제2 동탄 몇몇 단지에 미분양이 발생했는데, 이를 산 사람이 크게 후회한다고 한다.

또 이자를 버티지 못해 평생 살려고 했던 집을 던지고 다시 전세살이로 돌아간 사람, 소위 ‘영끌’로 수원 광교의 아파트를 샀다가 월급 대부분을 이자를 갚는 데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기묘하게도 이런 이야기를 들려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쌤통이다", "고소하다"며 남의 불행을 자신의 행복으로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기자는 남의 불행을 봤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인 ‘샤덴프로이데’를 느꼈다.

뇌과학에서 보면 우리 뇌 중 기쁨·보상·중독을 느낄 때 활성하는 복측선조체는 질투를 느끼는 상대가 불행을 겪을 때도 활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올해는 ‘샤덴프로이데’의 시기다. 상대 후보가 나락으로 떨어져 결국 구속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술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 모습. 누군가에게는 큰 불행이었던 건설 사고를 보고 건설사의 주가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기쁨의 함성을.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악의 징조라고 봤다. 성악설과도 큰 연관이 있다.  인간의 감정은 애초 악하게 흘러가도록 조정됐기에 법과 규범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성악설이므로, 샤덴프로이데는 성악설의 근거를 뇌과학의 방법으로 증명한다.

이런 감정은 사실 자연스럽다. 인간은 누구나 질투심을 느끼도록 설계됐고, 질투심이 해소됐을 때 보상 감정을 느껴야만 자신의 내면을 지키게 된다.

그러나 샤덴프로이데가 너무 강해질지 모른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우리의 뇌는 사용할수록 더 깊어지는데 이 보상 심리에 중독되면 자신이 그 불행을 만드는, 성악설의 주인공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정 반대의 심리에 대응하는 단어는 ‘무디타’다. 상대방의 행복을 내 행복처럼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정말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지만 이 ‘무디타’야 말로 지금 필요한 감정이다. 내 이웃의 불행을 비웃고 즐기기보다는 행복과 소소한 기쁨을 서로 나누는 건강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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