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새로운 상황에 들어서면 주눅 들게 마련이다. 대체로 팔팔한 지적능력을 자랑하는 신입이지만, 요즘엔 직장에 큰 기대를 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엄청난 프로젝트에 참여하리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준비할 시간은 주리라는 신기한(?) 기대를 한다.

여전히 많은 신입들이 ‘벙어리 냉가슴’ 앓듯 숨 죽이고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옛날처럼 눈물 쏙 뺄 만큼 혼나는 경우도 있지만, MZ세대는 똑부러짐으로 부당한 업무지시나 책임전가에 대체로 잘 대응한다.

한 가지 언급하고픈 사실은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흐르면 누구나 좋은 사람이고, 그저 술 한잔 기울이며 인생을 함께 보내는 친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도 처음 시작하면서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다. ‘공포스럽다’는 표현이 더 맞지 않을까. 다른 기자가 특종을 쓰면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그렇게 살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만 하자(웃음).

정당한 제보엔 ‘표독스럽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난리도 쳐 봤고, 제정신이 아닌 시의원과 소송도 해봤다. 그러면서 배웠다. 아니 그냥 좋아졌다. 여기저기 부딪히는 사이 어느 순간 둥그스름해진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게 맞나 싶지만, 요즘 들어 확신이 선다. 이른바 ‘지랄맞은’ 기자도 해봤고, 멍청하게 선배에게 이용만 당한 시절도 있었지만 그렇게 흐른 시간들이 현재의 기자를 만들었다.

삶의 중간에 선 스스로가 아주 가끔은 대견하다. 스스로에 대한 위로지만, 소위 3연(학연·지연·혈연)이 부족한 기자가 지금까지 버티게 한 원동력은 당연히 ‘사람’이다.

인맥이 대순가. 묵묵히 함께 술 한잔 하면서 서로를 믿어주는 관계가 인맥이지. 그런 분들과 오늘도 잘 산다. 그저 가족 굶기지 않고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살면 되지 않는가.

넉넉했던 적은 한 번도 없으니 가족들에겐 미안하지만, 적어도 어떤 인간처럼 ‘양아치’ 소리는 듣지 않고 사니까, 창피한 행동은 하지 않으니까 늘 당당하다. 꼭 하고 싶은 말은 ‘힘내시라. 이 또한 지나갈 시련에 불과하다’다.

기자도 살아간다. 여유는 부족하고 힘들기만 한 세상이지만 함께 살아감이 어떨까. 연말연시에 불우이웃 어쩌구 저쩌구는 진절머리 난다.

그저 옆에 있는 누군가와 한 번만 너털웃음이라도 좋으니 웃어보자. 그렇게 서로 웃어주고, 밥 한 끼 하자. 상다리 부러지는 밥상이든,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든 그저 따뜻한 한 끼면 충분하다. 그런 따뜻한 마음이면 하루를 살기에 족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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