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다’라는 말과 ‘길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길을 잃다’는 방향을 잃었을 때, ‘길이 없다’는 방법을 못 찾을 때 쓴다.

평택 도시개발사업지구에 건설 중인 유명 아파트가 말썽이다. 입주가 오는 27일로 코 앞인데 준공조건을 제때 이행하지 않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예정자에게 돌아갈 판이다.

평택시는 지난 2020년 5월 27일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거쳐 해당 아파트 시행사 측에 준공 전에 가감속 차로를 설치하라고 조건을 달았다. 가감속 차로를 확보하지 않은 채 진출입로를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하면 교통사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심하게도 시행사와 시공사는 조건을 잊어버렸는지 몰랐는지 지난 7월에서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가감속 차로 설치 공사 실시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고 도시개발조합 측에 알렸다.

하지만 도시개발조합 측은 지난 2020년 8월부터 도시개발사업지구 확정측량을 마무리하고 지난해 9월 도시개발사업 개발계획·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받았다. 사업이 마무리 단계라는 얘기다.

평택시도 가감속 차로를 설치하지 않으면 사용승인은 불가하다는 태도다. 시행사와 시공사의 배짱공사 탓에 입주예정자들만 골탕먹게 생겼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대단지 아파트 공사를 하면서 준공 조건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제발 ‘내 가족이 살 곳’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해 주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 빨리 ‘잃은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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