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누구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순간의 벼락공부, 주입식 암기 공부, 시험 위주의 공부, 소극적인 공부 방식 등 여러 가지 학습 방식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공부가 좋아서 즐겁게 배우며 행복했던 기억을 간직한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학교에서는 희망고문처럼 들린다. 이런 현상은 현재도 거의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왜 그럴까? 우리의 학교 공부는 대부분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 공부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 공부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과거나 현재나 우리 학생들의 특성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이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왜냐면 대체로 그들이 공부하는 자세가 자발성과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진정한 공부의 즐거움을 과연 몇 명이나 안다고 고백할 수 있을까? 대다수 학생들은 학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최대한 웅크리고 기회를 엿보다가 은근슬쩍 참여하는 자세로 공부에 임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연유로 학생들은 수업 현장에서 실시하는 과정 중심 수행평가를 기피하고 심지어 심리적으로 저항한다.

그 이유는 단지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바로 지필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순간에 지필시험을 통해 좋은 점수를 취득하려는 자세, 이것이 오늘날 우리나라 학생들의 목표 지향점이다. 학교 밖에서는 이를 주도하는 사교육이 학교 공부의 판도를 바꾼다. 학원에서는 족집게를 자처하며 몇 년간 축적한 학교별 시험지를 통해 출제 교사의 성향에 따른 대비를 철저히 시킨다. 그러니 스스로 책임지고 적극적으로 공부에 몰입하는 경우보다는 밥상을 차려 주고 떠먹여 주기까지 하는 학원에서 그저 수동적으로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진정한 맛도 모른 채 배를 채워 나가는 식이다. 여기에 무슨 자발성과 적극성이 존재할까?

일찍이 배우려는 의지에는 차별 없이 모두에게 가르침을 베풀던(有敎無類) 스승 공자도 ‘배우려는 자세가 먼저’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하나를 가르치면 스스로 두세 개를 깨우치는 배움에의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그래서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많은 제자 중에는 하나를 배워 열을 깨우친 수제자가 있는가 하면, 건성건성 배우고 스승의 눈을 피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나중에 야반도주해 세상을 떠돌다 중범죄를 짓고 처참하게 형장에서 사라진 제자도 있었다.

이 차이는 무엇인가? 바로 공부에 임하는 자발성과 적극성의 차이다. 이는 오늘날도 예외가 아니다. 동일한 스승 밑에 다양한 제자가 배출되나 분명 그 중에는 크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성공한 사람이 있고 반대로 사회에 온갖 폐를 끼치며 크게 빗나가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바로 배움에 임하는 자세, 자발성과 적극성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 할 것이다.

공부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적인 교육풍토에서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공부에 자발성을 가지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겁게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은 스스로 탐색하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지 못하고 교과서 내용이나 한정적인 정보에만 노출되거나 천편일률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모른 채 사회에 배출된다. 이것이 현행 교육제도가 길러 낸 학생들의 일반적인 단면이다. 공부에는 두뇌와 체력 못지않게 배우고자 하는 적극성과 자발성이 중요하다.

이제 2023년부터 단계적인 시행을 거쳐 미래 우리 교육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고교학점제가 2025년 전면 시행된다. 이 제도가 장단점을 충분히 보완해 학교 현장에 정착하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다양한 교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자발성과 적극성, 이 두 가지는 학교 공부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행동강령(行動綱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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