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송영석 인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만들어졌다. 이제 협동조합이 ‘기본법 10년의 역사’를 만들고 있다. 2022년 현재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이 2만3천 개가 넘는다. 일반협동조합이 1만9천여 개, 사회적 협동조합이 4천여 개 설립됐다. 협동조합이 10년의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우리 사회가 협동조합적 운영 방식이 대단히 필요했을 수 있거나 협동조합에 대한 환상과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 이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10년을 넘어서면서 협동조합의 가치와 의미를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은 인간의 기본 생존 원리인 협력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이지만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통하지 않는 원리다. 역사적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다양한 도전과 실험의 과정이 있었다. 이를 규범화해 정리·실증됐던 것이 1984년 로치데일 협동조합이고, 지금까지 성공한 협동조합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협동조합이 생활상 공통의 문제를 공동사업으로 해결하는 또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최초 성공한 협동조합의 경험을 통해 보면 장시간의 노동과 저임금 속에서 제대로 된 생필품 구입조차 어려운 조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스스로 결사하고 공통의 사업을 일으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던 자조·자립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협동조합은 공통의 필요를 자조·자립의 원칙을 기본으로 공동사업을 통해 해결해 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협동조합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려움이 있을 때 협동을 통해 함께 해결하는 효율성이 있고,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효과적인 방법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협동조합 개념도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불과 10년 전인데,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기점으로 2만3천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사업을 하는 법인이 10년 사이에 2만3천 개가 새로 생긴 것이다.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로 사업을 하게 됐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주식회사의 효율성과는 다른 도전의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다. 

협동조합의 역사가 깊은 유럽의 사례를 보면 나라의 특성과 조건에 맞는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특성 있게 발달해 협동조합 간 협업과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공익적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역할을 하며, 지역을 기반으로 한 노동자협동조합도 발달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낙농이 발달한 덴마크는 농업협동조합이 크게 성장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은 협동을 기반으로 공통의 필요를 공동사업으로 해결하는 사람 중심의 조직임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10년의 짧은 기간에 압축적이고 폭발적으로 협동조합이 늘어났다. 이는 우리 사회가 공동의 필요가 많았고, 협동을 통해 해결할 과제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대자본을 앞세운 대형 빵집에 맞서 동네 빵집 제빵사가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하고, 프랜차이즈의 횡포에 대응해 프랜차이즈협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의 권리를 높이기도 한다. 이밖에 다양한 소규모 사업자 간 협동으로 필요한 것을 스스로 해결해 가고 있다. 

사회서비스를 공익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영리협동조합을 결성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협동조합도 있다. 의료와 복지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 교육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교육 사회적 협동조합, 보육과 지역 아동 문제를 스스로 감당하고자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장애인 자립을 위해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 적협동조합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협동해 해결해 가는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의 가치는 사람 중심에 있으며, 1인 1표의 형평성에 있다. 또한 구성원인 조합원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자발성에 있으며, 자립과 자조의 원칙을 지키는 데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운영이 쉽지만은 않다. 공통의 문제를 사업으로 해결하는 결사체이자 사업체로서 가치를 지키고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신뢰를 기반으로 스스로 혁신하는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많은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운영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아름다운 헌신이 있고, 협동의 가치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기본법 10년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만드는 도약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협동조합의 기본 원칙인 자립, 자조, 자발을 기초로 구성원인 조합원의 공통 필요를 해결하는 조직으로, 구성원의 참여를 적극 보장하는 조직으로, 지역사회 신뢰를 얻는 공익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협동조합, 사람 중심의 참여가 보장된 협동조합이 많아진다면 시민이 행복한 인천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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