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이 새롭게 변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전통시장 살리기에 열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활성을 위한 프로젝트 이름도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단’으로 다소 거창한 느낌이다. 대형 마트들이 골목상권까지 침범하자 주민들이 전통시장을 새롭게 인식하며 정다운 이웃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겠다는 바람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부천 상동시장 전경.
부천 상동시장 전경.

# 찾아가는 전통시장 동네 한 바퀴

‘부천상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도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단체다. 송주철 단장은 특별한 아이디어로 전통시장을 홍보한다.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은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 특산품과 연계해 시장의 고유한 특성을 발굴하고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이 쇼핑과 관광을 하는 시장으로 육성하는 사업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부천시가 주관한다.

송 단장은 전통시장 상인들과 의기투합해 ‘찾아가는 전통시장 동네 한 바퀴’로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사업은 부천상동시장 육성사업단이 특별한 아이디어로 전통시장을 홍보하는 일에서 비롯했다.

중앙공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전통시장 시식회’.
중앙공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전통시장 시식회’.

# 부천상동시장 보물 10선

부천상동시장 상인회와 육성사업단은 함께 시장의 대표 상품 10개를 선정했다. 일명 ‘부천상동시장 보물 10선(選)’이다. ‘보물’은 그동안 숨겨 뒀던, 시장을 대표하는,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상품이라고 자부해 내놨다. 각 분야 전문가가 평가지표를 만들고, 그 지표를 적용해 엄격하게 평가했다. 상품경쟁력, 점포 위생 상태, 상품 진열, 맛, 서비스 마인드, 고객 응대 태도 같은 여러 가지 지표가 그것이다.

이밖에도 부천에 사는 주부로 구성한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일반 쇼핑객으로 가장해 매장을 둘러보면서 서비스와 점포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 뒤 개선점을 제안하는 암행 조사원)를 동원해 비밀리에 각 점포를 방문, 주인이 싫어 하거나 귀찮은 물건을 주문했을 때 점포주의 반응을 살폈다.

10선에 이름을 올린 대다수 점포는 미스터리 쇼퍼한테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 또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총점 100점 중 10점은 시장 상인회가 점수를 매겼다. 평소 상인회의 협조 정도, 민원 발생 여부, 황색 선 지키기를 비롯한 전통시장 5대 질서 지키기를 평가지표로 삼았다.

앞으로 ‘부천상동시장 보물 10선’을 시장을 대표하는 주력 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선정된 점포들은 각 점포의 상호를 브랜드로 디자인하고, 디자인 컨설팅을 통해 매장 진열디자인 VMD(visual merchandiser)는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고 매장 전체를 꾸밀 계획이다. 이밖에도 POP와 포장재 디자인 지원을 구상 중이다.

상동시장에서 진행된 문화공연.
상동시장에서 진행된 문화공연.

# 소셜미디어·대면 홍보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이용한 다양한 홍보도 진행한다. 카카오 채널을 이용한 온라인 마케팅도 마련한다. 더욱이 상동시장 고객지원센터에 유튜브 방송을 위한 스튜디오가 들어선다. 유튜브 방송 촬영과 이곳에서 생성한 각종 시장 정보와 메시지를 발신하는 주요 거점으로 승화시킨다는 복안이다.

첫 행사는 지난달 17일 중앙공원에서 진행했다. 앞으로 주마다 목요일 4차례 더 진행할 예정이다. 공원을 방문해 시식회에 들른 주민들은 "야외에서 음식을 시식하는 경험은 처음이다"거나 "시식회가 참 재미있고 좋은 아이디어다"라며 반겼고, 상인들도 이 같은 반응에 한껏 고무됐다.

영어 교사인 교포 쟈니 배 씨는 "이런 행사는 미국에서 경험하기 힘들다. 퍽 인상 깊었고 음식도 맛있게 먹었다.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시장은 플리마켓(Flea market)인데, 휴일에 가족 전체가 플리마켓에 들러 음식도 먹고 싼 가격에 그들이 원하는 중고 물건들을 사는 일이 일상의 문화다. 대다수 미국 사람은 마트나 대형 매장보다 로컬 마켓이나 벼룩시장을 더 선호한다"며 미국 사례와 이번 행사를 비교했다.

송 단장은 "이번 홍보 행사는 현장에 직접 나가 상동시장의 먹을거리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 소비자 반응을 면밀하게 파악해 상품의 질을 개선하는 자료로 활용하겠다"며 "이제는 시장에서 막연히 고객을 기다리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나가 시장과 상품을 알려야 하는 무한경쟁시대라고 판단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온라인 광고가 ‘넓음’을 지향한다면 고객을 직접 만나는 대면 광고는 ‘깊음’을 의미한다. 홍보와 광고가 넓고 깊게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 찾아가는 홍보, ‘부천상동시장 동네 한 바퀴’는 그동안 주변에서 잘 보지 못했던 형식의 대면 홍보활동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상술의 광고 활동이 아니라서 행사 자체가 매우 신선했다. 아름다운 공원에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일상을 이야기하고 잠깐이지만 작은 마음을 나누게 돼 정말 좋았다"고 자부했다.

상품 선호도 조사단.
상품 선호도 조사단.

# 장대형 시장

상동시장 입점 점포는 156개, 종사자는 380여 명이다. 청과류, 채소류, 생선류, 식료품류, 방앗간, 건어물, 정육점, 의류, 화장품류, 생활용품, 음식점, 치킨, 건강식품류 같은 가게로 구성했다. 영업점포 131개, 노점 25개로 구성한 근린생활형 시장으로 시장 인근에 주택가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다. 시장 가까이 1호선 전철 중동역과 중동대로, 송내대로가 있다.

부천상동시장은 총길이가 500여m에 이르는 장대형 시장이다. 이런 공간 구조는 부천상동시장이 중동역에서 인근 주택가로 이동하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를 따라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 구조가 도로를 중심으로 형성된 까닭에 점포 내부보다는 주로 매대에서 물건을 사는 특성을 지닌다. 또 공간은 7개 구역으로 나뉜다. 따라서 부천상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수비형 마케팅에서 공격형 마케팅으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이다.

전통시장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대형 마트에서는 찾기 힘든 상품이나 독특한 맛을 지닌 먹을거리다. 따라서 다른 시장에 없는 물건,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상품을 적극 개발하는 일이 중요하다. 아울러 희소성 면에서 이미 우위를 점한 상품은 특화할 필요가 있다.

송주철 단장.
송주철 단장.

#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더불어 새로운 고객을 창출하고자 상동시장에서는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체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데, 도자기 만들기 교실와 전통 그림 그리기 교실을 비롯해 갖가지 프로그램이 고객을 기다린다.

‘시장은 고객이 있어 존재한다. 문화행사는 고객을 위해 하는 행사다’라는 송 단장의 신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송 단장은 "2023년 2년 차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은 상동시장을 대표하는 특화 상품을 발굴·육성하고, 부천상동시장의 정체성이 담긴 문화관광시장 육성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뒤 경인여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송주철 공공디자인 연구소’ 대표다. 

부천=최두환 기자 cdh9799@kihoilbo.co.kr

사진=<부천 상동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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