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사는 박모 씨는 20대 초반이던 18년 전 부모가 모두 사망하며 가정 해체를 겪었다.

인간이 살아가는 최소한의 울타리인 가정이 깨지자 박 씨는 심신미약과 대인기피, 우울증 들 육체와 정신 모두 최악의 상황에 부딪혔다. 젊은 나이임에도 사회생활은커녕 자신의 주거지에서 기초생활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고, 결국 자살 시도까지 이르게 됐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지역사회에서 간간이 후원이 이뤄졌지만, 휴대전화도 하나 없는 은둔형 외톨이에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친척이나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자립은 언제나 박 씨에게 멀고 낯선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박 씨가 부모에게 자동 상속받은 46㎡ 남짓의 아파트 소유자라 정부나 지자체 지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점도 이런 사정 가운데 하나다.

그러던 중 반갑고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박 씨가 지난 6일부터 성남시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단다.

앞서 센터의 현장실태조사에서 수내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요청에 따라 통합사례관리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1인 가구 디딤돌 일자리를 지원하는 센터의 ‘좋은 이웃 만들기 혁신 (사회적응)프로젝트’ 1호 사례다.

박 씨는 지자체의 노인일자리 제도와 비슷하게 하루 3시간 계약근무제로 근무하며, 식비와 교통비를 포함해 한 달 40만 원가량을 받는다. 명절 휴가비도 별도 지급받는다.

㈜홍테크코퍼레이션이 1년간 500만 원의 급여를 후원하고, 센터가 자립을 돕는다. 이를 통해 박 씨는 일상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지역사회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 1% 기부와 나눔의 생활화를 모토로 하는 성남이로운재단을 거쳐 후원기업과 자원봉사센터가 이뤄 낸 전국 최초 사례다.

1인 중장년층 가구가 급속도로 느는 상황에서 들려온 흐뭇한 얘기다.

지역사회 공동체가 만들어 낸 정(情). 이런 따스함 덕에 우리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한 곳이라고 다시금 느낀다.

한편으론 우리가 진정으로 봉사하며 이뤄 나갈 가치 추구가 아닌지 곱씹어 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수내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성남이로운재단, 성남시자원봉사센터가 만든 훈훈한 복지 작품에 박수를, 죽음의 문턱을 넘어 삶의 새출발을 향하는 박 씨에겐 힘찬 응원을 보낸다.

기자도 새해에는 몸으로 뛰는 봉사, 하나라도 꼭 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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