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대학생을 포함한 청소년들이 책을 전혀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한 책이란 양서를 의미하는 것이며 물론 입시에 필요한 교재나 참고서를 포함한 것은 아니다. 청소년의 독서실태에 대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참고서와 교과서를 제외한 독서량이 일반도서의 경우 전혀 읽지 않았다는 응답이 15%였으며, 응답자의 과반수가 책을 거의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즐겨 읽는 도서 분야로는 만화, 무협지, 환타지 소설이 47%, 그 다음으로는 국내외 소설이 25%로 청소년들이 주로 읽는 책은 만화, 무협지, 환타지 소설, 국내외 소설 등에 치우쳐져 있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을 하기 위해, 그리고 TV방송을 보느라 시간이 없다는 대답이 지배적이었다. 과연 영상미디어와 인터넷이 청소년들로 하여금 독서의 시간을 빼앗아 가는 존재일까?

독서 권고만으론 한계

영상미디어나 인터넷 등을 단순히 독서에 위협적인 존재이며 서로의 파이를 빼앗는 대립적인 관계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미디어 특성에 따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고 더 나아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관계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이들 미디어를 선호하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으라고 권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영상미디어를 독서의 자극제로 활용하고 흥미 유발을 통해 독서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미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미디어를 활용한 독서증진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촉진제로서 작용하는 것은 영상미디어이다. 자주 대하고 익숙한 영상미디어로써 흥미를 얻어 독서를 하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되며, 영상미디어에서 채워질 수 없는 부분을 독서를 통해 채우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얼마 전에 종영한 어느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성공을 예로 들 수 있다. 영상미디어의 독서 증진 프로그램의 점차적인 독서의 습관화의 독려를 통해 자연스럽게 독서로 연결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단기적 처방이지 장기적으로 독서습관을 바꾸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독서가 생활화가 안 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적 환경이나 여건조성이다. 지하철에서 우리가 주로 목격되는 장면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조는 모습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 먹고 살기 힘들어 여유가 없어서 일까. 분명 이러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독서는 청소년의 창의성 계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뿐 아니라 간접경험을 통한 상상력, 이해력,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하는 활동이다.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독서 장려보다는 학습지나 과외교습을 통해 성적을 올리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실제로 책을 많이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학습능력이 향상되며, 역사나 외국의 문화 등도 배울 수 있게 된다. 즉, 독서는 두뇌를 계발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므로 독서 분위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조성의 일환으로서의 도서관의 확충과 마련이 독서를 증진시킬 수 있는 필요조건일 것이다.

주민과 기업이 독서장려 앞장서야

도서관의 이용을 장려하려면 먼저 도서관에 되도록 많은 책이 소장되어야 하며, 사용자의 편리한 사용을 위한 편의 시설의 설비가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에 대한 예산 확보를 위해서 무조건 정부나 지자체에 의존하기보다는 책을 기증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기업의 스폰서와 기금 마련 운동을 통하여 도서관과 책의 중요성 자체를 이슈화할 수 있다. 또한 독서 장려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책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광범위한 지식을 쌓아 단순암기와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는 게 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청소년에게 올바른 독서 습관을 지니게 함으로써 장차 성인이 되어서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며, 독서를 통해 진정한 교육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될 것이다.

이수범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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