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 속에 빠져 사는 사람은 대체로 행복하다. 그리고 만족감에 만취해 수준 이하 언사를 내뱉기도 한다.

물론 자신을 무작정 낮추는 ‘자학’ 행위보다는 속칭 ‘자뻑’에 취해 사는 방식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수반되는 창피함은 주변에서 보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구경하다 어느 기초의회의 영상을 봤다. 

"저는 주민을 대표하는, 주민이 뽑아 주신 지역구 의원입니다. 그 점을 잘 인지하고 계시기 바라고요." 

이 발언을 한 청년은 한 기초의회 초선 의원이다. 글로 표현하면 청년의 패기, 의원이라는 자부심이 담긴 대사다.

정치 경험이 그보다 많은 지자체장은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저는 우리 용인시민이 뽑아 주신 용인특례시장입니다. 그 점을 유념해 주십시오." 

직접 영상으로 보면 상당히 훌륭한 ‘레토릭’을 구사했다.

논쟁을 벌이게 된 사안에 대해서는 기자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다수가 만족할 결과가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해당 기초의원의 발언이 계속 맴돌았다. 정치인의 가치 증명 방식을 떠올려 봤다. 

‘자평’이 아닌 ‘성과’, 그리고 세간의 평가가 맞는 방식이라 결론 내렸다. 평가와 성과는 논쟁이 오갔던 이 사안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다수 사람들은 지역 기초의원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인물보다는 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촌극이 벌어진 기초의회를 약 10년을 지켜봤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2인 선거구에서 ‘나’번 후보가 당선된 역사를 본 일이 없다.

‘가’번을 받고 당선‘되신’ 기초의원‘님’의 존엄을 잘 인지해야겠다. 2인 선거구에서 ‘나’번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면 존경까지 표현할 뜻이 있다.

한편, 해당 의원은 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정치 행사가 제한된 공공시설 사용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고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어느 국회의원‘님’이 공공시설에서 진행한 행사가 정치활동 여부로 잡음이 많았다고 한다. 해당 개정조례(안)이 통과될 경우 최근 불편함을 겪은 국회의원‘님’의 수고를 덜어주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정조례(안)은 아무리 봐도 주민이 아닌 국회의원‘님’에 대한 충성 행위라 보인다. 혹시 기자의 착각일까?

가수 나훈아가 애절하게 부르짖던 노래가 떠오른다. 테스형은 "너 자신을 알라"고 툭 내뱉고 가셨다 한다. 착각에 빠진 이들의 가벼움은 정말 참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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