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학생들의 교권침해가 날로 심상치 않다. 매년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가 공개되는 즈음에는 온갖 인권 모독적이고 저급한 수준의 서술형 평가가 논란의 발단이 되고 있다. 2022학년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각종 성희롱에 본래의 취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낯 뜨거운 글들이 교사들의 마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며 더 이상 교육이랄 수 없는 현상들이 자행되고 있다. 이에 당장 유명무실한 교원능력개발평가를 폐지하라는 교원단체와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해서 예방하겠다는 교육부의 입장은 마치 전선(戰線)에서 대치하는 듯하다. K-교사는 과연 어떤 존재의 의미가 있는가?

최근 3년에 걸쳐 우리 유·초·중등학교 현장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역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비대면 수업, 온라인 학부모 총회, 각종 학사 운영과 졸업식…. 학교의 대부분 교육활동이 비대면으로 거행된 결과 그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분명 역사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기에 당연히 시행착오가 예상됐다. 그래도 대한민국 교사들은 주어진 위기에 적절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 왔다. 그 이면에는 학교 현장 특유의 집단지성이 작동했다.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소규모 모임은 서로 연대해 정보를 공유하고 힘겨운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회복적 나눔의 역할을 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대한민국 교육은 1인 다역할의 만능 교사를 요구한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의 수업 개발, 특이한 정서 증후군의 학생들에 대한 상담·자살 예방 교육, 학교 안전·폭력 예방 생활지도, 등·하교와 교실 내 방역 관리, 각종 시행 공문 처리, 다양한 법정 의무 연수 이수, 각종 지역사회·교육청 사업 관련 출장, 마을학교를 위한 교과별 협의회, 꿈두레 공동교육과정 운영, 학교 내에서의 다양한 목적사업 추진과 결과보고서 작성, 연구학교·혁신학교 운영과 평가서 작성, 고교학점제에 따른 다교과 수업 연구·지도 등등 이루 나열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을 실행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마치 교사의 고유한 업무인 양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최근에는 존재감 상실로 인해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학기 초나 학기 중 병가, 휴직 등으로 쉬는 교사가 늘면서 또다시 계약제 교사 채용에 학교가 온통 행정력과 교육력을 투입해 해결해야 한다. 어느 순간이라도 과연 학교에 평화와 마음의 여백이 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는 교육 현장이라기보다는 전쟁터에 가깝다. 

설상가상으로 그 속에서 학생, 학부모와 교사 간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이는 교권이니 학생 인권이니 하는 명분 싸움으로 발전하고 고소·고발 사건이 빈번하다. 그 결과는 어떤가? 상호 간에 온통 상처만 남을 뿐이다. 이와 같은 막장 드라마를 과연 우리는 과거에 상상이나 했던가. 최근에는 신임 교육부 장관이 교사가 마치 대학 입학 수시전형의 걸림돌이고 무풍지대인 것처럼 무시하고 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이래저래 대한민국 교사들은 온통 아프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교육정책이 좌지우지되고, 교육은 정치적·경제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정책 집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깨어 있는 지식인들이 "바보야, 문제는 바로 교육이야!"를 외쳐도 이는 정신 나간 넋두리로만 들릴 뿐이다. 과연 지금 이 나라 교육이 표류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런 교육에서 희생자는 당연히 학생이고 교사이며 학부모인 우리 국민이다.

대한민국의 교사! 참 어렵다. 언제까지 이를 K-교사의 주어진 운명이라 할 텐가. 오늘도 교권과 학생 인권의 갈등 속에서 교사란 신분의 존재 의미를 숙고하며 고뇌와 번민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 땅의 K-교사들이 언제쯤이나 교육 본연의 업무와 교사 역할에 충실하고 그 속에서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보람과 만족, 자긍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