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기자가 본 세상에서 새내기들은 자신들이 설 자리가 어디인지 잘 모르는 듯싶다.

기자도 MZ세대는 아니라서 다소 표현이 서툴지 모르지만, 패기로 똘똘 뭉친 새내기는 스스로를 ‘엄청난 잠재능력을 지닌 사람’ 또는 ‘한 사람 몫은 너끈히 하는 멋진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속칭 ‘꼰대’라고 하는 사람들이 ‘큰 기대를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서로의 기대와 목표가 다르니 당연히 업무성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서로를 비난하며 그렇게 친해지는 세상이지만, 현재 대한민국 ‘새내기 시스템’의 문제는 올바른 길로 성장하도록 이끌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기업은 둘째치고 공무원 사회를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시민들과 일선에서 만나면서 공무원으로서 올바른 마음가짐을 배우라’는 취지겠으나, 새내기 공무원들이 읍면동 민원실에 바로 배치되는 이유는 뭘까.

시민이 대한민국의 전부라는 사실은 알겠는데 방법이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처음 들어온 직원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민원실에 배치하면 때론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주민등록등본 한 장을 발급하는데도 주민등록법을 봐야 한다. 당연히 낯설고 처음 하는 업무지만, 앞에 있는 시민이 모두 기다려 주지는 않는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악성 민원인에게 협박당하고 시달리는 새내기 공무원을 마주할 때다.

읍면동 민원실에 단 하루라도 고성이 오가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있을까. 그 상황을 처음 들어온 직원이 고스란히 받아낸다는 건데,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다. 

그나마 선배 공무원이 제대로 된 사람이면 함께 대처하겠지만, 그런 정상(?)의 선배가 아니면 정말 죽을 맛이다. 오죽하면 정상이 아닌 민원인이 들어오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못난 선배’가 더 많다는 얘기가 나올까.

처음 들어와 겪는 일이 이런 욕받이라면 우리 아이들은 절대 공무원을 시킬 생각이 없다. 자신들도 아이가 있을 텐데, 재활용도 못하는 지각 없는 인간들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도록 할 필요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공직사회가 이럴진대 일반 회사는 오죽할까. 양심에 손을 얹고 스스로를 돌아본 뒤 새내기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업부를 지시했다면 그냥 한번 ‘사과’라도 하자. 그것이 어른이고, 꼰대라는 소리를 안 듣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새내기 직원의 충분한 준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새내기는 분명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단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최소한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하고, 스스로를 갈고닦을 시간을 주자. 그리고 일선에 내보내야 한다.

학연·지연으로 얽힌 새내기들을 본사에 남기는 구태의연한 조직이라면 철저히 부서져 가루가 돼야 함이 마땅하다.

새내기가 바로 서도록, 아울러 정상이 아닌 새내기는 즉시 솎아내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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