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동
이강동

내일은 팥죽 먹는 날 동지다. 옛 선인들은 동짓날을 작은 설날이라고 했다. 희망을 맞이하는 새로운 1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동짓날 절식으로 붉은 팥죽을 먹는 것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도 동짓달(중동·仲冬)을 정월로 여겨 왔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 날을 신년의 의미를 두고 축하한다고 한다. 동지는 음력 11월 중하순에 있다. 동짓날 우리는 팥죽을 먹었다. 찹쌀가루를 새알 크기로 둥글게 만들어 넣고 푹 끓여서 먹었다. 잡귀들을 몰아낸다고 해 집 주위에 뿌리기도 했다.

중국 양나라(502~557) 때 종름이 편찬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양자강의 신이었던 공공씨의 아들이 죽어서 역귀가 됐다고 한다. 동짓날에 죽어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 것을 막으려고 역귀가 싫어한다는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먹기도 하고, 잡귀가 집에 가까이 하지 못하도록 집 주위에 뿌리는 풍속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동지와 관련된 자료들을 간략하게 살펴봤다. 동짓날 북쪽의 북두칠성에 이르러 양기가 처음으로 생긴다고 했다. 중국인들은 땅으로 천둥이 돌아오니 선왕이 관문을 닫는다고 했으며, 일주일이 다시 돌아오는 것은 천체의 운동이라고도 했다.

동짓달 음력 11월 초하룻날에 해와 달이 마주하고 오성이 일렬로 된다고도 했다. 남지라고도 하고 장지라고도 부르는 동짓날에 광막풍이 있으므로 감옥을 폐관하고 형벌을 중단했다고 한다. 옛 중국에서는 동짓날에 감옥에 갇힌 죄인들을 집으로 다녀오게 하는 정치를 베풀었다고 한다. 

동짓날에는 구름의 움직임과 모양으로 1년의 점을 보는 풍속도 있었다. 주나라 예기에서는 동짓달에 욕구와 욕망을 자제하고 군자는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양기를 맞이하라는 글이 있다고 한다.

동짓날에 우리와 중국에서는 천제를 올렸다. 거문고·비파·피리 등의 음률 연주와 운무의 무용을 하면서 제례를 올렸다고 한다. 신라와 고려에서 열렸던 팔관회 행사는 상고시대 동지 제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 학자들이 있었다. 우리의 옛 선인들은 정월 초하룻날처럼 동짓날에도 제례를 올려왔던 것이다.

동짓날 한밤중에 황종이 울릴 때 무궁화 나무를 태운 재가 날아다니면 양기가 숨는다고 했다. 월령에서는 동짓달에 향기 좋은 풀 향초·예초가 피기 시작하고, 부채꽃이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했다. 동짓날부터 잠사가 왕성하게 움직인다고도 했다.

동짓날은 만물이 생성하려는 양기의 기운이 생기고 부활의 관념적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세시기에 붉은 해의 그림자는 동지 후 더 길어졌다고 했다. 두보의 시에 다섯 가지 문양의 수를 놓는다고 했듯이 동짓날에 부녀자들이 바느질한다고 했다. 길쌈 등으로 옷을 만들어 임금에게 진상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중국 위나라의 조식은 동짓날 부녀자들이 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나라에 헌납하니 나라에 복을 맞이하는 것이라는 시를 남겼다. 

관자는 동짓날부터 시작해 46일 후로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고 했다. 점술가들은 동짓날은 근신의 시작이라고 했다. 서역지에 천축국 11월 16일을 동지에 보리가 자라나는 시기라 맥수라고도 부르고 있는데, 이것은 점술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동짓날 임금은 문무백관들에게 연회를 베풀고 선물을 주기도 했다. 「예기(禮記)」 ‘월령(月令)’에 청어·대구·귤을 임금에게 올린다고 한다. 우리는 동짓날에 메밀냉면을 먹었다. 배추·무·산돼지고기를 얹어서 먹었다고 한다. 개성과 평양지역에서 즐겨 먹었다고 한다. 채소·배·밤·고기·장유를 넣어 먹었는데 이것을 골동면이라고 했다. 여러 가지 재료가 섞여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동짓날 동이인들은 수정과를 마신다고 했다. 말린 감·생강·계피로 만드는 수정과를 동이인들이 즐겨 마셨다. 청국장도 동지 무렵에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동짓날은 달력을 제작할 때 기준점이 된다. 동지의 월일시분을 산정한 후 이것을 기준으로 해서 23절기를 순차로 결정해 한 해의 달력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옛 선인들은 봉력(鳳曆)이라고도 했다. 다섯 가지 신비스러운 울음 소리를 내고 절기 따라 변하는 자연현상을 잘 아는 새가 봉황이라 해 책력을 봉력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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