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누구나 학창 시절에 접하는 영어 속담 "정직은 최선의 방책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를 기억할 것이다. 과거 어른들은 자녀 교육을 할 때마다 정직을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언급했다. 그 가운데 널리 인용되던 것이 바로 "입은 삐뚤어도 말은 똑바로 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정직은 사람이 배워야 할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한 가치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주변은 어떤가? 그야말로 거짓말이 난무하는 시대가 됐다. 정치인들을 비롯한 사회지도층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거짓말을 일삼는다.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심지어 청문회나 법정 증언대에 서서 한 치의 거짓이 없음을 선서하면서도 나중에 위증으로 판명 났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자기가 한 말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에둘러 모면하려는 모습이 참 애처롭다. 이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국민의 DNA로 굳어질까 우려스러울 뿐이다. 이젠 "거짓말하는 것은 인간이고 용서하는 것은 신이다"라고 공식 선언이라도 하려는 건가.

한때 어느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의 44%가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행도 감수하겠다’고 응답한 결과가 세상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청렴도 조사에서도 ‘부자가 되는 것과 정직하게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에서 15~30세의 40.1%가 부자를 택했고,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과 그러지 않은 사람 중 인생에서 더 성공할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51.9%가 전자를 꼽았다. 문제는 학년이 높을수록 정직 지수가 낮아지고 부자를 선호하며, 거짓말하거나 부패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공부만 잘하면 만사형통’이라고 가르친 결과다. 그런 결과가 성인이 돼서는 공부우등생이었던 지도층을 선두로 그대로 드러나는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옛날이야기는 거의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는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 잘 먹고 잘 살았다’고 믿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직한 사람은 어리석고, 법을 지키며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거나 ‘정직해서는 험한 세상을 살 수 없다’는 정직 불감증이 만연돼 있다. 이제 올바른 인성의 방향을 잃은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정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정직이 바른 인간, 행복한 인간의 버팀목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이러한 인성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왜냐면 정직은 인성교육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우리 교육은 삶의 행복을 주제로 다루는 데 익숙하다. ‘소확행’의 추구도 그 한 사례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정직이 행복이고, 정직한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는 동격 의식이 필수다. 멀리 영국에도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라"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정직은 불변의 가치이고, 우리가 이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음을 말한다.

정직은 신용사회의 밑천이다. 그래서 신용은 자본이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신용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정직함이 축적되고 인정받을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기에 정직의 실천은 인생의 성공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어떻게 정직 교육을 해야 할까? 방법은 어렵지 않다. 미래 세대를 교육하는 교사는 어떤 경우라도 학생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이는 사회에서 어른들이 정직을 솔선수범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고 자화상이다. 실제 청소년 문제의 근원은 대개 어른들이다. 어찌 보면 10억 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에 가겠다는 것은 고등학생이 아닌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미국의 작가 잭슨 브라운은 말했다. "잘 사는 삶이란 자식들이 정직, 공정, 배려를 생각할 때 당신을 떠올리는 삶"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부모, 교사, 지도층을 닮아간다. 이들의 정직은 아이들의 행복한 삶의 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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