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6년 전, 신이 천사 미하일에게 어느 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해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죽으면 아이들도 죽게 될 거라며 애원하는 그녀가 너무도 안타까워서 홀로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신은 자신의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를 다시 내려보내면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오면 용서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세 가지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시 돌아온 미하일은 추운 겨울임에도 옷 하나 걸치지 않고 어느 교회의 담장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습니다. 마침 시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던 구두장이 시몬이 그를 보고 자신의 겉옷을 입히고 집에 데려가 음식까지 대접합니다. 그리고 갈 곳 없는 그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까지 합니다. 이때 미하일은 첫 번째 미소를 짓습니다. 신의 첫 질문인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답, 즉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시몬의 구둣방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미하일은 평생 구두를 만들어 온 시몬보다 구두를 훨씬 더 잘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어느 날, 어느 귀족이 1년을 신어도 끄떡없는 구두를 주문했는데, 미하일은 그가 잠시 후 죽을 것을 알고는 구두 대신 수의를 입힐 때 신겨 줄 슬리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시몬은 당연히 화를 냈습니다. 잠시 후 귀족의 하인이 달려와 주인이 죽었으니 장례용 슬리퍼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이때 미하일은 신의 두 번째 질문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습니다. 두 번째 미소를 지었거든요. 자신이 잠시 후면 죽는다는 것을 모르는 귀족과 잠시 후면 구두가 아니라 슬리퍼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고 화를 낸 시몬을 보고 답을 찾았던 겁니다. 그가 찾은 답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세 번째 질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만 찾으면 하늘로 올라가 신의 용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느 날입니다. 쌍둥이 소녀를 데리고 들어온 어느 부인이 아이들에게 신길 구두를 부탁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 아이는 장애아였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아이들 엄마가 아니라 이웃집 부인이라는 점입니다.

쌍둥이의 엄마가 죽어 가면서 한 아이의 발을 우연히 짓눌러 아이가 평생 장애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이웃집 부인에게는 원래 8개월 된 아들이 있었는데도 그 아이들을 잠시 맡아 키웠습니다. 아이들을 입양 보내거나 고아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지만, 부인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얼마 후 자기 아들이 병으로 죽자 쌍둥이를 자신의 딸처럼 이제까지 키워 왔던 겁니다.

부인의 이 말을 들은 미하일은 세 번째 미소를 지었습니다. 엄마 잃은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키우는 부인에게서 세 번째 질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인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부인과 두 아이가 나가자 미하일은 시몬에게 자신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고, 그래서 신이 자신을 용서하실 거라면서 작별을 고합니다. 그 순간 방 안이 환해지고 미하일은 천사로 바뀝니다.

1885년 발표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줄거리입니다. 독자 여러분 대부분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오늘 그 기억을 소환한 이유는 성탄절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랑하며 살라’는 것만큼은 모두 같을 겁니다. 에바 가보는 "사랑이란 두 사람이 놀고 두 사람 모두 이기는 게임"이라고 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나’와 ‘너’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뜻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그리고 낯선 이들에게까지도 사랑의 손길을 내어주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우리의 선한 행위가 거듭될수록 세상은 오늘보다 조금 더 아름다워질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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