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한가운데 영국 헨리5세의 ‘아쟁쿠르 전투’ 이야기는 공동의 목표 추구와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관리하는 전략의 본질적 패턴을 일깨워 줬다. 그 전쟁에서 헨리5세는 ‘전략’과 ‘전투에 임하는 병사들 마음가짐(의식체계)’을 모두 활용한 훌륭한 승전사로 소개된다. 

프랑스 북부지역 적지에서 6배나 많은 적을 등 뒤에 두고 본국으로 귀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쟁쿠르’의 진흙땅은 폭이 좁아 말(馬)이 제 속도로 전진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다. 이를 간파한 헨리5세는 적을 그쪽으로 유도하고, 가운데 말뚝을 박아 양옆에 궁수와 보병대를 배치시켰다. 물론 그 사이 군사들에게 힘 있는 일장연설로 전쟁에 임하는 정신자세를 곧추세웠다. 결국 프랑스군은 진흙밭에서 말이 고꾸라지며 양쪽에서 쏘아대는 화살에 병력 대부분을 잃고 영국에게 승리를 내줬다. 주변 환경을 이용한 전략 수립의 성공적 실천과 병사의 의지를 북돋운 전투의 실용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룬 채 힘을 제대로 발휘했던 유명한 전쟁사다. 

전략(Strategy)이란 단어는 그리스의 스트라테기아(Strategia)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전투 지휘를 의미한다. 전투와 지휘는 무기와 병사 숫자가 아니라 전체 그림을 보고 주변 현상 등을 파악해 활용하는 의지와 용기, 사기의 전략화에서 그 힘이 나온다. 기업 경영에서 조직문화나 비전을 내재화시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론·사례 중심의 텍스트는 있겠지만 내재화 요소를 구성하는 개별 상황은 너무나 차이가 많다. 그 차이를 산업별·업종별로 가중치를 두고 차별화한다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결국 구성원과 주변인, 관계인의 의식 흐름과 그 의식의 공유가 핵심이다. 의식은 일상의 생각이나 사회적 기준, 가치 등을 수용하고 공감하는 척도로 이해하면 된다. 

ESG가 세계적 가치로 떠오르며 지켜 가야 할 이슈의 전부인 양 다가오더니 벌써 일각에서는 또 다른 변혁적 새 과제는 없을까로 이어지는 현실이다.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 창출(CSV)을 논했고, 그러다 ‘블루오션’이라는 변화와 혁신적 이슈가 한때 전 세계 경영계를 휩쓸어 갔다. ESG도 현재로는 기업 경영의 ABC이자 모든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스탠더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함께 개발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을 적용해 기업들을 평가하겠다고 하지만, 차라리 개별 기업의 자가생성 평가기준이 좀 더 분명한 실효적 현황 파악과 개선점이 될 여지가 크다. 지표를 늘려 가며 업종별로 가중치를 두고 차별화를 시도한다고 해도 결국은 그래서 그 다음은 무엇이고? 어떻게 할 것인가?(and so what next?)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기준이 되는 기후환경과 사회적 가치체계, 투명하고 정당한 기업 경영의 평가항목을 이리저리 모델화시켜 잣대를 들이댄다고 해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공동체 의식으로 자리잡으며 보다 나은 세상을 구현하게 될까? 조직은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은 의식으로 움직인다고 봤을 때 현상을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나눔과 배려와 도전의 ‘효율적 이타(利他)’로까지 기업 경영, 자기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ESG를 논리와 근거로 이해하려는 순간 그 의식은 경직되고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관적으로만 본질에 대한 이해 없이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여서도 안 된다. 

기존과 다름 없는 경영 방식에 안주하면서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기업인들이 의외로 많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갈수록 거세지는 외풍은 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납품기업의 협력업체까지 ESG에 대한 인식도나 규범 준수를 실사한다. 부품 하나도 ESG 준수 여부를 따진다고 하니 글로벌 다양성이나 포용성 등 그 기준에 대한 모호함이 ‘힘의 논리’로 상호작용하지 않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내재화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규범을 만들고, 코드를 입혀 실사를 하겠다고 나선다. EU와 미국에서 나오는 메시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7월 대기업 포함 중견·중소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ESG 실사 현황을 조사하니 77.2%가 준비 부족으로 답했다고 한다. 각자 최적의 상황에서 최상의 성과를 이루도록 평가지수 하나라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진단해 가며 개선·보완해 나갈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ESG 그 다음 또 다른 어떤 이슈가 쓰나미 같이 밀려올지 모른다. ESG 규범은 기업 자체 생산 체크리스트가 되도록 추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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